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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어렵게 대출 브로커 A씨가 작성했다는 이면 계약서를 입수했습니다. 개원 예정 의사에게 1억 5천만 원을 빌려준단 내용입니다. 단, '대출 기간은 보증서 발행일까지', '이자는 대여금의 2%로 한다'고 쓰여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가 발행될 때까지, 잔고 증빙에 필요한 자금 1억 5천만 원을 일시적으로 빌려주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계약서는 올해 1월 작성됐습니다. 지난해 한의원 프랜차이즈 사건이 터지고 나서도, 브로커들이 아랑곳 않고 불법 대출을 알선하는 겁니다. 취재진은 여전히 공공연하게 불법 대출 알선이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제 개원을 준비하는 의사들과 함께 직접 대출 상담을 신청해봤습니다.
'펀딩' 통해 허위 잔고 증빙…"자금세탁해야"
취재진은 먼저 위 계약서를 작성한 브로커 A 씨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 모습을 드러낸 A씨는 본인을 20년 동안 활동해온 대출 상담사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명함 2개를 취재진에게 건넸습니다. 하나는 'OO은행 연계 위탁 법인 소속 대출 상담사', 또 하나는 'OO파트너스 이사'로 소개되어있었습니다. 명함이 두 개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OO파트너스 이 명함은 어디에 올리시면 안돼요. 제가 대출 상담사를 더 오래 일을 해왔는데, 사업자를 새로 낸 이유가 사실 (신용보증기금) 보증서 대출을 진행해야하는데 이렇게 진행하면 원래 안 되는 거거든요."
- 브로커 A씨-
자신이 속한 은행 위탁 법인이 모르게 '보증서 대출'을 진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불법 행위이다 보니, 회사 몰래 개인 사업자를 낸 것입니다. A씨는 취재진에게 자금 상황을 물었습니다. 8억 원 가량 필요하다고 하자, A 씨는 4억 원은 일반 은행 대출로, 나머지 4억 원은 보증서 대출을 받아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용보증기금에서 4억 원을 보증 받으려면 4억 원이 있다는 걸 증빙해야하는데, 부족한 자금은 '펀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간혹 원장님들 중에 본인 자금이 없으신 분들도 많아요. 현금으로 3-4억 원씩 갖고 계신 분이 많지 않아서. 부족한 자금을 채우려면 일정 금액도 '펀딩'하는 게 좋겠죠."
"보증서 대출을 4억 원을 받기 위해선 자기 자본이 4억 원이 있어야 돼요. 3천만 원은 있으시다했으니, 나머지 3억 7천만 원에 대해서는 펀딩을 받아야겠죠. 그 수수료는 2%로 생각하셔야하고, 제가 진행해드리는 컨설팅 4억 원에 대한 1%는 따로 내셔야해요."- 브로커 A씨-
이른바 '쩐주'로부터 일시적으로 돈을 빌려 오자는 겁니다. 대신, 쩐주에게는 수수료 2%를 납부해야하고, 본인에게는 컨설팅 비용으로 1%를 지불해야한다고 했습니다. 즉, 쩐주로부터 잠깐 돈을 빌리는 대가로 740만원, A씨로부터 컨설팅 서비스를 받는 비용으로 400만원을 내야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자금 세탁'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타인으로부터 받은 자금, 즉 상환 의무가 있는 돈은 자기자본으로 인정이 안 되기 때문에, 쩐주가 부모님이나 배우자 등 다른 계좌를 거쳐서 송금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거는 사실 본인 자금이 아닌거죠. 사실 어떻게 보면 legal(합법)은 아니에요. 합법적인 부분은 아닌데."
"돈도 그냥 원장님 통장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고 제가 말씀드렸죠. 3억 7천만 원을 받아서 돌려야하거든요. 아직 미혼이시니까 부모님한테 들어갔다가 한 번 더 다른 계좌 거쳤다가 말 그대로 자금 세탁을 해야죠. 아버지한테 받은 것처럼."- 브로커 A씨-
A 씨는 자신 말고도 알선을 하는 브로커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수수료가 비슷하냐는 질문에 "간혹 짜게 받는 업체들이 있는데 거기는 문제점이 있다. 원장님이 원하는 인테리어나 의료장비를 못 한다"며 "그 조건으로 싸게 해주면 그만큼 상담사들이 중간에서 다 돌려받는 거라 미끼 상품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브로커들은 의료기기나 인테리어 업체를 중간에 두고 같이 수수료 장사를 한다는 설명입니다.
'업 계약서'로 비용 부풀리기까지
다른 브로커들은 어떨까요. 취재진은 인터넷에 '개원 컨설팅'을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업체에 문의해봤습니다. 이 업체는 신용보증기금 대출이 필요하다고 말하니, "신보 대출은 외부에서 상담하기가 좀 그렇다"며 업체 사무실에 직접 방문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업체 요청대로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취재진을 맞이한 브로커 B씨는 해당 업체가 여러 은행 상담사들이 모여서 만든 곳이라며 안심하고 믿어도 된다고 운을 띄웠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자본이 없는 분들의 현금성 자산을 증빙하는 걸 도와주는 일을 전문으로 한다'고 소개했습니다. 허위잔고 증빙을 해주는 대신 수수료는 총 2%를 받고, 필요한 만큼 금액 '뻥튀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저희가 제일 잘하는 역할은 뭐냐면 저희 업체에서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장비 업체랑 마케팅 업체가 있어요. 여기랑 매매 계약서를 써서 장비가 1억 원이 아니라 더 장비가 많이 들어가서 자금 용도로 쓰인다는 것들을 저희가 증빙을 할 거예요. 그런데 사실은 선생님이 실질적으로 맺는 장비 업체가 있을 거잖아요. 이거는 우리가 신용보증기금 제출용으로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이 계약서를 썼을 때 저희는 해지 계약서도 같이 씁니다,"
- 브로커 B씨-
다시 말해, 업체가 보유한 장비업체 등 사업자를 활용해서 허위로 '업 계약서'를 작성한다는 겁니다. 비용이 부풀려진 계약서를 토대로 신용보증기금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더 많은 대출 보증을 받아낼 수 있는 일종의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은 허위잔고증빙을 통해 대출을 받아 운영을 하다가, 혹여나 병원 운영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 물었습니다. B씨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100% 보증서다 보니 병원에 문제가 생겨서 폐업을 한다 하더라도 은행에서는 책임을 안 져요. 100% 다 신용보증기금 애들이 책임을 져요."
"OO 팀장이 '키맨'을 많이 소개"…신용보증기금 직원 관리 정황
취재진이 만난 브로커들은 공통적으로 신용보증기금 직원과의 친분을 경쟁력으로 내세웠습니다. 지난해 프랜차이즈 한의원 사태 이후, 자기 자본 증빙 과정이 보다 까다로워졌지만 친분을 토대로 소위 '잘 뚫리는' 지점을 찾아낼 거라는 식입니다.
'신용보증기금은 작년 4월부터 달라졌다고 해요. 작년 4월에 무슨일이 있었냐면 OOOO 한의원 법인이 장난을 좀 많이 쳤어요. 이 법인에서 지점들에 현금성 자산을 꽂아줬어요. 작년 4월 이전에는 신용보증기금에서 통장 거래 내역 보지도 않고 잔액 증명서라는 서류만 받았어요. 그러면 어디서든 돈을 다 끌고 가서 통장에 돈 넣고 잔액증명서 뽑아요. 10억 원이 있다는 걸 증빙하면 신보에서 10억 나왔어요. 이렇게 1, 2호점 2호점 40개를 했어요."
"지금은 부모님한테 자금 받는 걸 인정해 주는 직원도 있고 아닌 직원도 있어요. 저희가 돈을 들어간다고 하면 부모님 이름으로 들어갈 거예요. 그리고 저희는 그런 것들이 다 인정이 되는 신용보증기금 지점에 들어갈 거예요.- 브로커 B씨-
"부모한테 자금을 받았으면 증여세 내고 증여세 낸 영수증 가져와 하는 지점도 있는데 그런데 그렇지 않은 지점을 제가 찾을 거고요."- 브로커 A씨-
취재진은 브로커들이 신용보증기금 직원을 접대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도 확보했습니다.
○○ 지점 팀장하고 저녁 먹기로 했거든. 이 사람이 '키맨'을 좀 많이 소개해줬고. 이 사람 내년이면 지점장 나갈 것 같더라고. 어떻게 보면 관리지.
- 브로커 D씨 전화 녹취-
업계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브로커들이 신용보증기금을 컨트롤 가능하다는 걸 많이 어필을 한다"며 "내가 신용보증기금의 직원과 많이 친하다, 빨리 해줄 수 있다 아니면 더 많이 해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영업을 한다"고 증언했습니다.
신용보증기금, "예비창업보증 전면 개편 시행"
신용보증기금은 SBS 취재에 대해 "보증 브로커로 의심되는 자의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고소, 고발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혀왔습니다. 그러면서 "허위 자기자금 증빙 등 예비창업보증 제도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2025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에 자기 자본을 증명해 예비창업보증을 받는 방법을 폐지하고, 예상 매출 추정액을 토대로 대출 보증 금액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단 설명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런 불법 대출이 수면에 드러나지 않은 이유로 '공생 관계'를 지적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업자들은 말할 것 없고, 의사도 수수료가 들긴 하지만 돈이 없는 상태에서 개원을 할 수 있고, 개원으로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에 함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신용보증기금 직원들도 실적을 위해서 알지만 봐주는 케이스들이 암암리에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취재진은 취재 과정에서 수많은 의료기기 업체, 컨설팅 업체, 세무사 등도 불법 대출 알선에 관여한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이들은 하나의 불법 의료 대출 생태계를 구성했습니다. 허위잔고 증빙을 통해서 정부의 대출 보증을 받아낸 금액이 수십, 수백억 원에 달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일부는 부실 대출로 이어져 국민 세금이 낭비됐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서 불법 대출에 관여한 모든 관계자들의 혐의를 철저히 밝혀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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