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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매트 믿고 뛰어내렸는데…'고층용'이라 해서 규격 봤더니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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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매트 귀에 쏙 취파 

화재 때 인명 피해 못 막은 에어매트... 규격도 매뉴얼도 '제각각'

지난달 22일 발생한 경기 부천 원미구 호텔 화재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났습니다.

사망자 7명과 부상자 12명 등 총 19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참사는 사망자 가운데 2명이 소방대원이 설치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려 대피를 시도했다가 매트가 뒤집히면서 바닥에 추락해 숨져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이 때문에, 에어매트를 이용한 구호 조치가 적절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위험 상황에서 사람들이 안전할 것이라고 믿고 뛰어내린 에어매트가 오히려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진 겁니다.

에어매트를 둘러싼 의문점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이번 호텔 화재에서 소방이 사용한 에어매트는 이른바 '고층용' 매트였습니다.

10층 높이에서 뛰어내려도 살 수 있도록 제작된 제품이란 뜻입니다.

가로 7.5m, 세로 4.5m, 높이 3m 크기로, 공기를 주입하지 않았을 때의 무게는 126㎏에 이릅니다.

부천소방서 관내에는 총 12개의 에어매트가 보관, 운용되고 있었는데 이 중 11개가 5층용이고 나머지 1개가 10층용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런데 소방청 고시인 '공기안전매트 기술기준'에 따르면 매트의 규격은 사용 높이가 15m 이하인 경우 가로 세로 3.5m, 높이 1.7m 이상으로, 사용 시 필요한 부품을 포함한 중량은 100㎏ 이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통상 건물 1층당 높이가 3m인 점을 감안하면 5층용 에어매트에 대한 규격만 규정돼 있는 겁니다.

'소방장비 기본규격'에도 마찬가지로 '16m 이하 높이에서의 구조 활동을 위해 사용되는 에어매트'에 대해서만 적용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도 5층용 매트 외에는 별도의 안전성 인증을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고층용 에어매트에 대해서는 안전성이 인증되는 통일된 규격이 따로 없는 셈입니다.

소방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에어매트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건 5층까지뿐'이라는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라서 5층용까지만 인증을 내준 것"이라며 "고층용의 경우 안정성이 무조건 담보되진 않는 만큼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층에서 뛰어내릴수록 정확한 낙하 지점에 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안전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에어매트를 이용한 구호 조치 시 사용 매뉴얼이 통일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현재는 일선 소방서별로 실무적으로 쓰기 위해 제조사 설명서 등을 참고해 만든 자체 매뉴얼만 있을 뿐, 소방청 차원의 표준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에어매트 제품마다 공기를 넣는 주입구의 크기나 개수도 다르고, 특히 고층용은 일정한 안전성 규격도 정해져 있지 않아 제조사가 제공한 사용설명서에 의존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또, 이번 화재의 경우 소방대원들이 에어매트를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게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현장의 혼선도 드러났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화재 이튿날인 지난달 23일 현장을 찾아 "에어매트를 잡아주는 사람은 없었느냐"라고 물었는데, 조선호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은 "당시 인원이 부족해 에어매트를 잡아주진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소방대원이 에어매트를 붙잡고 있을 경우 2차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고왕열 우송대 재난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소방대원이 매트를 잡고 있는데 그 지점으로 사람이 떨어지게 되면 밑에 있는 소방대원까지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에어매트 사용 훈련도 일선에서 제각각으로 하는 상황에서 통일된 훈련 지침이 없다 보니 생긴 혼선이라 지적도 나옵니다.

지적이 이어지자, 소방청은 뒤늦게 에어매트 설치와 훈련 등에 대한 통합 매뉴얼을 조만간 만들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일선 소방서에서 사용하는 에어매트의 관리 실태 또한 점검이 필요하하다 목소리도 나옵니다.

부천소방서에서 이번 화재 당시 사용한 고층용 에어매트는 지난 2006년 9월 27일 구매한 제품으로 확인됐습니다.

에어매트의 사용 연한인 7년을 훌쩍 넘긴 건데, 구매 후 18년이 지났음에도 계속해서 사용해 왔던 겁니다.

소방당국은 매년 심의를 통해 제품에 이상이 없으면 1년 단위로 사용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면서, 해당 에어매트의 경우도 올해까지 심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연장 사용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심의를 통과했다곤 하지만, 에어매트가 오래된 것일수록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만큼 선제적인 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소방서에서 사용 중인 에어매트 1천582개 가운데 28%가 넘는 452개는 사용 연한 7년을 넘긴 상태로 파악됐습니다.

구매 후 10년을 넘긴 에어매트도 292개로 18%가 넘습니다.

이론적으론 불용 심의만 통과하면 에어매트의 사용 기한을 무제한으로 늘릴 수 있다는 점도,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이는 대목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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