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올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살펴본 통계가 새로 나왔죠. 가구 빚이 사상 처음으로 줄어든 걸로 나왔는데, 그 이유가 좀 의외라고요.
<기자>
3월 초를 기준으로 하는 조사이기 때문에, 사실 시차는 좀 있지만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통계라서 아주 실시간으로 보기는 힘듭니다.
그래도 정부 정책 같은 걸 세울 때 가장 기본으로 참고하는 공식 자료이기 때문에 한 번 살펴보는 게 의미가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가구당 빚 평균 부채가, 가구당 9천 128만 원인 걸로 나와서요.
지난해보다 0.6%가 줄었습니다.
가구당 평균 부채의 규모가 줄어든 건 사상 처음으로 나타난 모습입니다.
기록적인 가계부채가 내수 부진의 큰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상황에서 잘 납득이 가지 않는 결과죠.
평균에 함정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계 빚이 줄었다기보다는, 그만큼 아직 빚을 많이 내지 않은 청년 1인 가구나 고령 가구가 늘어난 게 원인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예전 같으면 젊어서 졌던 빚을 다 갚고 자녀와 함께 생활했을 노인이나 부모님 집을 떠나서 자취하는 대학생, 직장인 이런 사람들이 1인 가구로 분화되면서 가계부채 전체를 가구 수로 나누면 줄어들어 보이게 됐다는 겁니다.
다만 지난 1년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산과 소득이 불어나는 속도가 빚이 불어나는 속도보다 더 빨랐다고 볼 수는 있는게요.
평균 자산과 소득은 이렇게 늘어난 1인 가구들을 포함해서 n분의 1로 나눠봐도 확실한 증가세를 그렸습니다.
소득은 전체적으로 비교적 고르게 올랐는데요.
자산에서는 부자들이 좀 더 부자가 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평균이 증가했습니다.
<앵커>
이 통계를 보면 가구소득이 늘어난 폭은 꽤 큰데, 그중에서 2030 가구는 좀 예외였네요.
<기자>
일단 평균 연 소득을 보면 가구당 7천 185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에 비해서 6.3%, 매달 35만 원 정도씩 늘어난 꼴이어서요.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1년 이후로는 가장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이런 통계에서 제일 많이 물어보시는 게 세전이냐, 세후냐인데 친절한 경제뿐만 아니라 다른 기사를 보실 때도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늘 세전이 기준입니다.
하지만 평균은 흐름을 보느라 보는 숫자지, 바로 우리 집에 대입하면 거리감이 느껴지죠.
1인 가구를 포함해서 우리나라의 집들을 쭉 한 줄로 늘어세웠을 때, 딱 가운데 오는 집의 연간 소득 딱 중간 소득은 5천681만 원이고요.
많이 궁금하시는 대로 세금 같은 거 다 빼고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보면 전체 가구의 42% 가까이가 연간 4천만 원 미만입니다.
그리고 39세 이하에서는 가구 소득이 1년 전보다 1.1% 늘어나는 데 그쳐서요.
8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이것도 2030세대에서는 아직 학생인 경우처럼 소득이 낮거나 아직 없는 1인 가구가 크게 늘고 있는 게 주된 이유라고 통계청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라기에는 최근 고용 상황을 봤을 때 특히 청년층의 고용률이 낮아지고 있는 현상도 무관하게 볼 수 없을 걸로 분석됩니다.
가구당 자산은 평균이 5억 4천 22만 원이었는데요.
사실 딱 중간 수준의 집을 다시 보면 3억 645만 원 정도입니다.
다만 자산 격차는 소득과 달리 좀 더 벌어지는 모습이 뚜렷했습니다.
상위 순자산 20% 가구의 평균 자산은 16억 2천 291만 원 수준이어서요.
하위 20% 가구 순자산의 42배에 달했습니다.
1년 전엔 39배 수준이었는데, 그 격차가 더 벌어진 겁니다.
<앵커>
이 통계가 매년 발표되는 거죠. 이 통계가 예산도 꽤 들어갔을 거고, 여러 기관이 참고할 중요한 자료일 텐데 이게 발표 날짜가 처음으로 연기가 됐네요.
<기자>
사상 초유의 일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지난 5일에 나오기로 돼 있었던 통계였는데 9일로, 어제로 미뤄졌습니다.
계산이 잘못된 데가 있었다는 건데요.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워낙 광범위하게 파악하는 조사다 보니, 가구당 일일이 파악이 어려운 특정 정보들에 대해서는 정보가 있는 집의 자료를 가지고 산식을 만들어서 정보가 없는 집에 대해서도 추정하는 방법을 쓰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산식에 애초에 장기요양보험료 정보를 잘못 집어넣은 걸 뒤늦게 발견했단 겁니다.
통계청이 자료 작성의 체계를 한 번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일인데요.
다만 혹시 계엄 사태와 관련 있는 일이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이미 한 달 전에 있었던 실수를 뒤늦게 발견한 거다,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친절한 경제] 평균 420만 원씩 소득 늘었다는데…2030 가구는 예외?
입력 2024.12.1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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