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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톱 다운 협상 시동 걸리나…스몰딜·한 패싱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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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톱 다운 협상 시동 걸리나…스몰딜·한 패싱 우려도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사흘 만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정상외교를 시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3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다시 연락을 취해보겠느냐(reach out)'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I will)이라고 답했습니다.

연락할 시기나 내용 등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도 자신과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며 대화 재개 의중을 내비친 적은 있지만, 이번엔 북미 정상외교를 다시 시도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적어도 2기 정부의 임기 초반에는 북한과 대화 재개를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면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전쟁을 먼저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으며 당분간 여기에 외교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이어가면서 지속해서 한미일에 위협이 되고는 있지만 국지적 성격이 강한 데다 당장 수많은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하는 우크라이나와 중동에 비해 시급한 외교 현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언론 인터뷰나 공개 연설 등을 통해서 김정은 위원장을 치켜세우고, 첫 임기 때 북미 정상외교를 성과로 내세우는 등 북한을 일정 부분 '관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뤄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칭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이 돌아온 것을 반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밤에 열린 군 관계자들을 위한 무도회에선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의 주한미군 장병들과 영상 통화를 하던 중 "김정은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이제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이냐는 것으로 쏠립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우선순위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대화 재개 필요를 느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해 12월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구상을 설명하면서 "북한이 개입하면 그건 매우 복잡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북미 대화를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수단으로 여길 경우 북한에 러시아 무기 지원과 파병 중단을 우선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반면 한미 양국이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견지해 온 북한 비핵화 목표는 상대적으로 뒷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사흘밖에 안돼 아직 공식적인 대북 정책을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 본인을 비롯해 행정부 국가안보팀 인사들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를 포기하거나, 난제인 비핵화보다 쉬운 중간단계의 해법을 찾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는 듯한 뉘앙스를 주는 '북한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핵군축이나 핵동결 등 이른바 '스몰딜'에 나서는 게 아닌지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우려의 배경에는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여건이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월 김정은 위원장을 처음으로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싱가포르 합의를 했을 때와 크게 달라졌다는 현실 인식이 작용합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은 그때보다 훨씬 더 고도화됐으며,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필요한 외화와 물자를 확보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에 더 내성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처럼 비핵화를 단기에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이날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과의 소통 결과, "북핵 환경이 트럼프 1기 때와 달라졌음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김정은을 수차례 언급하면서 이른바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톱다운 방식의 직접 대화에 나설 경우 한국이 협상과정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신임 미 국무 장관이 지난 23일 처음으로 통화해 북핵 문제와 관련해 긴밀한 공조를 약속하기는 했지만, 한국의 계엄·탄핵 정국으로 한미 정상 간 소통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앞서 미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최근 세계경제연구원 초청 화상세미나에서 "트럼프가 집권하고 6개월 이상 한국의 리더십 공백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코리아 패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트럼프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한국과 이야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이 한국을 '패싱'하고 러시아, 북한과 3자 소통을 추진할 가능성도 하나의 시나리오로 상정해 볼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논의를 고리로 전쟁의 주요 당사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파병국인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소통에도 나설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관측입니다.

관건은 김정은이 호응하느냐입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전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와 더욱 밀착하면서 트럼프 1기 때 이뤄진 1·2차 북미 정상회담 때와 달리 김정은을 대화 테이블로 유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인정한 것처럼 북한의 핵능력이 트럼프 1기 때보다 진화했고, 러시아와의 군사·경제적으로 더 밀착해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대북 제재의 우회로도 어느 정도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 만났습니다.

2017년 1기 대통령 취임 뒤 두 사람은 거친 설전을 주고받다가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해빙을 맞으며 가까워질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그해 6월 싱가포르에서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고, 이듬해인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북핵 협상은 결실 없이 '노딜'로 끝났습니다.

하노이에서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 해체를 고리로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트럼프는 미 정보당국이 파악한 '영변 외의 5곳의 핵시설' 리스트를 제시하며 "모두를 해체해야 한다"는 새 제안으로 맞섰고, 협상은 끝내 결렬됐습니다.

이어 같은 해 6월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남북미 정상회담을 한 뒤로 두 사람은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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