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온라인을 통해 성적인 욕설을 전송해도 '성적 욕망'이 인정되지 않으면 성폭력 범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A 씨는 2021년 3월 온라인 게임 도중 상대방 B 씨에게 그의 부모와 관련된 성적인 비하 메시지를 다섯 차례가량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과 2심은 A 씨에게 '성적 목적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다고 보고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합니다.
'성적 욕망'에는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등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는 욕망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두 사람이 전혀 모르는 사이로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B 씨가 '게임을 망치고 있다'며 비난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자 A 씨가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 메시지를 보냈다고 봤습니다.
또 A 씨가 메시지를 한 번에 전송한 게 아니라 B 씨와의 말다툼 과정에서 감정이 격화하면서 한 문장씩 전송한 것으로 봐 '성적 욕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A 씨가 전송한 메시지에 B 씨의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모멸감을 주는 표현이 섞여 있기는 하나, 다툼 과정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게 주된 목적이었을 뿐, 상대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고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고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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