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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 어디 갔어요?" 참다 못해 신고했더니 돌아온 건…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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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한 오피스] 신고 후 책상이 사라진 사람들 (글 : 배가영 직장갑질119 대변인)
배가영 갑갑한 오피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A 씨는 올 1월 회사 대표로부터 회사 사정이 어렵다며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A 씨가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업무 배제, 폭언, 감시 등 집요한 괴롭힘이 시작됐다. 견디다 못해 지난 4월 김 씨는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제출했고, 그 결과 올 6월 노동청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대표에게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A 씨가 우리에게 상담을 받기 시작한 것은 연초부터였다. 대표의 괴롭힘이니 사내 신고가 아닌 노동청 신고를 할 것, 먼저 사직서를 제출하지 말 것, 추가적인 괴롭힘이 예상되니 증거를 잘 모아둘 것 등의 조언이 있었다. 이 조언대로 A 씨는 끝까지 사직서를 내지 않고 증거를 모아 노동청에 대표를 신고해 괴롭힘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노동청에 괴롭힘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대표는 A 씨의 책상을 복도로 뺐다. 그리고 A 씨가 그 책상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자, 이번엔 그 책상을 어딘가로 숨겨버렸다. 책상도 없는 사무실에 매일 출근하던 A 씨에게 한 직장 동료가 자신의 책상 한 켠을 내주었고, 그 이후 A 씨는 매일 그 자리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업무는 전혀 주어지지 않았지만 회사에 늦거나, 점심시간을 1분이라도 더 쓰고 돌아오면 경고를 받았다.

배가영 갑갑한 오피스
A 씨 사건을 조사하던 근로감독관은 그에게 "왜 이런 회사를 계속 다니려고 하시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A 씨는 텅 빈 근무시간 내내 그 질문을 오랫동안 곱씹었다. 그는 그저 회사에 다니고 싶었을 뿐이었다.

노동청에서 과태료를 부과하자 대표는 더 망설이지 않았다. 징계위원회 참석 요구 공문에는 다양한 징계 사유가 나열되어 있었는데, 업무 지시 불이행은 물론이고 회사 내부 정보를 외부에 빼돌렸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A 씨는 내게 물었다. '업무 지시가 없었는데 어떻게 지시를 불이행하나요?', '빼돌리지 않은 정보를 어떻게 빼돌리지 않았다고 입증할 수 있을까요?' A 씨의 우려대로 징계위는 형식적인 자리였고, A 씨는 하지 않은 것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결국 해고됐다. 그가 사직서 제출 요구를 받은 지 7개월, 괴롭힘 신고를 한 지 3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은 피해자의 피해 이전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현실에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 앞에 놓인 선택지는 '용기를 내 신고를 하고 보복을 당하거나', '보복을 피하기 위해 신고 자체를 포기하는 것' 정도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2분기 실시한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직장 내 괴롭힘 경험자 중(n=305) 회사 또는 노동조합 신고 응답은 12.1%,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 신고 응답은 2.6%에 그쳤다. 반면 57.7%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고, 19.3%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 1위와 2위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47.1%)와 '향후 인사 등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31.8%)였다. 용기를 내 신고를 한 응답자(n=50)들에게 신고 후 불리한 처우를 경험했는지 묻자 무려 40%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신고 후 회사로부터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직장인들의 우려는 기우가 아닌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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