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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 유지되는 분단 상태에서 평화는 가능할까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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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통일'과 '평화'는 대립적 개념인가?
안정식 스프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임종석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얼마 전 제기한 '통일하지 말자'는 주장은 '통일'과 '평화'를 대립 구도로 보고 있습니다. "통일을 버리고 평화를 선택하자", "통일을 유보함으로써 평화에 대한 합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주장입니다. "통일 주장은 어떤 형태로든 상대를 복속시키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통일'이라는 목표를 버리고 분단된 상태로의 '평화'를 우선 목표로 하자는 게 임 전 실장의 주장으로 보입니다.

최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실시한 '2024 통일 의식 조사'에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연구원 측은 갤럽에 의뢰해 지난 7월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19살에서 74살까지의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통일 관련 의식을 조사했는데(표본 오차 : 95% 신뢰 수준 ±2.8%), 통일보다는 평화 공존을 우선시하는 응답이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의 목표로 다음 중 무엇을 가장 중요시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한 가지만 골라 말씀해 주십시오'라는 질문에, '남북 통일'이라고 답변한 사람은 14.3%에 불과했고 '남북 평화적 공존 및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63.9%나 됐습니다. 나머지 선택지에 있던 '북한의 개혁개방과 남북 경제공동체 통합'이 21.6%의 답변을, 기타 응답이 0.2%를 얻었습니다.

N코리아 정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조사도 주의 깊게 관찰해 보면, '통일'과 '평화'를 은연중에 대립 구도로 설정해놓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응답자에게 제시된 세 가지 선택지 가운데 하나만을 고르도록 하고 있는데, '통일'과 '평화 공존'이 별개의 선택지로 나뉘어있는 만큼 '통일'은 '평화'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합니다. 남북이 평화 공존을 이뤄가면서 궁극적으로 통일의 길로 갈 수 있는데도, 이 질문에서는 이러한 선택지가 배제돼 있습니다. 전쟁을 통해서라도 통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질문의 모범답안은 '평화 공존'인 측면이 있습니다.
 

'분단은 평화'이고 '통일은 비평화'인가

'분단은 평화'이고 '통일은 비평화'인 것처럼 은연중에 설정돼 있는 구도. 여기서, 우리는 본질적인 질문을 마주해야 합니다.

분단된 상태에서 평화가 가능할까요?

통일로 가는 것은 비평화적인 것일까요?
 

분단된 상태에서 평화가 가능할까

안정식 스프
먼저, 지금과 같은 분단 상태에서 안정적인 평화가 가능할지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알다시피 극단적인 우상화, 신격화 체제입니다. 김일성 일가가 신처럼 떠받들어지며 '김일성 일가의 것이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우상화 교육을 어려서부터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체제는 중국, 베트남식의 개방이 불가능합니다. 외부 정보가 북한 주민들에게 전파되면 김일성 일가의 허구가 드러나고 김일성 왕조 체제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남한 드라마를 보고 남한 노래를 부르기만 해도 노동교화형에 처하고 조직적으로 유포시키면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이른바 3대 악법(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청년교양보장법)까지 제정한 것을 보면, 북한이 외부 정보 차단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을 보통 '북한 체제의 경직성'이라고 말합니다.

북한 체제가 이렇게 외부와 융합할 수 없는 체제이기 때문에, 김일성 일가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채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핵무기가 필수적입니다.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에 북한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면 관계의 심화 속에서 북한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을 텐데, 지금의 북한 체제로는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권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핵무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김일성 일가가 지금의 절대적인 기득권을 내려놓고 '신'의 위치에서 '인간'의 위치로 내려갈 수 있다면 외부와의 소통이 가능해지고 한반도 구도에 변화가 가능하겠지만, 김일성 일가가 지금과 같은 절대적인 권한을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면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개발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도 해소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유감스럽게도 독재자가 스스로 자신의 절대적인 기득권을 내려놓은 사례는 거의 없었습니다.

가끔씩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되는 시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북한이 필요에 따라 대화를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 체제의 본질적 성격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러한 대화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고, 한반도의 근본적 평화 정착은 불가능합니다. 그것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경험해 온 남북 관계의 역사입니다. 분단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50년, 100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주기적인 대치 국면'이 계속될 뿐이고, 우리는 계속해서 비무장지대 등에서의 분쟁 가능성을 우려하며 살아야 합니다.
 

통일로 가는 것은 비평화적인 것인가

안정식 스프
다음으로 통일로 가는 것이 비평화적인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통일을 원한다고 할 때 그것은 물론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의 통일을 의미합니다. 북한과 같은 체제로 통일되는 것에 찬성하는 사람은 적어도 남한 내에서는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인위적으로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전쟁을 통해서라도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이라는 지향점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도달하게 될 지는 모르지만 평화적인 과정을 통해 추구되는 목표이며, 그것이 설령 조만간 실현되지 않을 것 같다고 해서 조급해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언젠가는 이뤄야 할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통일을 상정하는 것은, 통일이 되어야 비로소 한반도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평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지,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달성해야 하는 목표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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