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지난 9월 29일 김정은 총비서가 압록강 일대 수해 복구 현장을 찾았습니다. 조직적으로 동원한 복구 인력들이 수해 복구에 한창이었는데, 구형 기중기와 트럭 몇 대를 제외하고는 중장비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건물을 올리는 중인데도 레미콘 차량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장비는 거의 없이 인력만 대규모로 투입된 북한 건설 현장의 열악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사장에 투입된 작업자들 대부분은 안전모를 쓰고 있었습니다. 건설 현장에 안전모는 당연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북한 건설 현장에서 안전모 쓴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10년 사이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에 안전모는 어떻게 보급되기 시작했을까?
지난달 10일 탈북 외교관 토론회에 참석했던 태영호 전 의원은 해외에서 가해진 압박이 북한에 안전모를 보급시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 인력들이 그 나라 건설장에서 안전모를 쓰지 않고 일하니, 국제적으로 비정부 단체들이 국제회의에서 '북한 인력들이 일할 때 왜 그 당국은 자기네 노동기준법에 근거해서 안전 조치를 강구하지 않느냐' 그래서 해당 나라가 북한 회사 사장들에게 요구했습니다. 이거 안전모 씌워야지 안전모 안 씌우면 우리가 욕먹는다."
<태영호 전 의원, 지난달 10일 탈북 외교관 토론회>
이렇게 안전모를 쓰게 된 해외의 북한 노동자들이 북한으로 귀국할 때 안전모를 가지고 돌아가면서 북한 전역으로 안전모가 확산되게 됐다는 것입니다.
"북한으로 돌아갈 때 노동자들이 그 안전모를 몽땅 가지고 갑니다. 좋으니까, 가지고 가서 공사장에서 외국 갔다 온 사람들부터 안전모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니 공사장에서 안전모 쓴 사람은 외국 갔다 온 사람, 안전모 없는 사람은 외국에 못 갔다 온 사람, 안전모 있는 사람은 기술이 있는 사람, (안전모) 없는 사람은 기술 없는 사람, 이게 구별이 되기 시작하면서 북한 당국도 아 안전모를 씌워야 되겠구나..."
<태영호 전 의원, 지난달 10일 탈북 외교관 토론회>
국제사회의 압박이 북한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지만, 탈북 외교관들은 외부 세계의 압박에 북한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합니다.
리일규 전 참사가 가져온 북한 외교전문 보니
리 전 참사가 외교전문의 원문 공개는 원하지 않아 통일부가 간추린 자료만을 공개했는데, 주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과 관련된 결의안들이 채택될 때 김정은이 직접 이와 관련된 지시를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6년 2월 13일 북한 외무성 본부가 재외공관에 보낸 외교전문을 보면, 북한은 김정은의 지시라며 제31차 인권이사회(2016년 2/29-3/24)에서 북한인권결의를 전면 배격하는 입장을 밝힌 뒤 회의에 불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2016년 11월 2일 외무성 본부가 재외공관에 보낸 외교전문에서도, 김정은은 제71차 유엔총회(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할 때 결의를 전면 배격하는 입장을 발표한 뒤 퇴장하도록 했다고 통일부는 밝혔습니다. 해외에서의 인권 압박이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김정은이 직접 국제사회의 인권 압박에 대응할 정도로 사안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7년 1월 11일 외무성 본부가 재외공관에 내려보낸 외교전문을 보면, 김정은은 인권 대결전이 당과 사상, 제도를 사수하기 위한 대적 투쟁의 제1선 전투장이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인권 논의에 대해 절대 긴장하지 말고 의연한 자세로 연대 세력을 넓혀 북한의 인권 문제 논의가 정례화하는 것을 막을 것과, 적들이 북한의 격한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최고 존엄을 우회적으로 노리는 악랄한 인권 모략 책동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이를 반드시 제압할 것도 지시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응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인권 문제에 있어 수세에 몰려 있다는 것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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