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마니아 대선 후보 제오르제스쿠 틱톡 영상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킨 무소속 극우 후보 컬린 제오르제스쿠(62)가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선거 전략으로 기존 정치권에 신뢰를 잃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어떻게 친(親) 푸틴 성향의 틱톡 스타가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제오르제스쿠 후보가 틱톡(TikTok)에서 바이럴(입소문)을 타면서 여론조사에는 집계되지 않은 지지율을 끌어모았다고 짚었습니다.
앞서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전날 치러진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에서 22.95%의 득표율로 1위에 오르며 중도우파 야당 루마니아 구국연합(USR)의 엘레나 라스코니 대표와 함께 다음 달 8일 결선 투표에 나서게 됐습니다.
루마니아 대선은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득표 1위와 2위 간의 결선 투표로 당선자를 가립니다.
제오르제스쿠 후보의 약진은 루마니아 선거 역사상 최대 이변으로 꼽힐 정도로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무소속인 그는 지난 달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지지율 0.4%를 기록한 '기타' 후보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이후 이달 들어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 5.4%로 크게 오르긴 했으나 여전히 6위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실제 투표에서는 2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는 대이변을 일으켰습니다.
이러한 그의 승리의 배경에는 최근 급속도로 입소문을 타며 화제가 된 그의 틱톡 게시물이 있다고 FT는 짚었습니다.
소속 정당이 없는 그는 틱톡에 자신의 영상을 올리며 선거 운동을 이어 나갔는데 최근 들어 그의 영상은 바이럴을 타며 조회수 등이 급상승했습니다.
그가 스포츠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직접 백마를 타고 달리고 달리기, 유도 등을 하는 모습을 찍은 홍보 영상은 틱톡에서 이날까지 22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며 반(反)나토 성향인 제오르제스쿠 후보가 한 대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대신 국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영상은 그의 계정 중에서 가장 높은 470만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루마니아의 분석가이자 역사학자 이온 이오니타는 FT에 제오르제스쿠 후보의 대선 성과는 "틱톡의 승리"라면서 "정당도 필요 없고 그저 소셜미디어에서 바이럴만 되면 된다. 그리고 그는 확실히 바이럴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루마니아의 주류 정당들이 수년간 스캔들과 경제 문제들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는 메시지들에 취약한 상태"라고 짚었습니다.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선거 결과가 나오자 자신은 선거 운동에 돈을 단 1원도 쓰지 않았다면서 그저 신을 향한 믿음을 지켰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루마니아 선거 당국은 지난주 그에게 선거 광고 표시가 되어있지 않은 일부 틱톡 영상들을 삭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제오르제스쿠 후보의 공식 틱톡 계정에서는 해당 영상들이 삭제됐으나 몇몇 그의 팬 계정들은 여전히 이 영상들을 공유하고 있다고 FT는 전했습니다.
이번 루마니아 대선 결과는 최근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들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서도 입증된 '극우 열풍'의 연장선으로도 보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되기도 한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며 루마니아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는 '자국 중심주의'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사진=틱톡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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