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토 전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2개국 외교장관들이 오는 3∼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장관급 회의를 엽니다.
오늘(2일) 나토에 따르면 벨기에 브뤼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주재로 이틀간 열리는 이번 외교장관회의에는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회의 첫날인 3일 오후에는 고위급 협의체인 '나토-우크라 이사회' 실무 만찬도 예정돼 있습니다.
시비하 장관은 회의를 앞두고 지난달 29일 "이번 나토 외교장관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절차 첫 단계인 '가입 초청'을 결정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같은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영국 스카이뉴스 방송 인터뷰에서 나토 가입이 승인된다면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수복하지 못하더라도 휴전 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점령한 상황에서 휴전 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개전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는 전날 EU 새 지도부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계기로 한 기자회견에서도 나토 가입 초청이 "우리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하는 등 연일 나토의 결단을 공개 촉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계기로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어렵사리 미국, 영국으로부터 사정거리 200∼300㎞급 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와 스톰섀도를 활용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해도 된다는 동의를 받아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보다 사정거리가 최소 10배 이상인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오레시니크'(헤이즐넛·개암나무) 시험 발사 등 맹렬한 공습으로 대응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입니다.
내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이 중단되거나 조기 휴전 협상을 중재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영토 수복 전 협상 불가라는 애초 입장에서 일부 후퇴하면서까지 나토 가입 초청을 연일 요구하고 있는 것도 결국 우크라이나의 불안함과 조급함을 방증하는 셈입니다.
나토는 이번 외교장관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확고한 지지 입장을 발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추가 방공체계 지원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회의를 목전에 두고 '휴전 협상'의 선제 조건으로 나토 가입 초청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난감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나토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개 요구에 현재까지 어떠한 반응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10월 초 취임하자마자 연일 주요 회원국들을 잇달아 방문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던 뤼터 사무총장도 지난달 26일 이후로는 공개 행보를 일단은 멈췄다.
이는 나토 가입 초청을 전제로 한 우크라이나의 '출구전략' 구상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기 어려운 나토 내부 사정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나토는 지난 7월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되돌릴 수 없는 경로에 들어섰다"고 선언했으나 가입 초청을 비롯한 구체적인 타임라인 제시에는 그간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 독일을 주축으로 한 '반대' 회원국들은 가입 초청 결정은 곧 나토 가입 절차가 개시되는 것을 의미하기에 나토가 러시아와 직접 대결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합니다.
나토의 주축인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퇴임을 한 달여 앞두고 전격적인 입장 선회를 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크지 않습니다.
설령 원론적 수준에서라도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그 결정이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에서도 회원국 간 이견만 재확인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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