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산 부석사로 돌아온 고려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시방세계 부처님과 불보살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합장 정례 하옵고 오늘부터 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상을 100일 동안 봉안하기 전에 삼가 고합니다."
왜구에게 약탈당했다가 절도범이 훔쳐 국내로 들여왔으나 일본 소유권이 인정돼 일본으로 돌아가야 할 고려 불상이 오늘(24일) 고향인 충남 서산 부석사로 돌아왔습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대전)에 보관돼 있던 금동관음보살좌상은 오후 2시 나무함에 담긴 채 무진동 차량에 실려 부석사 설법전에 도착했습니다.
1330년경 부석사에 봉안됐으나 1378년 9월 왜구에게 약탈당한 지 647년 만의 귀향입니다.
35분가량 뒤 불상이 강화유리로 제작된 장에 봉안되는 순간 불상 도착을 학수고대하던 스님들과 신도들의 "관세음보살" 소리는 극에 달했습니다.
부석사는 불상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설법전 안팎에 폐쇄회로(CC) TV 카메라 7대와 열감지기 2대를 설치했습니다.
오후 3시부터는 불상이 돌아온 사실을 부처님께 고하는 고불식이 거행됐습니다.
고불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설정 스님을 비롯한 스님 20여 명과 신도 50여 명 등이 참석했습니다.
불상이 일본에서 머물렀던 쓰시마 간논지(觀音寺)의 다나카 세코 전 주지와 다나카 세스료 현 주지도 부석사를 찾았습니다.
부석사 주지인 원우 스님은 "불상이 그동안 얼마나 이곳에 돌아오고 싶어 했을까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며 "앞으로 일본 측을 설득해 불상을 쓰시마에 가둬놓기보다 교류 전시를 추진하는 등 한국과 일본이 함께 승리하고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일반인들은 25일부터 부처님 오신 날인 5월 5일까지 100일 동안 불상을 친견할 수 있습니다.
매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기도 시간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공개됩니다.
불상은 이후 5월 11일 전에 국립문화유산연구원으로 반환된 뒤 일본으로 떠나게 됩니다.
절도범들이 2012년 10월 간논지에서 훔쳐 국내로 들여온 높이 50.5㎝, 무게 38.6㎏의 금동관음보살좌상 결연문에는 '1330년경 서주(서산의 고려 시대 명칭)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부석사가 2016년 법원에 소유권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2023년 10월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며 불상 소유권이 일본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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