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노 김기민 씨는 정상의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한국인 첫 수석무용수로 활약 중입니다. '연습 벌레'로 유명한 그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김기민 씨는 점프를 높이 하고, 체공 시간도 긴 발레리노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치 자체 '슬로 모션' 처리를 한 듯한 그의 점프를 두고 '중력을 거스른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요, 과연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조지현 기자 : 마린스키가 공연이 워낙 많고 또 워낙 연습 벌레니까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발레리노 김기민 : 지금은 아닌데, 원래는 하루하루를 정말 바쁘기보다는 알차게 보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게 저의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친구를 만나거나 누구와 대화하는 것도 좋지만, 아침에 일을 다 끝내고, 책을 읽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했을 때 가장 큰 행복을 얻는 성격이기 때문에 보통은 7시 반에 일어나고요. 7시에 일어나면 베스트고. 그런데 너무 힘드니까. 7시 반에 일어나면 뭐라도 좀 읽어요. 뉴스도 되고, 책이어도 되고. 아는 게 많이 없어서.
조지현 기자 : 요즘 말로 되게 '갓생러'이시네요.
발레리노 김기민 : 많이 부족함을 알기 때문에 더 채우려고 많이 읽으려고 노력을 하고요. 아무래도 언어 공부는 좀 계속 꾸준히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외국에 아무리 살아도 공부를 안 하면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고. 그리고 아침에 루틴 운동을 하고, 강아지 산책하고.
김수현 기자 : 강아지 키우세요?
발레리노 김기민 : 네. 프렌치 불도그. 지금은 선생님이랑 같이 있는데. 제가 원래 선생님께 선물 드린 강아지인데 '다 같이 키우자' 그래서 우리 집에서 놀다가 선생님 댁에 있다가.
김수현 기자 : 공동육아 하시는 거군요.
발레리노 김기민 : 그렇죠. 저는 강아지 너무 키우고 싶어서. 선생님께서 강아지를 너무 사랑하시기 때문에 강아지를 키우는 조건이 있었어요. '네가 산책을 하루에 세 번 네 번 이상 할 수 있냐?' 그 조건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하겠다.' 해서 아침에 제가 산책을 시켜요. 그래서 산책을 30분 정도 하고, 그리고 발레단 가면 이제 10시, 10시 반 되면 클래스하고, 운동하고, 리허설하고. 그다음부터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것 같아요. 어떨 때는 일찍 끝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늦게 끝날 때도 있으니까.
김수현 기자 : 공연이 있는 날이
발레리노 김기민 : 공연이 있는 날은 좀 달라요. 공연이 있는 날은 아무것도 안 합니다. 아침에 정말 늦게 일어나서 뭐 먹다가 유튜브도 보고 책도 읽다가 다시 자요. 잠, 잠, 잠 하다가 공연 딱 나가서 한 번 이렇게 에너지를 쑥 쏟고 다시.
조지현 기자 : 근데 또 인터뷰 보니까 다른 분들이 해주셨던 얘기에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연습하시고 그 연습이 좀 마음에 안 드는 날은 잠도 잘 못 주무실 정도로 되게 신경 쓰신다는
김수현 기자 : '파트너가 되면 연습을 너무 많이 해야 해서 힘들다' 이런 얘기도 있던데요.
발레리노 김기민 : 그런 것도 있었죠. 옛날에 많이 그랬었고요. 예전에는 연습을 연습실에서 많이 했었고요. 지금은 연습을 밖에서 많이 하는 편이에요.
김수현 기자 : 밖에서 어떤 식으로
발레리노 김기민 : 생각을 좀 더 많이 하는 편이에요. 지금 느껴지는 게 연습을 많이 하는 게 정말 중요한, 지금도 연습을 많이 하거든요. 중요성을 알고는 있는데, 계속하다 보면 약간 로봇처럼 나오는 게 있더라고요. 무대 위에서 너무 완벽한. 그런데 그러면 자연스러움이 사라지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인위적으로 보이고, 딱딱해 보이고. 그래서 물론 실수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조지현 기자 : 약간의 인간미?
발레리노 김기민 : 인간미라고 해야 하나? 자연스럽게. 그래서 좀 그것도 있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긴장을 좀 안 하는 이유가 큰 실수에 부담이 없어요. 중요점을 좀 다른 데 좀 두기 때문에. 그래서 테레시키나가 많이 놀렸죠. 예전에 왜냐하면 '해적'에서 세 번 딱 잡거든요. 한 번 잡고, 두 번 잡고, 맞으면 한 번 들고. 그런데 그거를 제가 한 한 달 연습했거든요. 그러니까 테레시키나는 이해를 못 하는 거예요. '이건 3일만 하면 되는 건데 왜 한 달 정도 연습을 하냐.' 저는 그때 어렸었고. 그래서 항상 '해적' 하면 '그러면 두 달 후에 공연이니까 지금부터 연습 시작할까?' 하고 놀려요. 그런 적도 있었고.
조지현 기자 : 그리고 다들 진짜 궁금해하시는 게 김기민 씨 영상에 외국인들 댓글도 그렇고 한국인들도 그렇고 '저 사람 혹시 몸속에 새처럼 공기주머니가 따로 있는 거 아니냐?' 제가 본 가장 재미있는 댓글은 '저 사람만 등에 와이어 단 거 아니야?' 이런 댓글도 있었어요. 러시아에서 구글 번역 눌렀더니 '저 사람 등에 와이어 있는 것 같다.' 이런 얘기도 있고. 그러니까 또 어떤 분들은 '왜 저 사람이 할 때만 자체 슬로우 처리가 되는 것 같지?' 이런 댓글도 있어요. 높이, 쉽게 뛰는 것처럼 하려고 노력했다고 하셨는데, 말이 쉽지, 다른 사람이라고 그러고 싶지 않겠습니까?
발레리노 김기민 : 일단 점프는 타고나야 합니다. 물론 과학적으로 스포츠 측면에서 본다면 훈련해서 높아지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발레에서 볼 때는 그 훈련을 하다가 시간을 다 허비하기 때문에. 근데 발레는 그 훈련 말고도 할 게 너무 많잖아요. 그 시간을 보내면 점프 운동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솔직히 전 타고나야 한다고 보긴 하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국립발레단에서 저보다 높게 뛰는 사람 많습니다. 해외에서도 보면 정말 많아요.
조지현 기자 : 근데 관객 입장에서는 자체 슬로우 처리는 다른 분들은 안 되신단 말이죠. 내 눈이 자체적으로 슬로우 처리하는 느낌이 드는 그 느낌이...
발레리노 김기민 : 제가 다리 힘이 그렇게 좋은 무용수가 아니에요. 그런데 제가 했었던 거는 트릭을 많이 썼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점프를 연습하는 것보다, 점프 전까지의 동작이나 점프 후의 동작에 조금 더 많이 신경을 썼어요. 예를 들어서 뻥 떴다가 내려오면 저는 이만큼밖에 안 가는데 여기서 이렇게 떠서 조금 더 멀리 떨어지는, 그러니까 눈에서 보이게, 더 높이 뛰어 보이는 이펙트를 많이 연구했죠.
조지현 기자 : 높이도 높이지만 정말 가뿐하고 깔끔하게, 연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하시잖아요. 관객으로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느낌이 거기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해요.
발레리노 김기민 : 그거는 선생님의 영향이 많았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라 바야데르' 같은 경우 전사다 보니까 사람들이 굉장한 테크닉을 많이 해요. 다리 찢기도 하고 정말 멋있거든요. 근데 저희 선생님께서는 절대 하지 말라고 해요. 이게 전사의 이야기지만, 이건 블루 클래식이다, 서정적인 발레다. 여기서는 이런 화려한 테크닉이 나올 수가 없다.
항상 저한테 발레에 대한, 발레 레퍼토리의 스타일을 항상 강조했었어요. 이 발레에는 이런 스타일에 맞는 테크닉이 있고, 여기는 이런 스타일의 테크닉이 있고, 스타일을 정말 강조하셨기 때문에 그걸 어렸을 때부터 계속 들어오다 보니까 작품이나 내용에 안 맞는 테크닉을 더 화려하게 할 수는 있지만 안 하는. 그 중요성을 어렸을 때부터 많이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그래서 테크닉을 할 때 먼저 생각하는 게 '이 작품이 맞나?' '지금 이 상황 속에서 이걸 해도 되는 건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조지현 기자 : 큰 그림을 그리고 가시는 거군요.
발레리노 김기민 : 그런가요? 한 번의 이펙트보다는, 처음에 어떤 화려한 동작을 탁 했을 때 박수는 나오되 전체로 봤을 때는 예술성이 좀 떨어지는, 그런 테크닉을 안 하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갑자기 생각나는 게 '라 바야데르'도 어려운 테크닉, 회전, 도약이 많은데 '돈키호테'도 그런 게 많잖아요. 그러면 똑같이 회전하고 도약하더라도 '돈키호테'에서 도는 거랑 '라 바야데르'에서 도는 거랑 완전히 다른 거라는 말씀이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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