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북 구미에서 헤어진 남자친구의 스토킹에 시달리던 여성이 살해됐다는 소식 전해 드렸습니다. 여성은 숨지기 전, 이 남성을 세 차례나 신고했고 경찰은 마지막 신고 이후에야 이동식 CCTV같이 집에 달 수 있는 안심물품들을 지급했는데 저희 취재 결과, 이게 아예 설치조차 안 돼 있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TBC 정진명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8일 사건이 발생한 피해 여성의 집 앞입니다.
도어록과 초인종 말고는 별다른 장치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
경찰이 지급했다는 이른바 여성 안심 3종 세트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구미경찰서 관계자 : 본인이 직접 설치하겠다고 얘기했고, 이게 설치가 간단합니다. 그냥 붙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 여성이 경찰에 스토킹 피해를 처음 신고한 건 지난 7월, 이후 8월과 11월에도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동식 CCTV와 스마트 초인종, 문 열림 센서 등 이른바 '여성 안심 3종 세트'가 지급된 건 마지막 신고 직후였는데 이마저도 설치가 안 됐던 겁니다.
스토킹 범죄가 증가하면서 경찰서마다 여성 호신 물품을 범죄 피해자보호기금으로 마련해 지급하고 있지만, 설치는 물론 민·형사상 책임도 모두 여성들의 몫입니다.
[황정용/동서대 경찰학과 교수 : 그런데 3종 세트를 보니까 CCTV는 조망 범위가 굉장히 좁고, 경찰 상황실에 연결도 안 돼 있습니다. 이런 장비들로 스토커 범행 의지를 막는다는 건 순진한 기대입니다.]
비상시 경찰을 호출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는 집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가르쳐야 했던 피해 여성이 착용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의 스토킹 범죄 대처도 논란입니다.
이달 초 가해 남성이 집에 찾아와 현관문 일부를 훼손하는 일까지 발생했지만, 남성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범행의 잔혹성과 증거 충분 유무 등을 검토해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TBC 정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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