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김정은 대노' 때문에 극렬 반발? 무인기 대응 능력 안 되는 북한 [스프]

스크랩 하기
[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대남 위협 수위 높이는 북한의 속내는
무인기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지난 주말부터 북한이 평양 상공에 남한 무인기가 침투했다며 긴장을 한참 끌어올렸습니다. 지난 11일 외무성 중대성명에 이어, 12일부터 계속된 김여정 담화, 13일 국방성 대변인 담화 등을 통해, 곧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인 것입니다.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서도 무인기 침범에 격분했다는 주민 반응을 전하며 대남 적대 선동에 열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행동은 외부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내부의 결속을 꾀하고 불만을 잠재우려는 독재정권의 전형적인 통치술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한 상태에서 대남 적대 선동을 통해 ‘두 국가 체제’를 확고히 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극렬히 반발하는 것을 보면 이런 목적들 외에 다른 이유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최고 존엄’ 사무실 바로 위까지 무인기 침투?

이번 사건의 실체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북한은 남한 무인기가 침투했다고 하지만, 우리 군 당국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고, 북한의 자작극 가능성을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북한 주장대로 남한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는 가정하에 북한의 허술한 방공체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은 지난 11일 외무성 중대성명을 발표하면서 ‘남한 무인기와 전단’이라고 주장하는 사진들을 몇 장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한 사진의 하단 설명을 보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 상공에 출현한 적무인기’라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는 김정은 총비서가 일하는 건물인데, 김정은 사무실이 있는 건물 바로 위까지 남한 무인기가 날아왔다는 주장입니다.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관련 사진 김정은 사무실이 있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지난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부근까지 날아왔다고 해서 논란이 됐던 적이 있습니다. 최고의 보안 구역이어야 할 대통령실 부근까지 북한 무인기가 들어오는데 제대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북한 무인기에 위해 물질이라도 달려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걱정스러운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남한 무인기가 북한 주장대로 김정은 사무실 바로 위까지 날아갔다면, 북한이 받는 충격은 상당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1인 독재체제인 북한에서 김정은은 거의 신적인 존재인데 ‘최고 존엄’인 김정은의 안위를 담보하지 못할 비상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최고 존엄’을 위해서는 목숨도 버릴 것을 교육받는 북한에서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극렬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는 사건일 수 있습니다.​​​​​​​

북한의 허술한 방공망 그대로 드러나


김정은 사무실 바로 위까지 무인기가 침투했다는 것 이외에도 이번 사건이 북한에게 충격적인 것은 북한 방공망의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휴전선에서 평양까지 거리는 대략 140km 정도입니다. 북한 주장대로 남한 무인기가 김정은 사무실 바로 위에서 발견된 것이라면, 140km나 되는 거리를 남한 무인기가 날아가는 동안 북한이 알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서해나 기타 장소에서 무인기가 날아간 것이라고 해도 적어도 수십 km 비행하는 동안 파악이 안된 셈입니다. 북한 방공망에 그야말로 구멍이 숭숭 뚫렸다고밖에 볼 수 없는 대목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지난 11일 외무성 중대성명을 보면, 남한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한 게 지난 3일과 9일, 10일이라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지난 7일 김정은 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남한 무인기가 평양에 침투하는 중대사건이 발생했는데, 최고지도자가 오히려 ‘대한민국 공격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히다니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북한이 지난 11일 발표한 외무성 중대성명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은 김정은의 7일 발언이 나올 때까지 북한이 무인기 침투를 몰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무인기 침투를 가지고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북한이 무인기의 평양 침투 사실을 알면서도 ‘대한민국 공격 의사가 없다’는 말을 했을 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3일부터 발생했다는 무인기 침투를 한참이나 지난 11일부터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을 보면, 아마도 지난 9일이나 10일쯤 남한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방공 감시 장비를 재점검하는 과정에서 3일 무인기의 흔적이 발견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정은 사무실 바로 위까지 무인기가 왔다 갔다 했는데, 이런 사실조차도 제때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평양 방공망의 허술함이 여실히 드러난 셈인데, 북한으로서는 이런 치명적인 실수와 약점을 덮기 위해서라도 격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

무인기 보고도 대응 못 한 듯

이번 사건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주목해 볼 점은 남한 무인기가 평양에 침투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북한이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여정은 지난 15일 담화에서 ‘한국 군부가 이번 사건의 주범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물증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간단하고도 확실한 증거는 남한 무인기라고 주장하는 물체를 공개하는 것입니다. 실물을 공개하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주체가 누구인지 드러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사진으로만 남한 무인기의 침투를 주장할 뿐 실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무인기를 수거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다른 방식으로 증거를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북한이 어떤 대응을 할 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침투한 것을 제때 알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무인기 침투 사실을 파악하고도 무인기를 격추하거나 제지할 방법이 없어 그대로 돌려보냈다면, 북한의 방공 감시망뿐 아니라 대응 능력 또한 낙제점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다시 누군가가 무인기를 보낸다 해도 북한 능력으로는 막아내기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