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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독이 든 성배'…두 번째 임기 트럼프 앞에 놓인 갈림길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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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칼럼] Trump Is About to Face the Choice That Dooms Many Presidencies, by Oren Cass
1115 뉴욕타임스 번역
 

* 오렌 카스는 보수 성향 경제 싱크탱크 아메리칸 컴파스의 수석경제학자로, 뉴욕타임스 오피니언에 글을 기고한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 당선인은 누구나 급작스러운 역할 변화를 겪는다. 도널드 트럼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모든 걸 바쳐야 했던 선거 캠페인은 선거 날로 끝이다. 동시에 후원자와 활동가, 로비스트들이 트럼프의 관심을 끌고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영향을 끼치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경쟁이 곧바로 시작된다. 선거 기간 유권자들이 관심을 보인 이슈는 감세 혹은 암호화폐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당선인 가까이에서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관여하려는 이들이 하는 말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이들은 일자리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규정을 없애고, 사회적 안전망을 좀 느슨하게 풀어도 미국인은 괘념치 않을 거라고 말한다.

여기서 길을 잘못 들면 대통령의 임기는 시작부터 삐그덕거릴 수 있다. 새 대통령이 내게 투표한 유권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않고, 자기 생각과 선호가 곧 국민이 바라는 바와 같을 거라고 예단하는 순간이 문제의 시작이다. 특히 (미국처럼) 양당제하에서 치르는 선거라면, 대통령에 당선된 건 중도 성향의 부동층 유권자의 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보통 대통령 당선인은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후원자 또는 정치인 출신이다. 당선인의 선호가 보통 유권자의 선호와 다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렇게 임기 첫 2년이 지나면, 정치 자본은 소진되고 선거에서 중요하게 다루겠다고 약속했던 의제들은 다 흐지부지되고 잊힌 지 오래다. 그런 상태에서 치르는 중간 선거는 보통 집권 여당에 참패를 안긴다.

두 번째 임기를 준비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앞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우선 본인이 바라는 대로, 마러라고 자택에 모여드는 강성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고 통치하는 길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격히 추락할 것이고, 금세 이루고 싶은 변화를 위해 정책을 추진할 동력도 함께 떨어지고 말 것이다. 이 길의 끝은 공동의 목표를 잃고 제도도 기능하지 못하는 나라다. 성공적인 대통령을 위한 공식이 될 수 없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구호와도 거리가 멀다.

다른 길도 있다. 트럼프는 구태와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리더다. 평범한 미국인들과 직접 소통하는 데 능하고, "말만 요란한" 컨설턴트를 경멸해 온 인물이다. 그는 또한,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연임하지 않고 두 번째 임기를 맞은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의 첫 번째 임기를 돌이켜 보자. 세제 개혁을 두고 씨름하다 취임 1년 만에  지지율은 36%까지 곤두박질쳤고, 대안 없이 건강보험 개혁법을 폐지하려고 애쓰다 귀한 시간을 허비한 끝에 2년 만에 찾아온 중간선거에서 하원 의석 40석 이상을 잃고 민주당에 다수당 자리를 내줬다.

선거 이튿날 아침, 사실상  승리 연설에서 트럼프는 "모든 미국인"에게 "나는 당신과 당신의 가족, 당신의 미래를 위해 싸우겠다"며, "미국의 황금기를 여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 원대한 꿈을 이루려면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에게 투표한 유권자뿐 아니라, 앞으로 자신을 지지해 줄 수도 있는 사람들까지 고려해 미국인이 공유하는 가치를 존중하고, 미국인이 걱정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민을 예로 들어보자. 국경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치안을 유지하겠다는 공약은 트럼프가 오랫동안 해온 약속으로, 이제는 민주당도 국경 문제에서 점점 더 트럼프의 주장을 따라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진정 미국 유권자를 위해 봉사하는 정부가 되고자 한다면, 국경 지역의 단속을 강화해 불법 이민자의 유입을 막고, 망명도 제한해 바이든 행정부 아래서 무법지대가 된 국경에 질서를 다시 심어야 할 것이다.

최근 유입된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무엇보다 기업들이 외국인을 고용한 경우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정당한 비자나 자격을 취득했는지 확인해 보고하는 전자 검증 시스템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는 미국 노동자와 법을 지키는 미국 기업을 보호하는 정책으로, 불법 이민자로 인해 미국인들이 받은 피해를 직접 시정하는 조치라서 유권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최근 내가 속한 싱크탱크 아메리칸 컴파스가 유거브와 함께 미국인 2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의 78%가 노동자의 취업 비자를 확인하는 전자 검증 시스템을 지지했고, 민주당 지지자 중에도 68%가 이 제도를 지지했다. 법을 지키는 기업들도 그동안 몰래 불법 이민자를 고용해 비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온 경쟁자를 몰아낼 수 있으므로, 이 제도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방금 살펴본 사례가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반대 주장을 펴는 이들이 적지 않을 거다. 특히 미국에서 일하고 돈을 버는 데 필요한 자격과 서류가 없는 이민자를 몰래 고용해 인건비를 줄인 덕분에 막대한 부를 쌓은, 주로 건설업과 숙박 및 요식업계, 일부 농업계 기업과 부자들, 그들이 고용한 로비스트들은 트럼프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다. 이들은 아마 국경 문제와 이민자를 향한 적대적인 수사를 앞세워 유권자들의 환심을 얻는 연극은 이제 그만해도 된다며, 지금 필요한 건 오히려 임시 취업비자 발급을 확대하는 일이라고 트럼프의 귀에 대고 속삭일 거다.

이미 발 빠르게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토마스 매시(켄터키, 하원) 의원은 정부의 모든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자유 지상주의자로서 노동자의 비자를 확인하는 전자 검증 시스템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농무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이다. 이런 주장을 따르면, 트럼프는 마러라고의 골프 클럽을 찾는 부유한 후원자들의 찬사를 받을 거다. 대신 유권자들 사이에선 점점 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불만과 환멸이 쌓일 것이다.

미국의 산업 기반을 재건하는 일도 트럼프가 유세 중에 중요하게 여기는 의제로 내세웠지만, 이따금 트럼프 본인 스스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것처럼 들리는 말을 내뱉는 의제이기도 하다. 관세를 포함한 정책들은 분명 국내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동시에 특히 중요한 기술과 산업 분야를 육성하는 일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초당적인 지지를 끌어내 통과시킨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은 핵심적인 첨단 기술인 반도체 제조 역량을 미국으로 들여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22년 법이 통과된 뒤 세계  5대 반도체 제조 기업이 모두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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