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팝의 키워드 중 하나는 '밴드 열풍'이었습니다. 2015년에 데뷔했고 전 멤버가 군입대를 마친 그룹 '데이식스'가 이 열풍의 선두에 서 있죠. K팝 아이돌이 밴드를 하면 뭐가 다를까요? '밴드형 아이돌'의 약진이 전체 음악계에 미친 영향을 알아봅니다.
박희아 대중문화 전문 저널리스트 : 저는 꽤 오래전 공연부터 데이식스 공연을 보러 다녔었는데 그 작은 클럽에서 공연할 때가 아직도 생생한데 지금 너무나 큰 곳에서 순식간에 매진을 시키는 가수가 돼버렸어요.
김윤하 음악평론가 : 고척돔 매진? 대단하죠. 정말
김수현 기자 : 2015년에 데뷔한 그룹이죠?
김윤하 음악평론가 : 맞습니다. 이제 내년이 딱 10년이 되는데.
김수현 기자 : 다 군대도 갔다 오고.
김윤하 음악평론가 : 그렇죠.
박희아 대중문화 전문 저널리스트 : 그게 너무 중요하죠.
김윤하 음악평론가 : 여러모로 진짜 좀 독특한 사례이기도 하면서 저는 긴 호흡으로 활동하는 팀들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고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부분이 있는데, 9년, 10년 차에 커리어 하이를 가지고 왔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아요. 왜냐하면 1~2년 차 정도의 반짝 신인으로 사랑을 받거나 보통 아이돌 그룹 전성기라고 이야기되는 3~4년 차 정도에 피크를 찍는 것도 당연히 의미가 있겠지만 "이제 좀 밀리지 않아?", "이제 좀 신선함이 사라지지 않았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오히려 꾸준히 해온 자신만의 것으로 대중들에게 더 넓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는 대중가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훈장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데이식스가 지금 사실 여러모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 지점이 더 많은 분들께 호응을 얻지 않나 싶더라고요. 10년 동안 쌓인 서사도 있고 히트곡도 쌓여왔고 여러 이야기들이 있죠.
김수현 기자 : 밴드라는 형태가 사실 그렇게 일반적으로 K팝 하면 떠올리는 그런 형태는 아니었잖아요.
박희아 대중문화 전문 저널리스트 : 아직도 데이식스 얘기하면 "데이식스 아이돌이잖아"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고, "데이식스가 무슨 아이돌이야"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고. 굉장히 극과 극을 달리는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김윤하 음악평론가 : 사실 '밴드형 아이돌'이라고 요즘은 이야기하죠. 그런 두 가지의 자신들의 콘셉트를 가져가는 데 있어서 이제는 그렇게 거부감을 많이 갖지 않는 것 같고 그것은 예를 들면 엔플라잉 같은 팀도 있고, 또 더 선배로 가면 씨엔블루나 FT아일랜드 같은 팀들이 존재해 왔던 역사 안에서 계속 일종의 증명을 해 온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데이식스 같은 경우에는 어쨌든 지금의 인기를 만드는 데 가장 기반이 됐던 게 노래였잖아요. 이들이 10년 동안 쌓아놓았던 노래들 가운데에서 심지어 공백기를 가지고 있던 동안에 차트인과 역주행을 시키고 그 곡들을 기반으로 제대했을 때 짠 하고 'Welcome to the Show' 했을 때 다들 환호를 했던 맥락이 여태까지 없었던 드문 사례이기도 하고, 오래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음악을 해오는 아티스트들이 좀 희망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루트를 만들어준 것 같아서 저는 계속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 : 사실 K팝 아이돌 하면 칼군무에, 퍼포먼스에 강하다 이런 얘기들 많이 하잖아요. 근데 밴드형 아이돌은 그렇게는 춤을 못 추잖아요. 그러니까 사실 K팝에서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댄스를 포함한 퍼포먼스를 어떻게 보면 적게 하는 거잖아요.
김윤하 음악평론가 : 그렇죠. 그런 퍼포먼스는 없어서 한국 대중음악상에서도 데이식스는 아마 제가 알기로 모던 록 부문의 후보였을 거예요. 그러니까 K팝 부문에는 춤 퍼포먼스가 더해진 댄스 음악이 주로 다뤄지고 있어서 그래서 미묘한 경계에 걸쳐 있죠.
박희아 대중문화 전문 저널리스트 : 저는 그래서 이 팀뿐 아니라 아까 이영지 씨 얘기도 했듯 메시지 자체가 갖고 있는 힘이 진짜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데이식스가 어쨌든 밴드 음악이라고 했을 때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사람들이 요새 말하는 진정성이라는 표현 있잖아요. 밴드 음악의 외형 안에 담을 수 있는 그런 메시지들을 굉장히 잘 녹여냈다고 생각하고 특히 그렇게 됐던 곡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그런 곡. 그러니까 사람들한테 밴드 사운드를 통해서 희망을 줄 수 있고 위안을 줄 수 있고 용기를 줄 수 있는 합치가 너무나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을 해서.
그 와중에 가사에 대한 중요성도 이 팀이 정말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을 해요. 데이식스가 쓰는 가사들이 이제는 너무나 진정성 있게 다가오고 있고 그거를 소비하는 사람들도 가사에 담긴 맥락 같은 거를 자신들의 현재와 연결시킬 수 있게 됐고 그래서 이런 부분이 데이식스가 어쨌든 영향을 끼친 가장 큰 좋은 부분 중에 하나가 아닐까.
김윤하 음악평론가 : 대표적인 히트곡이 'HAPPY' 같은 곡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사실 타이틀곡도 아니고 앨범 수록곡이었는데 음원 차트에서 타이틀곡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하고 꽤 오래 집권을 했었거든요. 'HAPPY' 가사 보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을 굉장히 스트레이트하게 던지는데 그냥 내용이 '나 행복하고 싶은데 왜 행복할 수 없어?'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매일 생각할 만한 이야기인데, 그런 것들을 좋은 멜로디를 가진 곡과 함께 쉽고 편하게 대중들에게 제시하고 있다는 게 데이식스가 가진 가장 큰 밴드이자 대중 가수로서의 매력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한편으로는 밴드인데 사실 데이식스만 얘기를 너무 많이 한다는 불만도 있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너무 잘 되니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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