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영 기자는 '와인의 나라' 프랑스 파리 특파원을 역임했고 와인 전문가 과정인 WSET LEVEL3와 FWS(French Wine Scholar)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연말연시를 맞아 가족들과 파티를 계획하시는 분들 많습니다. 저희는 지난 주말 집에서 회를 배달시켜 실컷 먹었습니다. 식구들이 모두 회를 좋아하는 데다가, 대부분의 송년 모임이 와인과 함께 고기를 먹는 경우가 많아서 '생선회' 메뉴는 신선했습니다. 저는 추운 겨울이 오히려 회를 먹기에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와 곁들여 먹기 좋은 와인으로 제가 고른 것은 프랑스 상세르 화이트와 알자스의 피노 그리입니다. 저녁 횟감은 겨울이 제철인 참돔과, 농어, 광어, 그리고 갑오징어였습니다.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프랑스 루아르의 상세르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은 톡 쏘는 듯한 아로마와 구스베리와 시계꽃 열매의 강렬한 풍미에 산도까지 높아서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반면 상세르의 소비뇽 블랑은 뉴질랜드와 비교하면 은은한 풍미를 갖습니다. 파란 사과, 레몬 제스트, 자몽, 파인애플 같은 산도가 높은 과일 풍미에 흙냄새 같은 미네랄리티가 느껴집니다. 오크 숙성을 안 하고 빨리 먹는 와인이라 색도 엷은 편이고요. 산도가 높아서 식전주로, 전식과 곁들이면 좋습니다. 그래서 우린 상세르로 시작했습니다.
소비뇽 블랑은 기본적으로 아로마틱한 향을 지닌 포도 품종이라서 와인을 만들 때도 이 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합니다. 그래서 오크통 숙성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또한 산도가 높은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 젖산 발효 과정도 거치지 않습니다. 때문에 샤도네이로 만드는 부르고뉴나 미국의 화이트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토스트나 버터향을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대신 신선한 과일향이 다양하게 느껴집니다.
프랑스 알자스의 피노 그리
생선회와 먹기 위해 제가 고른 알자스 피노 그리는 초록 과일보다는 복숭아, 배 같은 좀 더 부드럽고 달콤한 과일향에, 견과류와 꿀향도 느껴지면서 부드럽고 살짝 단맛이 납니다. 상세르보다 산도는 낮아 부드럽고, 알코올 도수는 좀 더 높아 묵직한 바디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17년 빈티지라 병 숙성도 어느 정도 진행돼, 색깔도 좀 진한 편이고요. 오크 숙성을 살짝 한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한국식 회는 쌈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하니까 이렇게 약간 달콤한 향에 바디감이 묵직한 화이트도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굴에는 샤블리, 왜?
생선회와 잘 어울리는 와인들은 이 밖에도 독일, 호주 등지의 리슬링과 스페인의 알바리뇨, 이탈리의 모스카토와 소아베, 그리고 프랑스 루아르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많이 생산되는 슈냉 블랑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 과일향 위주로 오크 숙성하지 않고 만들어서 빨리 마실 수 있게 한 화이트 와인들입니다.
생선회와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은 오크 숙성을 하지 않는 와인을 고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오크 숙성을 통해 만들어지는 훈연향이나 바닐라향은 생선의 비린 맛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좋은 회를 먹는다고 해서 값비싼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을 고를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은 대부분 좋은 오크통을 이용해 숙성시키고, 앙금 접촉을 통한 젖산 발효 과정까지 거치면서 산도는 낮아지고, 부드러운 바닐라향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생선의 비린 맛을 더욱 부채질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대신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은 버터, 후추 등으로 간을 한 서양식의 익힌 생선 요리와 같이하면 좋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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