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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1명도 없는 '와인 마스터'가 왔다…그가 선택한 와인, 뭐가 달랐을까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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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카세] '마스터오브와인' 피터 코프 시음회 참가기
임승수 스프카세 썸네일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의 저자 임승수 작가가 가성비 와인과 배달 음식의 페어링 체험담을 들려드립니다.
 

지난 10월 27일 오후 2시에 서울 이태원의 몬드리안 호텔에서 와인 직구 업체 위클리와인 주최로 마스터오브와인(MW) 피터 코프와 함께하는 시음회가 열렸다. 마스터오브와인(MW)은 전 세계에 400여 명밖에 없는 최고 수준의 와인 전문가이다. 대한민국 국적자 중에는 MW를 취득한 사람이 아직 없다. 1993년에 MW 자격을 얻은 피터 코프는 유튜브 와인 채널 와인킹, 와인소울 등에 고정 출연해 국내 와인 애호가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임승수 스프카세
위클리와인 이재윤 대표의 인사로 시작된 시음회는 총 6병의 와인을 차례로 시음하며 피터 코프와 참가자가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유튜브 영상에서 포장마차 막걸리를 떠올릴 만큼 걸쭉한 입담을 자랑하던 코프였지만 시음회에서는 MW로서 차분하고 신중한 발언을 이어갔다.

임승수 스프카세 임승수 스프카세
처음으로 등장한 와인은 Gröhl Cuvée Pure Brut Nature다. 독일의 스파클링 와인인데 코에서는 상큼한 딸기 향과 시큼한 흙 향이 멋스럽게 어우러지고 탄산이 구강 내부를 까슬까슬 자극한다. 3만 원대 가격의 와인인데 놀라운 가성비를 보여주었다. 코프는 역시 전문가답게 스파클링 와인의 제조 방법에서부터 맛과 향의 특징에 이르기까지 조곤조곤 설명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와 혀가 호강 중이라 청각 쪽 집중력이 확연히 떨어졌다. 코프 씨, 미안합니다.

와인 맛에 익숙해지니 슬슬 코프의 말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스파클링 와인을 마실 때 기다란 플루트 잔을 선호하는지 보울이 넓은 일반 잔을 선호하는지 손을 들어 알려달라고 한다. 보울이 넓은 잔을 선호하는 참가자가 많았지만, 코프는 플루트 잔을 선호한다고 명토 박아 말한다. 자글자글한 기포가 솟구쳐 오르는 그 시각적 아름다움을 그냥 넘길 수 없기 때문이란다. 같은 샴페인을 다양한 잔에 마셔본 적이 있는데, 최악은 쿠페 잔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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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등장한 네 와인은 31년 차 MW의 감식안으로 직접 선정한 와인이었다. 네 와인 중 두 병은 코프가 가장 선호하는 이탈리아 산지오베제 품종이고 나머지 둘은 이탈리아 네비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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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Fiorita Brunello di Montalcino 2018 (산지오베제)
La Fiorita Brunello di Montalcino Riserva 2018 (산지오베제)
Poderi Luigi Einaudi Langhe Nebbiolo 2023 (네비올로)
Poderi Luigi Einaudi Barolo Ludo 2020 (네비올로)

사실 나는 항상 궁금했다. 코프가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을 선호한다는 말을 유튜브 영상에서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네 병의 와인을 통해 MW가 선호하는 섬세함과 우아함의 구체적인 형상을 확인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차례로 네 와인을 시음해 보니 확실히 일맥상통하는 특징이 있다. 일단 네 와인 모두 진득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콘서트홀을 꽉 채우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의 묵직한 음향이 아니라, 소편성 오케스트라가 반주하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같다고나 할까.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연주했던 모차르트 협주곡 22번 3악장의 그 '섬세하고 우아한' 선율 말이다. 나는 당시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그 유명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연주보다 모차르트가 더욱 기억에 남았다.

코프의 취향이 나와 비슷하다는 확신이 드니 입가에 배시시 미소가 지어졌다. 분명 코프는 의정부 평양면옥 냉면의 그 심심하고 은은한 국물과 살포시 뿌려진 고춧가루를 좋아할 거야. 반가운 마음에 냅다 손을 들어 궁금한 것을 질문했다.

"추천하신 와인을 마셔보니 진득하지 않고 하늘하늘 가벼워서 좋았습니다. 저 멀리 안개가 둘린 운치 있는 산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반면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진득한 와인을 그렇게 좋아한다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로버트 파커가 높은 점수를 준 와인을 테이스팅 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볼드하고 힘 있는 와인을 좋아하는 그와, 복합미와 우아함을 선호하는 저의 취향이 달라 굳이 찾아서 마시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MW로서 자신의 취향에 확신을 갖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유튜브 영상에서 피터 코프가 추천하는 와인은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겠구나. 개인적으로 네 와인 중에서도 Poderi Luigi Einaudi Barolo Ludo 2020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바롤로는 일반적으로 오래 숙성해야 진가를 보여주지만 이 와인은 포도를 수확하고 4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부드럽게 꿀떡꿀떡 넘어간다.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와인은 블라인드로 제공되었다. 품종과 재배 국가 및 빈티지를 맞추는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손이 번쩍 들렸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돌체토, 부르고뉴 코트 드 본 피노누아, 남아공 피노타지, 스페인 리오하 템프라니요, 프랑스 보졸레 가메이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공개된 와인은 Gröhl Hölle Niersteiner Pinot Noir 2020. 놀랍게도 독일 피노 누아 2020 빈티지라고 정확히 맞춘 사람이 있었다. 이런 괴물 같으니!

이어지는 코프의 조언.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할 때는 시각, 후각, 미각을 모두 동원해 추측해야 하는데, 많은 사람이 시각을 간과한다. 색깔이나 농도의 변화에서 의외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는 한두 가지 특징만으로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고 적어도 세 가지 특징이 부합할 때 선택하는 게 정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임승수 스프카세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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