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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향응 구설' 미 연방대법관, 30년간 수백만 달러 선물 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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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향응 구설' 미 연방대법관, 30년간 수백만 달러 선물 수수
기업인들로부터 '공짜 여행' 등 다수의 향응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촉발한 클래런스 토머스 미국 연방대법관이 30년간 수백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사실이 상원 조사로 드러났습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상원 법사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개월간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법사위는 조사를 통해 토머스 대법관이 공화당 후원자인 텍사스의 억만장자 할런 크로에게서 공짜 비행기 및 요트 여행 등을 제공받은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습니다.

이는 지난해 비영리 인터넷 언론 '프로퍼블리카'가 보도한 토머스 대법관의 향응 수수 의혹에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입니다.

당시 프로퍼블리카는 연속 보도를 통해 토머스 대법관이 크로를 비롯한 지인들로부터 바하마 요트 크루즈, 자가용 비행기, 헬리콥터와 호화 리조트, 스포츠 경기의 VIP 관람석 등을 제공받았다고 폭로했습니다.

일련의 보도로 대법관들의 도덕성 논란이 촉발되면서 이번 법사위의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다만 공화당 의원들은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법사위는 보고서에서 "토머스 대법관이 받은 선물의 숫자, 가치, 사치스러움은 현대 미국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법사위는 또 토머스 대법관이 2004년 에이브러햄 링컨 흉상 등을 받은 사실이 언론 보도로 공개된 이후 판사들의 선물 수수 사실을 공개하도록 규정한 연방법을 어겼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그의 부인인 지니 토머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20년 대선 불복 운동에 가담했다며, 이에 따라 토머스 대법관은 이듬해 1월 발생한 '의회 폭동' 등 관련 사건과 이해 충돌 관계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사위는 보수 성향인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도 2008년 헤지펀드 운영자인 억만장자 폴 싱어 등으로부터 하루 1천 달러(약 145만 원) 상당의 알래스카 낚시 여행을 제공받은 뒤 '개인적 호의 제공'에 해당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예외 조항을 악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역시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불복 주장 및 의회 폭동 관련 사건을 회피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보고서에 담았습니다.

법사위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사법부의 자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미국의 사법 행정 기구인 '사법회의'가 지난 9월 개인적 호의 제공에 관련한 예외 규정을 명확히 한다며 수정했지만, 오히려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나 향응 등은 신고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줌으로써 오히려 사법 윤리를 약화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사위는 이에 따라 판사 재산공개 강화, 규정 집행 의지 제고 및 인원 충원 등 사법회의 개혁도 필요하다고 요구했습니다.

딕 더빈(민주·일리노이) 상원 법사위원장은 "어느 때보다도 대법원이 스스로 초래한 윤리적 위기에 빠져 있는지 알 수 있게 됐다"며 "억만장자 아첨꾼 무리의 손아귀에서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밝혔습니다.

토머스 대법관은 조사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의 친구인 마크 파올레타 변호사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토머스 대법관과 얼리토 대법관을 겨냥한 표적 조사였다며 "조사는 결코 '윤리'에 관한 것이 아니고, 대법원의 기반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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