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 연구팀이 남극의 두꺼운 해빙 아래 또 다른 얼음층 속에서 수없이 많은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단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했습니다.
물고기들이 얼음을 집처럼 이용하고, 사이사이에 알도 낳는 모습이 포착됐다는데 정구희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얼음의 땅 '남극'.
여기 두께가 3m나 되는 거대한 해빙, 즉 바다 얼음이 있습니다.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구멍을 특수 장비로 뚫습니다.
잠수부가 입수하자 얼음 밑 바다에서 칼처럼 날카로운 얼음 조각들이 보입니다.
더 깊게 내려가자 얼음 조각들은 10m 두께로 뒤엉켜 달라붙은 형태로 거대한 군집을 이룹니다.
바로 그 얼음 군집 속에서, 수없이 많은 생명체가 꿈틀거리는 모습이 사상 처음 포착됐습니다.
'바다의 천사'란 별명의 클리오네, 즉 '고둥'부터, 극지의 작은 물고기까지.
'남극의 비밀 서식지'가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물고기가 얼음을 마치 집처럼 이용합니다.
얼음 군집의 존재 자체는 1905년 학계에 보고됐지만, 우리나라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그 안의 생태계를 세계 최초로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얼음 속 물고기의 알들을 채집해 부화시키는 데도 성공했는데, 남극의 펭귄들이 주로 먹는 '남극은어'로 확인됐습니다.
[김상희/극지연구소 생명과학연구부 : 실버피쉬(남극은어)가 심해어거든요. 연어처럼 심해에 살다가 먼바다에서 알을 낳을 때는 이 해빙생태계에 와서 알을 낳는다는 걸 알 수가 있었죠.]
이 얼음 군집은 초록색을 띱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성 플랑크톤 때문인데 이들을 잡아먹은 동물들의 사체가 가라앉으면서 탄소를 심해에 저장하게 됩니다.
남극 바다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전체 바다의 40%나 됩니다.
남극 해빙 아래 얼음층이 줄어들면 온실가스 흡수량까지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이번 겨울,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얼음 군집 속 생물들에 대한 표본화 작업을 벌이는데, '비밀의 얼음 생태계'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도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 영상편집 : 이상민)
[단독] 비밀의 '얼음 생태계'…한국 연구진 최초 발견
입력 2024.12.16 20:58
수정 2024.12.16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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