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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들이 트럼프를 사랑하는 진짜 이유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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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칼럼] Why Do People Like Elon Musk Love Donald Trump? It's Not Just About Money. by Chris Hughes
1001 뉴욕타임스 번역
 

* 크리스 휴즈는 경제적 기회 보장 프로젝트(Economic Security Project) 의장이자, 곧 출간될 책 "시장 설계자들: 미국 경제 제도를 만든 100년의 투쟁"을 썼다. 휴즈는 페이스북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하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가 회계 장부를 조작하고 비위 사실을 숨겨 선거법을 어겨가며 2016년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한 34개 중범죄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은 다음 날, 나는 맨해튼 플랫아이언 지구에서 한 테크 업계 리더를 만나 아침 식사를 함께했다. 평생 민주당 지지자였던 그는 최근 열성적인 트럼프 지지자로 돌아선 참이었다. 그는 유죄 평결에도 전혀 흔들림 없이 다음 주에 트럼프가 주최하는 모금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행사의 입장권은 가장 싼 게 5만 달러였다.

나는 20년 전 대학 시절 페이스북을 공동 창업했지만, 오래전 캘리포니아 스타트업 업계를 등지고 공공 정책과 경제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스크램블드 에그와 치킨 소시지, 통밀 토스트를 먹으며 나는 나의 일부 지인을 포함한 실리콘밸리의 최고 권력자들과 부유층 다수가 요란스레 트럼프 지지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고 새삼 충격을 받았다.

나의 지인이 참석한 후원 행사에서 트럼프는 하룻밤에 1,200만 달러를 모금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트럼프 지지자 가운데는 직접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통해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벤처 투자자 마크 안드리센과 벤 호로비츠, 그리고 가장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친트럼프 성향의 슈퍼팩을 설립한 일론 머스크가 있다. 트럼프의 주장에 따르면 저커버그도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저커버그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테크 업계의 보수화를 경제적 이익을 수호하려는 부유층의 움직임으로 치부하면 간단하기야 하겠지만 실리콘밸리는 언제나 이익을 좇아왔고, 1980년대 이후 공화당 쪽으로 기울어진 적이 없었다. 지금도 실리콘밸리의 해리스 지지자 일부가 그의 테크 정책 접근법에 대해 우려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민주당 지지가 대세다.

트럼프가 실리콘밸리 엘리트층에 어필하는 이유는 이들이 트럼프와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눈에 트럼프는 자신과 같은 국가의 피해자, 즉 대담한 아이디어 때문에 부당하게 박해받는 인물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트럼프는 이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데 필요한 방패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트럼프가 민주주의의 규범을 위협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나아가 경기 침체를 불러올지도 모르지만, 어떤 사회적 비용이 따르더라도 그들이 좋아하는 기술 개발을 막아서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이들은 공개 지지와 자금 지원을 통해 트럼프를 자기 입맛에 맞게 주무를 수 있다는 가능성에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한때 암호화폐에 비판적이던 트럼프는 업계의 후원이 이어지자, 규제를 철폐하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이번 달에는 아들들과 함께 암호화폐 사업에 직접 뛰어들기까지 했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가 불과 몇 주 전에 제시한 아이디어에 따라 "정부 효율위원회"를 만들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의 트럼프 지지자는 소수지만, 이들은 트럼프를 지지함으로써 트럼프 2기 행정부, 나아가 공화당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해 앞으로 수년간 테크 정책을 좌지우지할지도 모른다.

이들에게는 트럼프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욕구만큼이나 바이든-해리스 정부에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현 정부 아래서 테크 업계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이든-해리스 정부는 인터넷 시대 이후 그 어떤 정권보다도 테크 기업들이 공공의 이익에 복무할 것을 요구했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은 시장 가치 총액이 여러 국가의 GDP보다 훨씬 큰 몇몇 거대 기업의 시장 지배에 맞서는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브라이언 디즈는 "대기업"들이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부당하게 가격을 올리고 소비자의 선택지를 제한하며, 임금을 낮추고 경쟁을 통한 혁신을 가로막을 힘이 있다.

지난 3년간 연방거래위원회와 법무부는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대기업을 겨냥해 이들이 경쟁을 위축시키고 소비자에게 해를 끼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정부는 추후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구글 반독점 소송에서 승소하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반독점 문제뿐만이 아니다. 게리 겐슬러가 이끄는 증권거래위원회도 테크 업계 엘리트들의 반발 대상이다. 시민 대다수에게 실질적인 가치가 거의 없으면서 오해를 살 만한 이름을 갖고 있는 암호화폐를 공격적으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해리스 정부는 작년에 AI 기술의 안전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념비적인 행정 명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다수 미국인은 이런 조치들이 진작에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대들의 정신 건강 악화와 정치적 양극화, 가짜뉴스와 사생활 침해의 범람에 테크 대기업들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소셜미디어가 우리 자녀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알게 된 우리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절한 제어장치를 만들지 못한 실패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그 기술이 아무리 대단하고 훌륭해도 마찬가지다.

테크 업계 트럼프 지지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과거 독점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자신이 산업을 과도하게 규제하려는 극성 진보파의 희생자라고 생각한다. 시장에서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시도는 기업 성장에 대한 위협이고, 기술 발전은 그 자체로 선이라는 믿음에 대한 도전이다.

암호화폐에 집중적으로 투자 중인 마크 안드리센은 작년에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킨 선언문을 발표했다. "관료주의, 비토크라시(vetocracy), 장로정치"라는 적들의 목소리가 "기술과 풍요, 삶에 대한 추구"에 반한다는 내용이었다. 바이든-해리스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이나 다름없었던 이 글에서 안드리센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그 영향력을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은 "매우 비도덕적"이라고 주장했다.

테크 대기업들이 트럼프에게 일종의 동지애를 느끼는 것은 놀랍지 않다. 트럼프 역시 자신을 구원자이자 순교자로 그리기 때문이다. 이들처럼 트럼프 역시 규칙을 무시하며, "더 나은 미국"을 위한 자신의 비전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다. 첫 대선 유세 당시 트럼프는 "시스템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고,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고 했다. 2024년에는 유세를 시작하면서 "나는 희생자"라고 선언했고, 사법 제도는 부패하며 선거는 조작되고 있다는 주장을 이어 나가는 중이다. 트럼프는 이 세상의 모든 "자칭 희생자"들을 대변할 것이다. 그 "희생자"가 황금을 입힌 저택에 살고 있어도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환영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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