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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하던 아이들 데리고 뛰었어요" 대피자가 전한 아찔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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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하던 아이들 데리고 뛰었어요" 대피자가 전한 아찔한 순간
▲ 성남 야탑동 복합건축물 화재

"'불이야' 소리를 듣자마자 수영장에서 수업받던 아이들을 데리고 뛰었어요."

지난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복합상가건물 BYC 빌딩 화재 현장에서 대피한 40대 김 모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김 씨는 화재가 발생했던 오후 4시 30분 이 빌딩 지하 1층에 있는 수영장에서 수업받는 아이들을 보살피는 보조 강사로 근무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른과 어린아이들이 수영 강습을 받으며 여유를 즐기던 이곳 수영장에서의 평화로운 풍경은 수영장 관계자 B 씨가 외친 "불이야" 소리에 한순간에 뒤바뀌었습니다.

김 씨는 큰 소리로 화재 사실을 알려 수영하던 아이들을 수영장 풀에서 나오게 한 뒤 이들을 데리고 비상계단을 향해 무작정 달렸습니다.

"불이야"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리니 밀폐된 수영장에 이미 타는 냄새가 진동을 했고 갑작스러운 사태에 많은 아이가 울음까지 터뜨려 아수라장과 같은 상황을 방불케 했다고 김 씨는 전했습니다.

김 씨는 "미처 수영복을 갈아입을 새도 없어 다수가 간단한 옷가지만 걸친 채 비상계단으로 뛰어갔다"며 "이미 위층에서 까만 연기가 쉴 새 없이 내려오고 있어 모두 아래층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습니다.

수영 강사와 성인 및 어린이 이용객, 주변에서 대기하던 아이들의 부모 등 수십 명이 계단을 내려갈 땐 이미 바로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욱한 연기가 깔려 있었다고 합니다.

수영장에서 대피한 이들은 지하 3층 주차장으로 대피해 한동안 모여 있다가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됐습니다.

이들은 소방대원들이 나눠준 산소 호흡기를 착용한 채 비상계단을 올라 바깥공기를 마신 뒤에야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김 씨는 "밀폐된 수영장에 아이들을 비롯한 인원이 많이 모여 있던 상황이라서 대형 인명 피해가 나지는 않을지 걱정이 컸는데 크게 다친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들었다"며 "정말 다행스럽다"고 했습니다.

김 씨 등 지하에 있던 이들이 불을 피해 아래층으로 대피했던 때와 비슷한 시각, 같은 건물 지상층에 있던 사람들 상당수는 옥상으로 대피해 목숨을 구했습니다.

당시 이 건물 6층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던 이 모(35) 씨는 화재경보기가 울리자마자 동료 직원들에게 불이 난 사실을 알린 뒤 다 같이 비상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대피했습니다.

이 씨는 "화재경보기가 울렸을 때까지만 해도 '잘못 울린 건가' 싶었는데 비상계단 두 곳에서 까만 연기가 치솟는 것을 보고 '진짜 불이 났구나' 싶었다"며 "바로 사무실에 들어가 화재 사실을 알린 뒤 함께 대피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비상계단 두 곳 중 연기가 그나마 덜한 쪽을 택해 같은 층에서 일하던 다른 업체 사람들과 다 같이 뛰어 올라갔다"며 "이후 옥상에서 수십 분가량 대기하다 보니 소방대원들이 구조하러 왔고, 이후 비상계단을 통해 대피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옥상에서 몇몇이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며 겁에 질린 모습도 보였지만, 큰 혼선은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6층에 있다가 이 씨와 함께 옥상으로 대피했던 박 모(37) 씨는 "비상계단 아래층에서 이미 얼굴이 새카맣게 그을린 사람들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보니 겁이 났다"면서도 "모두 질서 있게 옥상까지 대피해 차분히 기다리다 보니 구조 작업이 이뤄졌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화재는 오후 4시 37분쯤 분당선 야탑역 인근 BYC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불은 1시간여 만인 오후 6시 1분 모두 꺼졌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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