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연방보안국 신년 달력에 푸틴·시진핑 '브로맨스'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이 발간한 신년 달력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애착을 강조하는 삽화가 표지로 등장해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FSB는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우람한 팔 근육을 드러내고 포즈를 취하는 장면을 2025년도 달력에 실었습니다.

이 삽화에서 푸틴 대통령은 가슴 근육이 강조되는 꽉 끼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티셔츠 앞면에는 러시아에서 '전쟁 지지'를 상징하는 알파벳 'Z'가 큼지막하게 그려졌습니다.

또 팔에는 큰 크기의 스포츠 시계를 찼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의 어깨 뒤에 붙어 서 있고, 가슴에는 금색 용, 팔에는 중국 국기가 그려진 푸른색 폴로셔츠를 입었습니다.

텔레그래프는 달력 속 푸틴 대통령이 현재보다 20년 정도 젊어 보이며,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의 사내다운 조수로 등장했다고 논평했습니다.

매년 출시되는 FSB 달력은 웃음이나 비판을 유발하는 도발적인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번에 남성성을 표출하는 두 정상의 '브로맨스'(남녀 애정 뺨치는 남성 간 우정)를 표지로 내세운 것은 서방을 향한 반감을 공통 분모로 삼아 밀착해 온 러시아와 중국의 행보를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중국은 패권대결로도 관측되는 미국과의 경쟁 때문에 미국이 이끄는 서방의 경제체제에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지구촌의 대표적 권위주의 국가인 러시아와 중국은 이 같은 서방제재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제성장, 통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신흥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를 강화·확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신년 달력은 작년과 올해 달력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반서방 선전을 주요 소재로 삼았습니다.

1월 달력에는 러시아 국기를 가슴에 달고 철갑옷으로 무장한 기사가 우크라이나,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폴란드의 국기와 성소수자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을 달고 있는 하인을 칼로 내리치는 삽화가 실렸습니다.

11월 달력에는 얼굴을 스카프로 가린 FSB 요원이 전쟁에 파괴된 우크라이나 도시 마리우폴의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그림이 들어갔습니다.

마리우폴은 전쟁 초기에 러시아군에 함락된 아조우해 도시다.

12월 달력에는 어깨에 소총을 멘 FSB 요원이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를 그린 그림을 응시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이는 러시아 정권의 강력한 정교회적 성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진=러시아 전문가 이언 가너 X 게시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