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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토크] 울림길: 한 영웅의 마지막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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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토크] 울림길: 한 영웅의 마지막 순간
수술실로 향하는 장기기증자의 마지막 길
 지난 8월 서울대병원에서는 '울림길'이 있었다. 뇌사로 판정된 20대 청년의 마지막 수술 길이었다. 사실 '울림길'이라는 개념이 낯설다. 장기기증자의 마지막 길에 의료진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추모하는 의식이다. 해외에서는 '아너 워크(Honor Walk)'라고 불린다.

 '아너 워크'는 2000년대부터 미국, 유럽 등에서 기증자를 추모하며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기증자와 그 가족에게 혼자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음을 알려주고자 이루어졌다. 지난해 9월,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가 함께 우리말 공모전을 열어 '아너 워크'를 '울림길'로 부르게 되었다. 많은 사람을 감동으로 크게 울리고 많은 이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가 영상으로 보여준 이 청년 전후로도 꾸준히 숨은 영웅들의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17년 동안 버스 운전사로 근무하며 주변에 어려운 사람을 보면 앞장섰다는 50대 남성, 어릴 적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허리가 휘는 장애에도 마트 직원, 환경미화원 일을 하며 가족들을 먹여 살렸던 50대 어머니, 변호사가 꿈이었던 11살 어린이까지 4명 이상의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우리나라 장기 기증 비율은 아시아에서 제일 높다고 한다. 다만 한국장기기증조직원의 김윤식 대리에 따르면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제도적인 차이가 크다. 유럽 주요 선진국의 경우 '옵트아웃(Opt out)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옵트아웃 제도'란 장기 기증에 대한 잠재적 동의자로 간주해 사망 후 장기 적출을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우리나라는 '옵트인(Opt in) 제도'로 직접 신청을 해야만 장기 기증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전국 화장률이 92%로 매년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장기 기증 관련 제도 역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14시로 예상했던 20대 청년의 '울림길'은 16시로 연기되었다. 담당 의료진들은 뇌사 청년 A 씨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복도에는 가족들이 마지막 인사를 기다렸다. 10분 전, 병원 내에서 '울림길'에 대한 안내 방송이 나왔다. 순식간에 15미터 남짓한 길이 의사, 간호사, 직원들로 가득 채워졌다. 늘 생사의 경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의 얼굴에 희미한 표정들이 잡힌다. 그날의 영웅의 길을 다시 기억하고자 뉴스에서 보여주지 못한 영상을 뒤늦게 올린다.

(영상취재 : 하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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