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타깃은 국회의원? 지방의원 '딥페이크 협박' 확산 수사

지방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한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며 경찰이 광역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서울, 인천, 부산, 광주, 대구 등의 기초의원 소속 30명이 딥페이크 협박 메일을 받고 경찰에 신고하며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수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에 "동일 조직 소행인지 등을 현재 수사 중"이라며 "피해를 알리지 않은 의원도 있을 수 있어 실제 피해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는 전부 남성 의원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주요 연령대는 20∼40대입니다.

딥페이크 협박은 주로 메일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의원 얼굴 사진을 합성한 나체의 남성이 여성과 누워있는 사진이 담긴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신의 범죄 증거를 갖고 있다", "어떤 영향이 터지는지 알고 있을 것", "문자를 보면 당장 연락하라" 등 협박 메시지도 함께 담겼습니다.

발신자는 불법 합성물을 삭제해주는 대가로 5만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요구하며 QR코드를 보내 접속하도록 유도했습니다.

메일을 받은 인천 연수구의회 박 모(28) 의원은 통화에서 "조잡한 형태의 협박이지만, 남성 선출직만 노린 점에서 악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범인들이 이렇게 남성 지방의원을 노린 것은 의도성이 짙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피해자들은 사회적 물의를 빚으면 잃을 게 많은 정치인"이라며 "음란물이 젊은 층에서 많이 소비되다 보니 젊은 의원을 타깃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기초의회 의원을 상대로 범행 수법을 테스트해본 뒤 향후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를 상대로 타깃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합성 기술을 정교화해 향후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서 '딥페이크 공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교수는 "점점 심각하게 악용될 소지가 높다"며 "딥페이크 범죄가 진화하고 있다. 이번 사건도 협박, 성 착취물 등 각종 수법이 혼합된 형태"라고 말했습니다.

이상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초기에는 합성물이 어색한 부분도 보였지만, 이제는 진짜와 가짜가 잘 구별되지 않아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딥페이크 처벌 강화, 워터마크 표시 의무화 등 대책과 별개로 합성물 유통 경로인 플랫폼들이 자발적 차단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