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의 피해자 협박 메시지
'자경단'이라는 이름으로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159명을 포함해 남녀 234명을 성착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일명 자경단 조직원 14명을 검거하고 이 중 자신을 '목사'라 칭하며 총책으로 활동한 A(33) 씨를 지난 17일 구속했다고 오늘(23일) 밝혔습니다.
자경단에는 15세 중학생 1명과 고등학생 6명 등 10대 미성년자 11명도 포함됐습니다.
지인의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만들어 제공하는 등 자경단에 포섭돼 사이버 성폭력에 가담한 73명도 특정돼 40명이 검거됐고 1명은 구속 송치됐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20년 5월 자경단을 결성해 남녀 피해자 234명(남성 84명·여성 154명)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만들고 협박과 심리적 지배 등을 통해 성폭행하는 등의 혐의를 받습니다.
피해자 중 미성년자는 159명(남성 57명·여성 102명)입니다.
이번 사건의 피해 규모는 2019년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3배가 넘습니다.
조주빈(29)이 1년간 운영하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의 피해자는 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해 총 73명이었습니다.
경찰은 "A 씨가 박사방과 N번방 사건 등의 범죄를 연구했다"며 "기존의 범죄가 특정 성별만을 대상으로 한 것과 달리 자경단의 범행 대상은 남녀와 나이를 가리지 않았고 무차별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 씨는 소셜미디어(SNS)에서 일명 '지인능욕'에 관심을 보인 남성과 성적 호기심 등을 표현한 여성들에게 접근해 텔레그램으로 신상정보를 확보한 뒤 유포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A 씨는 1시간마다 일상을 보고하고 반성문을 작성하도록 해 피해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습니다.
이를 어기면 벌을 주겠다며 나체 촬영과 자해 등 가혹행위를 강요해 이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했습니다.
"남성과 성관계해야만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10대 피해자 10명을 잔혹하게 성폭행하고는 이를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지시를 따르지 않은 조직원은 다른 조직원에게 유사강간 등 성적 학대를 당했습니다.
경찰은 2023년 12월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자경단을 추적했으나 텔레그램의 비협조 등으로 수사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경찰은 텔레그램 운영자에 대한 입건 전 조사에 착수하는 등 압박과 설득 끝에 지난해 9월 범죄 관련 자료를 회신받았고 이달 15일 A 씨를 경기 성남시 집에서 검거했습니다.
텔레그램이 한국 경찰의 수사 자료 요청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A 씨도 처음에는 진술을 거부했으나 경찰이 내미는 증거들을 보고 "성적 욕망을 해소하려 했다"며 범행 일체를 시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A 씨는 '자신의 통제와 지시를 얼마나 잘 따르는지 시험하다가 선을 넘어버렸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이나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반사회적 인격 소유자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A 씨에게는 범죄단체조직과 청소년성보호법·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19개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경찰은 전날 A 씨를 상대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개최했고 오는 24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할 계획입니다.
(사진=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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