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님 감사합니다"
청주에서 남동생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형 A(60대) 씨가 14일 청주지법 형사22부(오상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한때 자신에 대한 초기 수사를 맡고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던 B 경감을 향해 피고인석에서 고개를 숙이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B 경감은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신문 절차를 마치고 증인석에서 일어나던 중이었습니다.
재판 과정을 짚어보면 무죄를 주장하는 A씨의 감사 인사는 다소 황당한 것이었습니다.
증인 신문 과정에서 A 씨의 무죄를 입증할 만한 단서가 나오긴커녕 사건 초기 경찰이 부실 수사를 했던 정황이 적나라하게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B 경감은 이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할 때까지 피고인의 윗집(빌라 2층)에 사는 주민 C 씨에 대해서만 유일하게 조사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C 씨는 사건을 목격하거나 듣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그는 이 사건의 핵심 목격자인 이웃 주민 D 씨가 사건 당일 근처 CCTV에 등장하는 데도 그를 상대로 탐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B 경감은 오 부장판사가 "일반적으로 사건이 나면 이웃들한테 시끄러운 소리가 났는지 물어보지 않냐"고 묻자 잘못을 시인하며 "꼼꼼히 확인하지 못했고 후회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검찰은 이날 A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습니다.
A 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사건 당일 방에서 숨져 있는 동생을 발견해 112에 신고를 했던 것뿐"이라면서 "정신병을 앓았던 피고인에게 자해 경력이 있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죄가 합리적 의심 없이 모두 규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A 씨는 2022년 6월 3일 오전 5시 13분 청주시 사직동 자택(빌라 1층)에 술을 마시고 돌아와 함께 살던 50대 후반의 동생을 마구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경찰은 '타살이 의심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토대로 A 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입건했지만, 주변 탐문수사 등 증거 확보 노력을 다하지 않은 채 "정신질환을 앓는 동생이 자해한 것 같다"는 취지의 A 씨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종결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5월 교체된 수사팀이 바로 옆집에 거주하던 사건 목격자 D 씨를 찾으면서 A 씨는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형사님 감사합니다"…'동생 살인' 60대, 법정서 부실수사 형사에 인사
입력 2024.11.15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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