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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2>에 대한 기대와 실망 그리고 혹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이에 대한 평론이 이제는 뒷북처럼 느껴진다. 가장 핫한 혹은 핫했던 시리즈가 겪는 숙명이겠지만, <오징어게임2>에 대한 국내외 평가는 냉혹하다. 출연 배우들의 과거사를 비롯한 구설수까지 잇따르면서 <오징어게임2>의 악재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1위, 전 세계 94개국 1위의 대기록을 세우고 있는 <오징어게임2>, 말 많고 탈 많지만 인기와 화제성은 여전하다.
평단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오징어게임2>를 혹평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서사, 그리고 연기력 논란이다. 첫 번째 문제점은 사실상 속편이 안고 가야 할 숙명이다. '오징어게임'에 참여했던, 피 묻은 돈의 주인공 성기훈이 자신의 울분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기대는 시즌2를 기다린 시간만큼 고조되었다. 그동안 시즌2의 서사 구성과 전개 방식은 모두 스포일러 전쟁과 함께 함구되었던 만큼, 내용 전개를 예상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뚜껑을 연 <오징어게임2>는 성기훈이 다시 '오징어게임'에 참여한다는 사실에서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게임에 다시 한번 참가한다고? <오징어게임>의 전 세계적인 인기의 축은 게임이 준 참신성에 있는데, 또 한 번 반복된 '오징어게임'은 그 자체로 이미 높은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어 놓았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감동 서사를 위해 끊임없이 빌드업되는 참가자 개인의 사연들도 기시감이 느껴진다. 특히 각자의 사연들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모든 문제의 총체처럼 복잡하기만 하다.
<오징어게임> 시즌1이 전 세계적인 흥행을 할 때,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주목한 것은 역시 넷플릭스 자본의 힘이었다. 넷플릭스였기에 가능했던 서사, 몇 년째 묵혀두었던 황동혁의 서사가 빛을 볼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 등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는 창작자 황동혁의 능력이 날개를 달 수 있는 상황과 결부되어 더욱 빛났다. 하지만 시즌1의 호평은 창작자 황동혁에서 제작자 황동혁으로 그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용은 한정적인데, 높아진 기대와 몸값에 부응하기 위해 늘여진 서사와 과도한 의미 부여 등 참신성을 갉아먹는 시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었다. 드라마 공개 직후 진행된 감독의 언론 인터뷰는 냉혹한 평가를 더욱 악화시켰다. 황동혁 감독은 공개된 인터뷰에서 시청자들의 비판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고, 그중 일부 발언은 시청자들에게 불쾌감까지 주었다.
특히 탑의 연기력 논란을 비롯한 일련의 시청자 반응에 대해 "어차피 '물의'는 시간이 지나면 다 잊는다" 식의 발언은 감독의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넘어서,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또 "똥개도 제 집에 오면 50%는 먹고 들어간다는데, (국내 반응은 아니다)" 혹은 "<오징어게임2>가 재미없으면 우울한 사람" 등 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신념을 갖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신념이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듯한 발언으로 이어지고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시청자들의 비판은 작품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중요한 피드백인데 말이다.
시청자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시청자들은 내가 본 그대로 작품을 평가한다. 잘 만들어진 작품은 그 작품에 대한 부연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 화제성만으로 작품성이 입증되지도 않는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보장은 없다.
반대로, 인기와 팬덤의 압박 때문에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작품을 '잘 만들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인기와 작품성은 별개다. 오히려 작품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팬덤과 인기 뒤에 가려져 부정된다면, 더 좋은 작품은 탄생하기 힘들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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