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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소 수돗물은 위험하다?" 논쟁에 시끌…진짜 필요한 소통은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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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칼럼] There’s a Better Way to Talk About Fluoride, Vaccines and Raw Milk. by Emily Oster
의사
 

*경제학자 에밀리 오스터는 임신과 출산, 육아에 관한 책 “Expecting Better”와 “Cribsheet”의 저자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육아 컨설팅 회사 패런트 데이터의 창업자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이번 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공중 수돗물에서 불소를 빼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불소가 안전하지 못한 물질임을 시사하는 이 발언에 많은 공중보건 전문가가 즉시 반과학적인 거짓 정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불소에 대해 우려하는 모든 이를 음모론자로 몰아가는 건 위험하다. 수돗물에서 불소를 빼자는 주장이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빼서는 안 된다) 불소가 매우 복잡한 주제인 만큼 (전문가나 정부 당국이 종종 그렇듯) 그 복잡함을 그냥 얼버무리고 넘어가면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공중보건 당국은 시민들에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알려주지만, 자세한 이유나, 왜 다른 데서는 정부 권고안과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해주지 못하는 경우도 잦다. 그러니 메시지를 받는 쪽에서는 다양한 사안에 대한 권고가 모두 엇비슷한 신뢰도와 시급성을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중 하나가 과장되었다고 여길 때, 다른 모든 권고에 대한 신뢰도로 급락해 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공중보건 분야에서 대중의 관심을 받는 세 가지 대표적인 주제, 즉 홍역 백신, 생우유, 불소 수돗물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모두 공중보건 당국의 권고와 케네디를 비롯한 회의론자 무리가 서로 매우 다른 주장을 펴는 주제다. 양쪽 메시지의 차이점은 근거의 강도와 복잡성이다.

홍역 백신은 수십 년에 걸쳐 안전성 데이터를 쌓아왔고 매일 같이 생명을 구하고 있다. 홍역 백신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일으킨다는 우려는 신뢰할 수 있는 대량의 데이터를 통해 반박된 바 있다. 홍역은 전염성이 매우 높아, 대규모 접종 없이는 영아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되고 일부는 사망에 이르게 된다.

생우유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생우유는 살균 우유보다 질병을 일으킬 위험이 크다. 살균 과정을 통해 병원균을 죽이면 우유는 더욱 안전해진다. 오랜 기간에 걸쳐 수송이나 보관을 해야 할 때에는 더욱 그렇다. 1900년대 초에는 생우유가 결핵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생 유제품이 살균 유제품에 비해 질병을 유발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발병 건수는 적다. 미국에서 생우유를 섭취하는 사람은 약 1,100만 명이지만, 2017년 추산에 따르면 생우유로 인한 질병 사례는 연평균 760건에 불과하다. 2023년과 2024년 초에는 한 농장에서 생산된 생우유가 살모넬라 식중독을 일으킨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비슷한 시기 멜론으로 인한 비슷한 식중독 발생에 비하면 건수가 적었다.

그러니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생우유가 건강에 좋다는 근거는 별로 없다. 다만 전반적인 그림을 보면 생우유에는 약간의 추가적인 위험성이 있으나, 다수, 특히 건강한 사람들이라면 생활 속에서 통상 감수하는 정도의 리스크에 불과하다. (생우유를 통해 조류독감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적이 있는데, 쥐의 경우에는 가능한 것으로 보이지만 인간이 생우유를 통해 조류독감에 걸린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끝으로 수돗물 불소화를 살펴보자. 불소는 여러 연구를 통해 아동의 치아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내 수돗물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조금 부족하지만, 2014년 불소화를 종료한 이스라엘의 최근 데이터를 살펴보면 3~5세 아동의 치과 치료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서는 수도 불소화가 특히 임산부나 어린이에게 신경 발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널리 연구가 이루어졌다. 높은 농도의 불소는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는 물속의 불소 농도가 세계보건기구의 안전 기준보다 평균 4배까지 높은 지역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불소의 증가가 IQ 감소와 연관이 있다. 그러나 불소 농도가 미국과 비슷한 경우에 관한 연구에서는 이런 연관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많은 것과 마찬가지로 불소 역시 양이 관건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수돗물 불소화에는 이득이 있고, 미국에서 사용하는 정도의 농도는 안전하다.
 
나는 보건 전문가들이 이런 주제로 질문을 받았을 때 최소한 위와 같은 정도로 자세히 설명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백신은 좋고 생우유는 나쁘다는 식의 답변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구체적인 포인트를 놓치고 만다. 사람들이 직접 조사를 하다가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생우유의 위험성이 과장되었다고 느끼면,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다. 그렇게 되면 전문가가 백신에 관한 이야기를 해도 잘 믿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정확한 정보를 더 이해하기 쉽게 제공하면 사람들이 생우유를 마시고 아이에게 백신을 맞힐 여지도 생겨난다. 그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맥락을 알려주면 사람들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2019년 캐나다에서 수돗물 불소화가 임산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나오자 많은 이들이 경각심을 느꼈다. 이런 경우 사람들에게 그저 “불소는 안전하다”라고만 말해버리면, 듣는 사람은 여러 연구 결과가 서로 모순된다고 느끼고 그로 인해 신뢰는 낮아진다. 하지만 수많은 연구 결과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자세히 알려주면 사람들은 대부분의 연구가 불소의 안전성을 뒷받침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문제가 된 캐나다 논문에 대해 부연 설명하자면, 결과가 언어성 지능과 동작성 지능은 물론 성별에 따라서도 결과가 다르게 나와 연구 전체의 타당성에 대한 의심이 제기된 바 있다)

보건 당국의 책임 여부와 관계없이 당국은 지금까지, 특히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시민의 신뢰를 상당 부분 잃어버렸고 그 신뢰를 되찾는 일이 매우 어려워졌다. 그러는 사이 그 틈을 노리고 들어온 이들이 있었다. 이에 대한 당국의 대응은 그저 같은 말을 더 크게 외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는 소용이 없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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