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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들어오자마자 품절 대란…'21세기 신종 전염병' 막을 수 있을까?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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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비만1
안혜민 마부뉴스
 

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보통 이맘때쯤이면 동네 곳곳이 단풍으로 물들기 마련인데, 올해는 아직도 나무들이 푸릇푸릇합니다. 서울 기상청에선 표준목의 잎사귀가 색이 변하기 시작해 전체의 20%가 단풍이 들면 서울의 단풍이 시작되었다고 판단하는데 아직 변한 잎사귀의 비율이 20%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하죠. 예년보다 부쩍 따뜻해진 탓에 요즘 나들이 하기는 참 좋은 날씨지만, 단풍 구경하기 어려워서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오늘 마부뉴스는 늦어지는 단풍 대신 찾아온 '이 친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10월 15일,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대한민국에 상륙했죠. 해외에서 워낙 이슈가 많이 된 약이라 국내에 출시된 이후에 관심이 상당이 높은 듯합니다. 아마 독자 여러분들도 주변에서 들어 봤을 겁니다. 가격이 50~80만 원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품절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니 대단하죠.

비만을 치료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비만 치료제이지만, 그 가격이 너무 비싸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소량이라도 약국에 구비해 두면 바로 동이 나는 상황인지라 정말 비만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구매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고요. 오늘 마부뉴스에선 비만과 비만 치료제, 그리고 그 이면의 불평등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당뇨병 치료제 만들던 회사, 명품 제국을 넘어서다

위고비는 덴마크의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가 만든 비만 치료제입니다. 사실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병 치료제를 만드는 회사로 유명한데, 어떻게 비만 치료제까지 만들게 된 걸까요? 그걸 알아보기 위해선 노보 노디스크의 창립자 중 한 명인 아우구스트 크로그 박사 이야기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덴마크 출신의 아우구스트 크로그 박사는 생리학 분야에서 다양한 발견을 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어요. 그의 연구 대부분은 부인인 마리 크로그와 공동으로 진행했는데요. 부인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 상황이라 어떻게든 그녀를 치료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다행히도 1922년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인슐린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아우구스트 크로그는 부인을 위해 인슐린을 덴마크로 빠르게 도입했고, 부인과 함께 인슐린을 연구하고 생산할 연구소를 만듭니다. 그 연구소의 이름이 바로 노디스크 인슐린 연구소죠. 이 연구소가 지금의 노보 노디스크가 된 거고요.

노보 노디스크는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슐린 생산량의 52%를 차지할 정도로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노보 노디스크는 시장 영향력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해 차세대 당뇨병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게 바로 '오젬픽'이죠.

오젬픽의 핵심은 '리라글루티드'라는 성분입니다. 이 녀석은 인슐린 분비를 유발하는 호르몬과 비슷한 기능을 하면서도, 호르몬보다 더 우리 몸 안에서 오랫동안 작용을 합니다. 그런데 임상 과정 중에 오젬픽을 맞은 환자들의 대다수에서 체중이 줄어들었다는 소식이 보고된 겁니다. 연구원들은 리라글루티드 성분의 효과를 재분석했고, 알고 보니 이 녀석이 뇌에 포만감을 주고 소화 속도를 늦춰주는 일종의 부작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노보 노디스크는 리라글루티드를 더 발전시켜 우리 몸에 더 오랫동안 남아있는 세미글루티드라는 성분을 개발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이 녀석을 갖고 상품화한 게 이번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비만 치료제 위고비죠. 2021년 미국 FDA가 위고비를 승인해 주었고, 출시 이후 말 그대로 대박을 치면서 노보 노디스크의 기업 가치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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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기업들 가운데 가장 시가총액이 큰 기업은 프랑스의 LVMH였어요. LVMH는 루이뷔통, 디올, 셀린느 등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들을 소유한 명품 제국으로 유명하죠. 그런데 2023년 9월 노보 노디스크는 이 명품 제국을 꺾고 유럽 기업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게 되죠.

전 세계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비교할 수 있는 companiesmarketcap 데이터를 가지고 그래프를 그려봤습니다. 2024년 10월 29일 기준으로 노보 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은 5,134억 달러입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710조 원이 넘죠. 2023년 덴마크의 국내총생산(GDP)이 4,042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559조 원이니 기업 하나가 한 국가의 국내총생산보다 많은 상황입니다. 노보 노디스크가 멈추면 덴마크도 멈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현재 노보 노디스크는 덴마크 경제에 막대한 포션을 차지하고 있어요.
 

21세기 신종 전염병 비만... 치료제가 판 흔들까?

노보 노디스크가 이렇게 폭발적인 성장세를 갖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약을 판매할 대상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비해 당뇨 환자도 늘어났고, 비만 환자도 늘어났거든요. 올해 3월 WHO에서는 2022년 기준으로 전 세계 비만 인구가 10억 명을 넘겼다고 발표했어요. UN이 최근 발표한 세계 인구는 약 82억 명. 그러니까 전 세계 80억 인구 중 8명 중 1명은 비만이라는 거죠.

WHO가 이번 발표에서 인용한 논문(<Worldwide trends in underweight and obesity from 1990 to 2022>) 데이터를 가지고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할게요. 데이터를 살펴보면 10억 명의 비만 인구 가운데 소아 비만이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인 비만 인구는 8억 7,900만 명, 어린이 및 청소년 비만 인구가 1억 5,900만 명으로 소아 비만이 전체의 15.3%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죠. 과거와 비교해서 소아 비만의 증가세가 더 빠르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성인 비만은 1990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지만, 어린이와 청소년 비만은 4배나 증가했거든요.

성별로 구분하면 여성 비만인이 남성보다 35% 더 많아요. 성인 여성 중 비만인 사람은 모두 5억 400만 명이고, 성인 남성은 3억 7,300만 명이죠. 비만인은 여성이 더 많지만 증가 속도는 남성이 더 빠릅니다. 1990년과 2022년을 비교해 보면, 성인 여성의 비만율은 8.8%에서 18.5%로 2배 늘어났지만 성인 남성의 비만율은 4.8%에서 14.0%로 3배 증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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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성인 여성의 비만율이 어떻게 변했는지 한 번 그래프로 그려봤습니다. 체질량지수(BMI)가 25를 넘으면 비만으로 분류되는데, 1990년과 비교해서 2022년에 확실히 늘어난 게 보일 겁니다. 비만 인구의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져 보이는 8~9시 영역은 남태평양의 폴리네시아, 미크로네시아 소속 국가들입니다. 카리브해,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비만 인구 증가세가 다른 지역보다 빠른 것으로 분석됐어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급격히 늘어난 비만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WHO가 작년에 발간한 <2022 유럽 비만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성인 59%, 어린이의 3명 중 1명이 비만에 해당할 정도거든요. WHO는 코로나19 이후 유럽의 비만환자 증가세가 전염병과 같은 위협이 있다고 경고했어요. 사실 WHO에선 일찍부터 비만을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흡연과 더불어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지목하기도 했고요. 2013년 미국의사협회에서도 비만을 질병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비만 인구가 늘어나면서 사회, 경제적 비용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요. 비만 합병증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 비만으로 인해 생산성 손실액, 합병증으로 인한 조기 사망으로 생길 수 있는 미래 손실액 등… OECD에서는 늘어나는 비만 인구 영향으로 2020년부터 2050년까지 OECD 회원국들이 평균 3.3%의 GDP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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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 노디스크는 자신들이 판매하는 비만 치료제가 비만을 정복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노보 노디스크 이후 다른 제약회사도 속속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비만 치료제 시장은 급격히 커지고 있죠. 2020년 32억 달러에 불과한 시장이 2023년 240억 달러로 급증할 정도로요.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IQVIA에서는 2028년엔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740억 달러까지 늘어나고, 만약 더 많은 국가에서 치료 규제를 푼다면 최대 1,31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바라봤어요.

다만 마냥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단언하긴 어렵습니다. 비만 치료제의 효과가 얼마나 갈 것인지, 또 부작용이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거든요. 참고로 오젬픽과 위고비 사용자들 사이에서 자살과 자해 충동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EU는 지난해 7월부터 오젬픽과 위고비의 부작용 조사를 시작했는데, 올해 4월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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