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기차역에 도착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가 우크라이나 관리들과 마틴 해리스 주우크라이나 영국 대사(오른쪽)의 환영을 받고 있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가 현지시간 16일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해, 향후 100년에 걸쳐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돕는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한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AP는 스타머 총리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도착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국방·과학·통상 등 분야에서의 '100년 동반자' 조약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조약에는 발트해와 흑해, 아조우해 등지에서 러시아에 맞서 해상안보 관련 공조를 강화하고 드론 프로젝트 등에 협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양국은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약탈한 곡물 등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위한 체제 구축 등에서도 힘을 합치기로 했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이와 별개로 우크라이나 방문 기간 우리 돈 약 710억 원 상당의 전후 경제복구 지원도 약속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스타머 총리와 면담에서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이 이뤄질 경우 우크라이나에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의 군대로 구성된 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타머 총리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날 방문 사실은 언론에 사전 예고 없이 알려졌는데, 이는 전쟁 중인 국가를 우방국 정상이 방문한다는 특수성과 보안 문제 등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우크라이나 최대 원조국 중 하나인 영국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약 22조 8천억 원 상당의 군사원조와 인도적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영국 본토에서는 우크라이나군 약 5만 명이 서방무기 사용 훈련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편, 스타머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진행돼 주목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선거운동 기간 내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제한적인 원조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며 휴전을 통한 신속한 종전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휴전 협상에 나서려면 안전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고, 영국이 이번에 우크라이나와 '100년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는 것은 그런 안전보장 방안을 제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AP는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안전보장 문제와 관련해 이미 역사적으로 뼈아픈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소련이 붕괴한 뒤인 1994년 체결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과 영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 주권을 보장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각서'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고, 8년 뒤인 2022년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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