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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배우들이 테이블에서 펼치는 스릴러 '보통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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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배우들이 테이블에서 펼치는 스릴러 보통의 가족
보통의 가족, 구룡성채, 어프렌티스, 페이퍼맨
(※ 기사 내용과 라이브 방송은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10월 셋째 주 금요일, 박스오피스 순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1위부터 5위까지 보시겠습니다.

이번 주에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스릴러 드라마 “보통의 가족”과 범죄물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가 나란히 1,2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극장가가 침체된 상황이라 흥행 성적은 그리높지 않습니다. “베티랑2”가 여전히 3위에 올라있는 가운데 “대도시의 사랑법”이 4위, “스마일2”가 5위입니다. 

6위부터 10위 보여주시죠. 

“대도시의 사랑법”과 함께 개봉한 “와일드 로봇”이 6위, “조커”가 10위인 가운데, 20년 만에 재개봉한 로맨스 드라마 “노트북”이 7위에 오른 게 눈에 띕니다. 오늘의 박스오피스는 여기까지입니다.

▲ 오늘 첫 번째로 소개해주실 영화는 뭡니까?

지난 2018년 “창궐”이후 영화 쪽으로는 소식이 뜸했던 장동건 배우가 오랜만에 새로운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첫 번째 영화는 지난 수요일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입니다.

▲  “8월의 크리스마스”를 만든 허진호 감독도 감독이지만 출연진이 화려하네요.

주인공이 4명인데요 장동건 씨 외에도 설경구, 김희애, 수현 등 쟁쟁한 배우들이 나옵니다. 먼저 간단한 줄거리부터 말씀드리면서 얘기를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두 부부가 있습니다. 장동건-김희애 커플과 설경구-수현 커플입니다. 장동건과 설경구는 형제 사이인데요, 형인 설경구는 돈과 명성을 위해서라면 죄인이라도 변호해서 승소를 이끌어내는 잘 나가는 변호사이고, 동생인 장동건은 자상하고 인간적인 소아과 의사입니다. 
두 부부는 각각 고등학생 딸과 아들을 두고 있는데 이들이 어느 날 부모 몰래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먹고 들어오다가 길에서 노숙자와 시비가 붙은 끝에 노숙자를 마구 폭행해서 혼수 상태에 이르게 합니다. 이 장면이 거리의 CCTV에 찍혀서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결국 두 부부도 알게 되고 영화는 본격적으로 속도를 냅니다. CCTV에는 범인이 누구인지 잘 안보이지만, 두 부부는 옷차림 등으로 범인이 자신의 자식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죠.

  냉철한 변호사와 인간적인 의사는 과연 자식들의 범행을 경찰에 알릴까요, 아니면 덮으려고 할까요, 편 앵커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결과는 스포일러가 되니까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네 사람이 입장이 모두 다르고, 또 인간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라는 점만 살짝 귀뜸해 드립니다.

▲ 이 영화는 벌써 네 번째로 리메이크된 영화라고요?

그렇습니다. 지난 2009년 네덜란드에서 출간돼 세계적으로 100만 부가 팔린 “더 디너”라는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고요, 이 소설을 바탕으로 네덜란드와 이탈리아에서 영화로 만들어졌고, 그리고 미국에서는 2017년에 리처드 기어 주연의 영화로 리메이크됐습니다.
  이렇게 여러 번 리메이크된다는 것은 그만큼 원작의 이야기가 흡인력이 있다는 건데요, 허진호 감독이 이번에 리메이크하면서는 제목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왜 “더 디너”라는 제목을 “보통의 가족”으로 바꿨는지 허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 허진호 감독 
특별한 상황 속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행동도 정말 다르고 해서 보통의 가족이 아닐 수도 있는데, 또 어떤 면에서는 그런 보통의 사람들의 모습도 담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역설적이고 또 어떻게 보면 반어적인 느낌들이 좋아서 이 제목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허 감독 얘기처럼 두 가족은 전문직, 부유층 가정인데요, 이런 가정의 부모들도 부모 자식간의 일이라면 보통의 가정과 마찬가지가 아니겠냐는 뜻, 또는 역설적인 뜻을 담고 있는 겁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유부남 역할과 부부 역할을 해봤다는 장동건 배우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 장동건 배우 
영화 속에서도 마침 이제 제 실제 아들과 좀 비슷한 또래였던 아들이 역할로 설정이 돼 있다 보니까 자꾸 이제 이 아들이 이런 일을 했다면이라는 상상을 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상상을 하는 것이 좀 많이 좀 괴롭고 힘들었었죠.

이 위원은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 “완벽한 타인”이 생각났다구요? 그런데 그 영화는 코미디 영화 아니었나요, 이 영화와는 성격이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이 영화 “보통의 가족”은 서스펜스 드라마이기 때문에 블랙코미디였던 “완벽한 타인”과는 사실 많이 다르죠. 그런데 2018년 500만 관객이나 들었던 “완벽한 타인”이 네 커플이 하나의 테이블에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면서 벌어지는 씬이 대부분인 드라마였잖아요. 

“보통의 가족” 역시 영화에서 대화씬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두 쌍의 부부가 세 번에 걸쳐서 테이블 위에서 펼쳐보이는 대화씬이 인상적이라 “완벽한 타인”이 많이 연상됐고요, 또 “완벽한 타인”도 이탈리아에서 처음 개봉한 뒤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리메이크됐거든요, 그런 측면에서도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참고로 “보통의 가족”은 스릴러 드라마지만, 중간 중간 의외의 웃음이 터지는 대목들이 나옵니다. 마치 부조리극 같은 이런 면모가 보통의 한국 영화와는 살짝 다른 분위기를 풍깁니다.

▲ 다음 영화로 가시죠. “구룡성채” 오랜만에 홍콩 영화네요.

요즘 홍콩 영화가 수입도 잘 안되고 과거의 위상과는 많이 달라져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코너에서는 “칠중주”라는 옴니버스 영화를 다룬 이후 처음으로 다루는 홍콩 영화입니다.

  아카데미상에는 국제장편영화상이라는 부문이 있는데요, 여기에는 각 국가별로 한편씩 출품을 받습니다. 내년 97회 아카데미상 국제장편부문에 한국은 무슨 영화를 추천했는지 아시나요? 보기를 드리겠습니다.  ①번 파묘 ②번 서울의 봄 ③번 범죄도시4 ④번 베테랑2 

지금 소개해드릴 “구룡성채:무법지대”는 홍콩이 내년 아카데미 국제장편부문에 출품한 영화입니다. 홍콩의 명소였죠─ 구룡성채를 배경으로 하는 액션 영화인데요, 홍금보, 곽부성, 고천락 등 홍콩 영화의 화양연화를 누볐던 베테랑 배우들과 임봉, 유준겸 등 30,40대 차세대  배우들이 진기명기에 가까운 홍콩 영화 특유의 액션을 펼쳐보입니다. 역대 홍콩 영화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영화입니다.   

먼저 줄거리를 간단하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배를 타고 홍콩에 불법 입국한 주인공 찬록쿤은 경찰을 피해다니면서 막노동하며 살아갑니다. 그의 소원은 신분증을 만드는 것인데, 삼합회한테 속아서 돈도 날리고 신분증도 못 구할 상황에서 삼합회의 마약을 탈취해서 구룡성채로 들어갑니다. 
  무법천지인 구룡성채는 사이클론이라는 보스가 지배하고 있어서 삼합회도 맘대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타고난 성실함으로 사이클론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찬록쿤은 구룡성채 조직의 일원으로 인정을 받지만 철거를 앞두고 보상금을 노리며 구룡성채를 접수하려는 삼합회에게 쫓기면서 삼합회와 사이클론 조직 간에 한바탕 대결투가 벌어집니다.

▲ 영상을 잠깐 봐도 구룡성채라는 저 곳은 정말 판자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처럼, 굉장히 독특하게 생긴 공간이군요.

그렇습니다.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저런 데가 다 있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구룡성채라는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구룡성채는 원래 홍콩이 영국에 조차될 때도 유일하게 청나라의 영토였는데, 중국이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으로 갈라지면서 영국과 중국, 홍콩 중 그 어느 쪽도 제대로 행정력과 공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으면서 홍콩 경찰도 들어갈 수 없는 일종의 치외법권지역이자 무법천지가 됐습니다. 

중국 본토와 베트남 등지에서 들어온 난민들이 거주하면서 설계도도 없이 무분별한 증개축으로 건물이 15층까지 올라가고 닭장같은 집들이 미로처럼 얽혀서 세계 최고의 인구 밀도를 가진 작은 도시가 됐습니다. 잠실야구장 면적에 5만 명이 살았는데, 이는 서울에 11억 인구가 사는 격이라고 합니다. 이곳을 맥국강 미술감독이 제대로 복원해냈는데, 영화 전편의 80% 정도가 세트입니다. 바로 이 구룡성채라는 공간이 주는 유니크함이 영화를 돋보이게 합니다. 

▲ 저 구룡성채란 데가 아직도 있나요?

1993년에 철거가 돼서 지금은 공원이 되었습니다. 왕가위 감독이 “아비정전”의 일부도 여기서 찍었으니까 영화로는 여전히 실제로 존재했던 공간들을 볼 수 있죠.
  이 영화는 마치 구룡성채처럼, 홍콩 영화의 전통과 낡은 유산을 동시에 보는 경험을 안겨줍니다. 홍콩 영화의 추억 속 재미와 고답적인 반복 그 사이쯤 이 영화는 위치해 있습니다.

▲ 다음은 어떤 영화입니까?

미국 대선이 얼마 안 남았죠, 지금 소개해드릴 영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후보가 품위없는 영화이자 명예훼손이라며 비난을 하고, 투자자가 투자를 철회하기도 하고, 미국 지상파TV들은 주요 시간대 광고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은 영화입니다.

다음 주 개봉하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자 현 공화당 대선 후보를 다룬 영화 “어프렌티스”입니다. “경계선”(2018 칸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 “성스러운 거미”(2022년 칸 여우주연상) 등을 만든 이란계 덴마크 감독 알리 아바시의 신작인데요, 이 영화 역시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았습니다.

부동산 재벌인 아버지에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던 젊은 트럼프가 악마의 변호사로 불리던 로이 콘을 만나서 그를 멘토로 삼아 사업가로서 성공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필름으로 찍은 자료 화면 같은 질감 등은 이 영화를 마치 다큐 영화처럼 보이게 하는데, 거기에는 트럼프 역할을 맡은 배우 세바스찬 스탠과 로이 콘 역할을 맡은 제레미 스토롱의 역할도 컸습니다. 두 사람은 실제 인물처럼 보입니다.

감독은 이 영화가 트럼프의 전기 영화가 아니라며 "권력을 만들어내는 미국의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혔는데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트럼프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의 언행을 이해한다는 뜻이 아니라, 왜 그가 그런 언행을 하게 됐는지 이해한다는 의미입니다.

▲ 마지막으로 독립 영화 한 편 소개해주신다고요?

“페이퍼맨”이라는 블랙코미디 영화입니다.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와 유명한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어서, 처음에 제목을 들었을 때 독립영화 제목치고는 독특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페이퍼맨은 폐지박스를 주워서 먹고 살뿐 아니라 다리 밑에서 폐지박스로 종이집을 짓고 사는 사실상의 노숙자를 가리킵니다.

아시안게임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주인공이 살던 집에서 강제 퇴거당한 뒤 노숙자가 돼서 가출 청소년과 폐지 줍는 노인, 정신장애를 가진 청년 등 우리 사회의 밑바닥 인생들과 부대끼는 이야기인데요, 처음에는 아무리 독립 영화라지만 무슨 영화가 이래? 라고 할 정도로 생경하지만 점차 흔히 볼 수 없는 날 것 같은 에너지와 만나게 되는 영화입니다. 마치 독립영화계의 독립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비전'부문 초청작으로 늦깎이 개봉을 한 이 영화가 독립영화팬과 평단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합니다.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편상욱 앵커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 이주형의 씨네멘터리 

"'보통의 가족', 자녀의 범죄 사실 알게 된 두 부부의 심리전"
"'구룡성채:무법지대', 홍콩 영화의 유산과 답보를 동시에 보는 경험"
"'어프렌티스', 트럼프의 언행이 형성된 배경 그려"
"'페이퍼맨', 소외 계층 그린 독립영화계의 독립영화같은 느낌"

(SBS 디지털뉴스편집부)
SDF2024에 초대합니다. 11/12(화) DDP 분열과 소멸의 시대, 다시 쓰는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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