<앵커>
중국의 한 회사가 우리 설에 해당하는 춘제를 맞아 돈을 센 만큼 가져가는 통 큰 현금 보너스를 지급해 화제입니다. 반면,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 고향에 갈 수 없는 노동자들도 상당수인데요.
엇갈린 중국 춘제 분위기, 베이징 권란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현금이 수북이 쌓인 긴 탁자 주위 늘어선 사람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맴돕니다.
[시작!]
신호와 함께 현금 세기가 시작됩니다.
주어진 시간은 15분, 그 안에 셀 수 있는 만큼의 돈이 올해 보너스입니다.
[3, 2, 1 그만!]
중요한 건 정확도입니다.
본인이 센 지폐 개수와 현금 계수기 숫자가 다르면, 틀린 액수의 10배를 덜어내야 합니다.
중국 허난성 한 중장비 회사가 해마다 여는 연말연시 보너스 행사입니다.
올해 우리 돈 약 23억 원의 현금을 준비했는데, 1등을 한 직원은 3천만 원 보너스를 챙겼습니다.
[1등 직원 : (돈 세기 쉬웠나요?) 좀 쉬웠어요. 이 돈을 진짜 줄지 몰랐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약 3천7백억 원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직원들에게 두둑한 선물을 챙겨줄 수 있었지만 중국 대다수 노동자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중국 한 취업정보 회사 설문 조사 결과, 연말연시 보너스를 받는 노동자는 약 38%에 그쳤고 액수도 지난해의 85% 수준으로 2년 연속 감소세입니다.
[농민공은 고향 가서 춘제를 보낼 돈이 없다!]
중국 최대 명절 춘제를 앞두고 보너스는커녕 밀린 임금도 제대로 못 받은 노동자들은 귀성길에 오르지 못하고 옥상이나 크레인 위, 회사 로비 앞으로 몰려가 농성 중입니다.
지난해 중국 검찰이 검거한 악의적 임금 체불 건수도 전년 대비 17%나 늘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올 춘제 기간 연인원 90억 명이 움직이는 '인류 역사상 최대 이동'이 이뤄지고, 또 영화 예매도 최단기간 6억 건을 달성했다고 밝히는 등 소비 심리 띄우기에 나섰지만, 중국 노동자 상당수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 뿐입니다.
(영상취재 : 최덕현, 영상편집 : 김종미, 영상출처 : 다샹신원·더우인 @whyyoutouzhele)
세는 만큼 쓸어가는데…"밀린 월급 못 받아" 춘제 양극화
입력 2025.01.27 06:56
수정 2025.01.2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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