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경호처 창설 60주년 기념행사 영상 화면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생일파티처럼 기획된 2년 전 대통령 경호처 창설 60주년 기념행사에 국군 장병들이 동원돼 장기자랑을 한 정황이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SBS가 입수한 2023년 12월 18일 대통령 경호처 창설 60주년 기념행사 영상을 보면, 검은색 단복을 입은 55경비단 장병 수십 명이 무대 위에 올라 '아리랑'과 군가를 합창하고 군무를 선보입니다.
공연이 끝난 뒤엔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해 "충성! 충성을 다하겠습니다!"라며 경례합니다.
이 공연은 윤 대통령 생일을 맞아 경호처가 '하늘에서 보내주신 대통령'이라며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노래를 만들어 부른 날과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이뤄졌습니다.
55경비단 수뇌부는 경호처 행사가 윤 대통령 생일에 열린다는 걸 인지하고 사실상 대통령 생일 축하 엽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던 정황도 파악됐습니다.
행사 일주일 전인 2023년 12월 11일, 55경비단 간부가 '대통령이 엽서 몇 장을 선정해 읽을 예정'이라며 엽서를 쓰라고 공지했는데, 공지글엔 '행사 당일은 대통령님 생신입니다'라는 참고 설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장기자랑에 동원된 장병들을 관저 경비 업무에서 제외하거나 야간에 따로 불러 최소 2개월 이상 연습시켰던 것으로도 나타났습니다.
행사 전반엔 경호처가 깊이 관여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호처는 55경비단 외에 33군사경찰경호대, 90정보통신단, 그리고 경찰 경호부대에도 장기자랑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사전에 심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경호처 기획관리실장이었던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행사 당일 "합창할 땐 목소리를 화창하게 해달라"며 구체적인 지시까지 내렸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연에 참가한 55경비단은 대통령 관저 외곽 경호를 담당하는 부대입니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이지만 대통령경호법 등에 따라 경호처에 배속돼 지휘와 통제를 받습니다.
마찬가지로 관저 경호 업무를 맡은 33군사경찰경호대, 90정보통신단도 경호처가 지휘합니다.
당시 관저 경호부대에 대한 지휘권을 가진 경호처장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었습니다.
경호처는 해당 행사에 국군장병을 동원한 경위를 묻는 SBS의 질문에 "대통령경호처 및 경호부대 내부 활동에 대해서는 기밀사항으로 확인해 드릴 내용이 없음을 양해바란다"고 답했습니다.
장기자랑에 동원된 경호부대 장병과 대통령 헌정곡을 불렀던 경호처 직원들을 포함해 당시 행사에 참석한 인원은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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