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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널드서 감자 튀기고 "알바 했었다"는 대선 후보들, 그 의미는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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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칼럼] Trump, Harris and the Enduring Symbolism of McDonald’s, by Marcia Chatelain
맥도널드
 

* 마샤 체이틀린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아프리카 연구 교수다. 책 “프랜차이즈: 흑인의 미국을 수놓은 황금 아치"를 썼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는 부지런히 유권자들을 만나야 한다. 최대한 많은 유권자를 만나려면 당연히 유권자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4년마다 전국의 교회, 대학 캠퍼스, 이발소에는 대통령 후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 대선 후보들이 꼭 들러야 할 곳으로 한 군데가 추가됐다. 바로 맥도널드 주방의 튀김기 앞이다. 지난 2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 벅스 카운티의 한 맥도널드 매장을 찾아 점주에게 일일 알바를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나는 언제나 맥도널드에서 일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맥도널드에서 일하는 종업원의 대중적인 이미지는 선거가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어떻게든 마음을 사서 표를 얻고 싶어 하는 유권자의 전형이다. 물론 그런 ‘전형적인’ 유권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말이다. 트럼프와 해리스 캠프는 모두 미국의 산업과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돼 줄 기회를 제공하는 자본주의, 아메리칸드림에 관해 틈만 나면 미국인들에게 이야기해 왔다. 맥도널드를 둘러싸고 벌이는 경쟁도 누가 아메리칸드림을 이뤄줄 적임자인지에 관한 이야기와 맥이 닿아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 광고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학생 때 맥도널드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밝힌 뒤 트럼프 측은 해리스가 진짜 빅맥에 관해 알지도 못하면서 거짓말을 한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해리스의 남편 더그 엠호프가 맥도널드에서 일했을 때 이달의 직원으로 뽑혔던 사실을 토크쇼에서 밝힌 뒤에도 트럼프에 비하면 민주당은 맥도널드의 황금빛 아치가 진정 의미하는 바를 모른다는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벅스 카운티의 맥도널드 주방에서 감자를 튀기면서도 트럼프는 해리스가 맥도널드에서 일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멈추지 않았다. 물론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

해리스와 엠호프가 맥도널드에서 일한 1980년대 초만 해도 최저임금이 시급 3.35달러가 채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맥도널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딱 당시의 해리스, 엠호프처럼 용돈을 벌거나 학비에 보태려는 젊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굳어진 것도 이때다. 2021년 기준,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은 26세다. 1980년대의 트럼프는 맥도널드를 좋아하는 단골이었지만, 이미 뉴욕시의 부동산을 대대적으로 사들일 계획에 관해 TV 인터뷰를 할 만큼 잘나가는 사업가였다. 부유한 부동산 개발업자가 맥도널드 주방에서 감자를 튀기고 드라이브스루 주문을 받기까지 참 오랜 세월이 걸렸다.
 
맥도널드에 관해 이야기하는 해리스 부통령을 보면서 노동자, 서민 유권자들은 저임금 서비스직종에서 일하는 게 얼마나 고단한지 잘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겠구나 기대할지 모른다. 맥도널드가 가장 최근 발표한 다양성 지표에 따르면, 맥도널드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의 20%가 흑인이고, 협력 업체까지 포함하면 직원의 35%가 히스패닉이다. 두 인종 모두 선거를 앞둔 해리스에게 아주 중요한 유권자 집단이다. 트럼프가 자신의 최애 메뉴로 알려진 필레오피시 샌드위치 2개, 빅맥 2개와 밀크셰이크를 주문하는 즐거움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트럼프의 팬들은 트럼프처럼 돈 많은 사람이 소탈하게 패스트푸드를 먹는 모습에 박수를 보낼 거다. 물론 트럼프의 팬 가운데 부자들이 꿈꾸는 계층 이동은 맥도널드에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 중산층이 되는 것보다 트럼프처럼 큰돈을 벌어 최소한 가맹점주가 되는 것이 다르긴 할 것이다.

맥도널드의 프랜차이즈 초창기인 1950년대에는 전후 경제 호황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공공정책 덕분에 중산층이 가맹점을 차릴 기회도 상대적으로 많았다. 물론 이런 기회를 활용할 수 있던 건 주로 백인 남성이었다. 흑인 남성에 비해 가맹점주가 되는 데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기가 훨씬 쉬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맥도널드의 수장이던 레이 크록은 주로 가맹점을 백인들이 모여 사는 도시 근교에만 내는 전략을 썼다. 돈을 내고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소비자가 모여 사는 곳인지 아닌지가 가맹점 입지의 우선 조건이었던 거다.

1960년대 후반 들어 점점 늘어나던 인종 차별에 저항하고 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1968년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된 뒤 더욱 거세졌다. 맥도널드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흑인 남성들을 가맹점주로 받기 시작했다. 특히 흑인들에게 경제적 기회를 확대한 닉슨 대통령의 흑인 자본주의 계획을 지원하는 기업이었다. 닉슨 대통령은 소수 인종 기업청을 설치해 정부 예산을 민간 기업에 지원했다. 예산은 사업 다각화, 소매업과 상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낙후된 지역사회의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

이런 프로그램에 일찌감치 참여한 기업이 바로 맥도널드다. 몇 년 만에 시카고, LA, 세인트루이스, 캔자스시티를 포함한 많은 도시에 최초로 흑인 가맹점주가 운영하는 맥도널드 매장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이들은 대개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지 못했고,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인 만큼 매장 운영도 절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에겐 백인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맥도널드 안에서 흑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이들은 인내심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이렇게 흑인들이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자립하는 것을 닉슨 대통령은 자신이 이룩한 경제 정의이자, 주요 성과로 삼고 싶어 했다. 그는 새로운 세대 흑인 사업가들이 정부가 무엇을 지원해 줬는지 공동체 안에서 열심히 알리고 설명하기를 기대했다. 그동안 흑인들의 높은 실업률, 경찰들의 폭력과 모든 부문에서 사라지지 않는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닉슨 대통령은 여기에 맞서 새로운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 이 문제들이 다 해결될 거라고 이야기했는데, 닉슨이 말하는 새로운 사업의 대부분이 패스트푸드 식당이었다. 그는 자신이 흑인 사회에 경제적 자립의 기틀을 닦아주고, 그를 토대로 흑인 경제가 번영을 누리게 되면 주거 문제나 인종 간 학교 분리 문제처럼 훨씬 더 골치 아픈 일에 정부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라고 믿었다.
 
흑인 사회에 필요한 부의 기틀을 닦아주는 건 궁극적으로 흑인 유권자의 표를 얻고자 했던 닉슨의 전략이었다. 공화당은 자신들의 친기업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특히 흑인이 소유한 기업들이 많아져 경제력과 정치력을 키우고 궁극적으로 흑인의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고 믿던 이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해리스가 맥도널드 유니폼을 입고 매장에서 일하던 1980년대 초, 프랜차이즈를 포함한 식당은 소수인종이 가장 큰 희망을 품고 창업에 도전하는 분야였다. 그러나 동시에 인종 불문하고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못 받고 소외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의 일이다. 이후 패스트푸드가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지, 특히 흑인들의 건강에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키는지 지적하는 연구들이 쏟아져 나왔다. 흑인 가맹점주들은 계속해서 회사 안에 구조적인 인종차별이 있다고 주장했고, 노동자들은 노조를 조직하고자 쟁의를 벌였다. 이렇게 많은 비판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통해 경제가 살아나면 불평등도 해소하고 지역 사회가 번영할 수 있다는 믿음을 토대로 정부가 흑인 사회를 지원했던 경험과 역사는 이후 흑인 유권자들이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됐다.

2024년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트럼프와 해리스는 모두 우리 정치의 맥도널드화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주 해리스 캠페인은 흑인 남성을 위한 경제 지원책을 발표했다. “흑인 기업가에게는 차후 요건을 만족하면 탕감받을 수 있는 대출을 최대 2만 달러까지” 총 100만 건 제공하겠다는 약속이 최상위 공약이었고, “암호화폐를 포함한 여타 디지털 자산을 더 폭넓게 보호하겠다”는 약속도 있었다. 이런 공약이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황에 내몰린 수많은 흑인 가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 같지는 않다. 이들은 가뜩이나 역사적으로 인종차별을 받아온 데다 최근 들어 치솟은 집값과 인플레이션 때문에 크게 고통받고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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