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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폐기…이제 대혼돈의 시작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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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빡!종원]
스프 귀빡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대한민국은 생존한 모든 세대가 계엄을 경험한 국가가 됐습니다. '내가 살면서 이런 일을 겪다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역사에 남을 사건이 또 벌어진 겁니다.
스프 귀빡이렇게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기 하루 전까지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는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었습니다. 부친 고향인 충남 공주 산성시장을 찾은 윤대통령은 자신을 환영하는 시장 상인들을 보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시장 방송 부스에서 1일 DJ를 하면서는 이렇게 상인들을 격려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 계엄 발표 D-1 (12월 2일)
"여러분들 많이 힘드시죠? 정부도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하여튼 그렇게 시간이 좀 많이 걸립니다. 저희들을 믿고 여러분들 용기 잃지 마시고 힘내 주시길 바랍니다. 아주 열심히 여러분들 사기 잃지 않고 힘내실 수 있도록 대통령으로서 아주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여러분들 저 믿으시죠?"

스프 귀빡상인들은 분통을 터뜨립니다. 어떻게 자신을 믿느냐고 해놓고는 이런 짓을 벌일 수 있느냐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계엄 선포 이후 손님 발걸음이 뚝 끊기면서 그렇잖아도 줄어드는 매출이 더 줄었다고 막막해합니다.

그리고 계엄선포를 한 12월 3일 당일 오전에는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11년 만에 정상회담을 위해 국빈방문을 했습니다. 오전에 악수를 하고 오찬을 한 윤 대통령은 그날 밤 10시 27분 갑작스레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남의 나라 계엄이 선포되는 걸 현장에서 목격하게 된 겁니다.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계엄 선포 다음날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사하다, 일정대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원래는 수리온을 둘러보는 등 K방산 협약을 논의하려 했지만 이 일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계엄 선포 직전 30시간만 대충 살펴본 게 이 정도인데, 이 이외에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정말 많은 분야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계엄이 선포된 직후 전국 편의점에서 통조림 판매량이 300% 넘게 증가했다고 하니, 한밤 국민 불안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나타내는 대목이죠. 오늘은 계엄이 선포되고 해제되기까지 6시간, 이 짧은 시간 동안의 사태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짐을 지웠는지에 대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환율

스프 귀빡모든 전문가가 입을 모아서 가장 우려하는 게 환율입니다. 사실 이 달러 강세는 계속해서 지속이 되던 현상입니다. 우리나라 원화는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가치가 좀 더 낮게 책정되는 경향도 있었고요. 하지만 그래도 목표치가 있었습니다. 정부는 환율을 1,300원대 후반에서 1,400원대 초반 박스권 안에 가둬두는 걸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계엄 선포 직후 1,440원까지 올라갔습니다. 환율 저항선이 있는데 그게 1,450원입니다. 이 1,450원을 넘어 서면 연쇄 효과가 이어지면서 순식간에 1,500원을 돌파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우리 경제는 급격하게 무너지게 됩니다. 정말 다행히 이 티핑포인트를 넘기기 전에 계엄 사태가 끝이 났습니다만, 문제는 향후 장기간으로 볼 때 환율이 결국 정부의 목표치를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최소 2~3%는 더 오를 것이라는 겁니다.

환율을 결정짓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수출 현황과 내수 시장 상황, 그리고 국가 브랜드, 즉 신용 같은 것 들입니다. 사실 이 모든 게 그리 좋지 않았는데 계엄 사태는 여기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습니다.

먼저 수출은 계속해서 좋지 않았습니다. D램 가격 떨어지고, 수출 실적도 떨어지고, 최근 나오는 수출 관련 지표가 어려웠습니다. 그렇다면 내수가 받쳐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최근 내수 시장도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최근 정부가 재정을 푸는 쪽으로 정책 전환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계엄 사태가 벌어지면서 내각이 전원 사의를 표명하는 등 극도의 혼란에 빠져들었습니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행정이 실종됐다라는 건 정부 재정을 쓸 수가 없게 됐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내수시장이 길고 긴 암흑기 터널에 들어설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나 탄핵 열차가 출발을 했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20주 연속 촛불집회가 열렸던 2016년의 상황처럼 우리나라의 모든 이슈가 탄핵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즈음에서 2016년 상황을 볼까요? 탄핵 시국이 본격화 한 2016년 4분기를 보면 소비 증가율이 0.2%에 그쳤습니다. 이게 한 분기 전보다도, 그리고 전년도보다도 크게 하락을 한 수치입니다. GDP 성장률도 전 분기 대비 0.2%포인트 둔화했습니다. 그런데 그나마 이때는 계엄 선포와 같은 돌발 상황은 없었을 때입니다. 서서히 탄핵 열기가 달아올랐던 반면, 이번에는 정말 전 세계 그 누구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로 갑작스레 정국이 탄핵 열차에 올라 타 버린 겁니다. 따라서 이런 국면이 길어지면 소비심리가 가라앉으며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제일 큰 문제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국가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겁니다. 국가의 이미지는 곧 신용입니다. 아직 S&P나 무디스 등이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고 있지만, 벌써 슬슬 정치적 불안정성이 지속되면 신용등급을 하락하겠단 말이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의 일탈도 문제이지만, 문제는 이런 돌발 행위를 막을 국가 시스템이 전혀 없었다는 게 드러났다는 겁니다. 만약 미국의 바이든이 계엄을 선포하겠다고 했다고 가정해 보죠. 백악관 보좌진이 그렇게 두지 않았을 겁니다. (2기 트럼프는 모르겠습니다.) 수석들 모르게 계엄을 선포한다는 게 용산 시스템이 얼마나 대충 돌아가고 있었는지에 대한 반증인 겁니다. 대통령 개인이 뭘 하건 제동이 안 된다는 건데, 이런 시스템의 부재가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에 대한 신뢰를 한순간에 부술 수 있단 겁니다. 이 자체가 이미 한국 경제에 엄청난 비용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환율이 올라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일단 지금도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자재 가격이 많이 비싼 편입니다. 최근 카카오 가격 폭등으로 과자나 디저트 가격이 크게 오르는 현상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런 식으로 국내 물가 상승을 가속화시키게 됩니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 GDP를 깎아먹는 효과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경상 GDP는 2조 달러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 GDP는 달러로 표시됩니다. 즉,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정부가 목표로 했던 것보다 2~3% 오르게 된다면, 반대로 우리 GDP는 2~3% 깎이는 효과를 가지고 옵니다. 그게 약 400억 달러 정도 된다고 한다면, 한화로 따졌을 때 60조 정도의 경제 손실을 보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달러가 비싸지면 반대로 수출은 유리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오는데 그것도 다 옛날 얘기입니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만 따져 보자면, 자동차 같은 경우는 원 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해외 법인들이 흡수를 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딱히 유리하다고 할 수 없고, 반도체 같은 경우도 계약 단가로 수익이 결정되는 거지, 외환 경쟁력이 반도체 경쟁력과 연결되지는 않는 상황입니다. 즉, 예전에는 J커브 효과라고 해서 달러 환율이 강해지면 처음에는 무역수지가 떨어지는 듯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개선이 되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 상황입니다.

주식 시장

환율 다음으로는 주식 시장이 걱정입니다. 다만 계엄 사태 이전에도 한국 주식을 외국 투자자들이 꾸준히 던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2024년에 비상계엄이라는 엄청난 사태에 비하면, 이후 외국인의 팔자세가 눈에 띄게 더 강해졌다고 얘기할 순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코스피 지수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최악은 아니란 얘기도 나옵니다. 선물의 경우도 외국인들이 사들이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주식이 곧 다시 반등할 거란 기대감을 나타낸다고 보는 분석도 있습니다. 금융 당국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해 충격이 크지 않았다며, 유동성을 무한대로 공급해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당장 하루에만 10조 원이 넘는 유동성이 공급된 것으로 드러났고, 일각에서는 150조 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될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만약 그렇다면 150조 원짜리 계엄이 되는 셈이죠.

이런 정부의 유동성 공급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는 용도입니다. 정부가 여전히 돈이 많고, 시장에 언제든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기적 조치이죠.

다만, 공급되는 돈은 원화입니다. 원화가 시장에 풀리면 원화의 가격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고 환율은 오히려 오르는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즉, 유동성을 푸는 것이 가장 심각하다고 받아들여지는 환율을 잡기 위한 조치는 아니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수단인 것이죠.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폐기됐습니다. 어찌보면 이 결과가 금융권이 가장 우려했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율이 됐든 증시가 됐든, 이 정도 선에서 막을 수 있었던 건 그래도 빠르게 계엄 사태가 수습됐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장은 향후 정치적 혼란이 어디까지 번질까를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일단 대통령의 탄핵이나 직무정지는 이 '혼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평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나라는 2016년에 대통령 탄핵을 경험해 봤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통령은 직무 정지가 됐지만, 대통령의 직무를 대신할 총리가 있었고, 내각도 큰 탈 없이 돌아갔습니다. 시스템이 작동하며 정부는 정부대로 할 일을 했었죠. 그래서 이번에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이는 이미 반영이 됐지, 새로운 혼돈으로 보지 않을 거란 말이 나옵니다.

진짜 문제, 진짜 혼돈은 대통령이 있다 하더라도 내각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비상계엄 다음 날 내각 총 사퇴 얘기가 나왔습니다. 지금도 이미 대통령이 직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된 행정부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외신도 이번 탄핵 표결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면 한국 경제가 나아질 것이란 예견을 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탄핵안은 결국 폐기됐죠. 그렇다고 현재 정부가 제 역할을 하고 있지도 못 합니다. 극도의 혼란 사태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무척 높아진 겁니다. 실제로 미국의 신용평가 그룹인 S&P는 계엄 사태 바로 다음 날 한국의 신용등급을 유지할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무디스 등은 정치적 혼란이 계속된다면 한국 신용등급을 내릴 것이라고 얘기하고 나섰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진정한 경제 혼란이 시작될 것이란 얘기가 나옵니다. 특히나 S&P나 무디스, 피치 등의 신용평가 기업들은 미국에 있으며, 미국 정부의 입김이 실제로 크게 작용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최근 이번 계엄 사태를 놓고 우방국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미국 정부의 이런 표현 자체를 이들 신용평가 기업들이 일종의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 있단 우려도 하고 있습니다. 금융권은 그러다 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어차피 대통령 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라리 빨리 탄핵안이 통과되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에 훨씬 유리하단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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