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야구수다 썸네일](https://img.sbs.co.kr/newimg/news/20250117/202030846_500.jpg)
SBS 스포츠취재부 야구조 기자들이 매주 색다른 관점으로 야구를 들여다 봅니다.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뛰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타자들은 공통점이 있다. 당대 최고 수준의 장타력을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강정호와 김현수, 박병호와 이대호, 황재균과 김하성과 이정후까지, 모두 전성기 시절 리그 최고 수준의 장타력을 보였고 국가대표 타선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이정후는 역대 최고 수준의 '콘택트 히터'지만, <야구수다>에서 여러 번 다룬 것처럼 당대 최고 수준의 장타자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2022년 리그 장타율 1위, 순장타율(장타율-타율) 3위가 이정후다.)
즉, 장타력 대신 '기동력과 2루 수비력, 콘택트 능력'이 장점인 김혜성은, 역대 가장 독특한, 전례 없는 유형의 'KBO리그 출신 메이저리거'가 될 것이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계약한 김혜성이 지난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성은 지난 4일 다저스와 3년 보장 1천250만 달러, 5년 최대 2천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사진 : 연합뉴스](https://img.sbs.co.kr/newimg/news/20250117/202030847_500.jpg)
김혜성의 빠른 발과 수비력은 설명이 필요 없는 경지다. 김혜성은 KBO리그 역사상 통산 200도루를 넘긴 '역대급 대도' 28명 중 한 명이다. 이들 중 만 25세 이전에 200도루 고지를 밟은 선수는 단 2명(정수근, 김혜성)뿐이다. 더 놀라운 건 성공률이다. 김혜성의 통산 도루 성공률은 85.1%. 통산 100도루를 넘긴 84명 중 단연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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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만 잘하는 게 아니다. 2017년 데뷔 이후, 김혜성은 '가장 빠르고 공격적인 주자'였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는 '추가 진루 : 최소 진루 가능권보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경우'라는 기록이 있다. 예를 들어 1루 주자가 후속 타자의 단타 때 2루를 넘어 3루까지 가는 경우가 '추가 진루'다. 2017년 데뷔 이후 김혜성은 가능 상황의 27.2%에서 '추가 진루'에 성공했다. 지난 8년간 김혜성보다 자주 '추가 진루'에 성공한 주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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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으로 달리면서도, 실수도 적었다. 전체 주루 상황의 2%에서만 주루사를 기록했다. 추가 진루 시도 빈도가 가장 많은 10명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즉, 가장 자주 '한 베이스 더'를 노리면서, 실수가 가장 적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기간 '주루 득점 기여'도 압도적인 리그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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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루 능력이 'KBO리그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면, 2루 수비력은 '당대 최고'다. 김혜성은 2022년과 2024년, 2루수 부문 '수비 득점 기여' 1위에 올랐다. 고척돔의 인조잔디가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기 전인 2023년까지, 타구 속도를 엄청나게 빠르게 만드는 '내야수들의 악몽'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더욱 인상적인 성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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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매체가 꼽는 김혜성의 3가지 장점 중 마지막, '콘택트 능력'은 '역대급'인 주루와 수비력의 경지만큼은 아니다. 김혜성의 삼진 비율 10.9%(규정 이닝 타자들 중 최소 6위), 콘택트 비율 86.8%(규정 이닝 타자들 중 12위)는 '상위권'이지만 '정상권'은 아니다. 이 정도의 콘택트 능력은 메이저리그에서 어떻게 '변환'될까?
이 칼럼에서 여러 차례 쓴 것처럼, 삼진 비율은 '가장 적은 표본 크기'로도 의미를 갖는 기록 중 하나다. 세이버메트릭스계의 연구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에서 타자의 삼진 비율은 '70타석'이면 안정화되기 시작한다. 즉, 70타석만 보면 이 선수가 얼마나 자주 삼진을 당하는 타자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5년간 메이저리그에서 70타석을 소화하고, 그 직전 혹은 직후 시즌에 KBO리그에서 1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들은 1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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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빅리그-KBO 삼진 비율'의 상관계수는 0.718. 쉽게 말해, '꽤 관계가 많다.' 빅리그에서 '선풍기'였던 타자는 KBO리그에서도 삼진을 자주 당하고, 한국에서 콘택트를 잘했던 타자는 빅리그에서도 삼진을 잘 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KBO리그에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의 삼진 비율을 기록했던 이정후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도 8.2%의, 15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들 중 '타격왕' 루이스 아라에스(4.3%)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삼진 비율을 기록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거다.
바로 위의 <표5>를 보면, KBO리그에서 김혜성(10.9%)과 비슷한 삼진 비율을 기록한 타자로는 페르난데스와 터커, 아수아헤, 김하성, 마차도, 라가레스 같은 선수들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이 직전 혹은 직후 시즌에 빅리그에서 찍은 삼진 비율은 최소 12.2%(2018년 페르난데스)부터 최대 23.8% (2021년 김하성)까지 다양하다. 삼진 비율이 12%대라면 매우 낮은 수준, 23.8%면 대략 리그 평균(22.6%) 정도다. 즉, 김혜성의 삼진 비율은 비관적으로 추정해도 '빅리그 평균 언저리'일 것이 유력하다. (야구 통계 사이트 Fangraphs는 내년 김혜성의 삼진 비율을 16.2%일 거라고 예측했다.)
어쩌면 다저스 구단은, 김혜성의 '지금'보다 '장기 추세'를 눈여겨봤을 수도 있다. 2018년,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 김혜성의 삼진 비율은 25.2%. 리그 평균(18.2%)보다 한참 높고, 3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84명 중 10번째로 높았다. 즉, 김혜성은 리그에서 콘택트 능력이 가장 낮은 타자들 중 한 명이었다. 위에 쓴 대로 '이 나라에서 선풍기는 저 나라에도 선풍기'일 가능성이 높고, '한 번 선풍기는 영원히 선풍기'일 가능성이 높다. 즉, 콘택트 능력은 타자의 몸에 어린 시절부터 새겨지는 '고유한 경향'처럼 보인다. 현재 리그에서 가장 낮은 삼진 비율을 기록하는 타자들 절대다수는, 데뷔 때부터 '콘택트 귀신'들이었다. 허경민, 김지찬, 김선빈, 신민재, 정수빈, 양의지, 권희동, 그리고 메이저리거가 된 이정후 등은 데뷔 시절부터 삼진을 잘 당하지 않았던 타자들이었다.
그러니까 김혜성처럼, 데뷔 때 콘택트 능력이 매우 약했던 타자가 시간이 흐른 뒤 최상위권의 콘택트 능력을 장착하는 경우는 매우 희귀한 케이스라는 거다. 올 시즌 리그 최저 삼진 비율 타자 10명 가운데, 6년 전보다 삼진 비율이 14% 넘게 낮아진 타자는 김혜성(25.2% → 10.9%)뿐이다.
김혜성이 '오직 콘택트 향상'에 주력하느라 장타력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2018년 126.7km/h로 리그 최하위권이었던 김혜성의 평균 타구 속도는, 지난해 135.7km/h까지 향상됐다. 아직 최상위권까지 올라오지는 못했지만,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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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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