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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추울 때 더 많이 뭉친다…쌓일수록 무서워지는 '습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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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추울 때 더 많이 뭉친다…쌓일수록 무서워지는 습설
<앵커>

이렇게 피해가 컸던 건 이번에 쏟아진 눈이 습기가 많은 즉, 습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걸 한번 보시면, 지금 보시는 오른쪽이 습설의 결정이고, 왼쪽이 습기가 적은, 만지면 가루 같은 마른 눈의 결정입니다. 습설은 기본 결정 주위에 미세한 물방울들이 훨씬 더 촘촘히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만큼 더 무겁습니다. 눈이 쌓여봤자 얼마나 무겁겠냐 싶기도 한데, 습설은 쌓이는 정도보다 무게가 훨씬 더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쌓이면 쌓일수록 더욱 무서워집니다.

이 내용은 박하정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꺾이고, 쓰러진 나무들.

비닐하우스 지붕도 뼈대가 휘어지며 주저앉았습니다.

쌓여 있던 눈 덩어리가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지면서 사람이 맞을 뻔한 아찔한 순간도 포착됩니다.

[A 씨/경기 이천시 : 눈이 무겁더라고요. 그걸 맞았는데 아프더라고요.]

어제오늘 내린 '습설'은 실제로 얼마나 무거울까.

야외 테이블 위에 10cm 정도 쌓인 눈을 모아, 무게를 재봤습니다.

통 무게를 빼고 재보니, 눈 무게만 11.4kg입니다.

주차된 SUV 차량의 보닛 위에 쌓인 눈은 8.4kg으로 측정됐습니다.

기상청 연구 결과, 100㎡의 공간에 눈이 5cm 높이로 쌓이면, 마른 눈인 '건설'은 200~300kg이지만, 습한 눈인 '습설'은 600kg으로 최대 3배 무거운 걸로 나타났습니다.

'습설'은 '건설'보다 더 잘 쌓이는 특징도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

영하 10도보다 추울 때 활발히 만들어지는 건설은 결정 구조가 뾰족하고, 말라서 결정끼리 서로 잘 뭉쳐지지 않습니다.

반면 습설은 어제와 오늘 기온과 비슷한 영하 5도에서 0도 사이에 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살짝 녹은 상태로 내려서 결정끼리 결합이 더 쉽습니다.

덜 추울 때 더 많이 뭉치고, 더 쌓이는 셈입니다.

쌓이는 높이가 올라갈수록 눈덩이 밀도가 급격히 커지고, 그만큼 훨씬 더 무거워집니다.

[공상민/기상청 예보분석관 : 이 결정들이 녹으면서 점차적으로 물방울들이 많이 달라붙게 됩니다. 두터운 형태로 변환되고 같은 부피라 할지라도 무게가 훨씬 무거워진….]

지난 2014년 폭설로 경주 리조트 체육관의 지붕이 무너지면서 10명의 사망자를 냈는데, 당시 지붕 위 습설의 무게가 무려 180톤이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기상청은 지난해 말부터, 강설량뿐 아니라 눈의 무게도 3단계로 나눠 예보합니다.

'무거운 눈'이 예보된다면 시설물을 사전에 점검하고, 눈이 쌓이면 서둘러 치워서 피해를 막아야 합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채철호, 디자인 : 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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