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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2', 한층 더 깊어진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희로애락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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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즐레]
김지혜 주즐레 썸네일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SBS 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배우 윤여정은 '파친코'에서 자신이 연기한 '선자'를 '끼끗한 여자'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어머니가 즐겨 썼다는 이 말에 대해 "음... 영어 단어로 표현하면 디그니티(dignity)에 가까울 거예요. 얘는 그게 있어서 좋았어요. 프라이드(pride)랑 디그니티(dignity)는 또 다르잖아. 삶의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비굴하게 사는 사람도 있거든. 그런데 선자는 아니야. 저는 그걸 표현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끼끗하다'는 형용사는 ▲생기가 있고 깨끗하다, ▲싱싱하고 길차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파친코' 시즌2는 시즌1의 마지막 이야기로부터 약 7년 후인 1945년을 배경으로 한다.

일본 오사카에 정착한 선자(김민하)는 두 아들을 키우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남편 이삭(노상현)은 감옥에 갇혀 감감무소식이고, 선자는 생계를 위해 거리에 나가 김치를 팔고 있다.

"이제 어쩌시게요?" (창호)
"버텨낼 깁니더. 항상 그런다 아입니껴. (선자)


김지혜 주즐레
삶의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는 선자의 방식은 '버텨낸다'다. 이건 방관이나 회피와 같은 수동적인 방식이 아니다.

선자는 불굴의 의지와 강인한 정신력으로 고난을 이겨낸다. 그리고 느리지만 나아간다. 더욱이 선자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자신의 목숨보다 귀한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가 있다.

이 드라마의 원작 소설 '파친코'(이민진 作)는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라는 명문으로 시작한다. 이 한 문장에는 '파친코'의 이야기가, 선자의 삶이, 축약돼 있다.

선자는 배를 곯는 아이들을 위해 밀주 제조에 가담했다가 유치장에 갇히고 만다. 그러나 하루 만에 풀려나고 그 배후에 한수(이민호)가 있음을 알게 됐다. 14년 만에 마주한 한수는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떠나자고 제안한다. 이때 남편 이삭이 만신창이가 돼 집으로 돌아온다. 선자에게 또다시 고난과 선택의 시간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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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는 4대에 걸친 한인 가족의 이민사를 다룬 대서사시다. 훈이와 양진, 선자와 한수, 노아와 모자수, 솔로몬으로 이어지는 4대의 서사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배제하고는 묘사할 수 없는 이야기다. 이 장대한 이야기에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희로애락이 함축돼 있다.

시즌2 역시 시즌1과 마찬가지로 선자의 과거와 선자의 손자 솔로몬의 현재 이야기를 병렬 구조로 전개한다. 별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는 건, 두 서사가 궁극적으로 같은 뿌리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선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해 왔던 것처럼 솔로몬도 세상과 부딪히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현시대의 젋은 시청자들에게 보다 와닿는 고난은 한국과 일본, 미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사회의 벽과 부딪히는 솔로몬의 이야기일 것이다.

선자의 고난이 가난이었다면, 솔로몬의 고난은 차별과 편견이다. 낯선 땅에서 자리를 잡는 게 관건이었던 1세대 자이니치(재일조선인)인 선자와 꿈을 펼치는 것이 중요한 3세대 자이니치인 솔로몬이 직면한 역경은 조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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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선자의 아들 노아와 모자수의 이야기가 더해져 보다 풍성한 재미를 더한다. 한 배에서 나온 형제지만 이들의 성격과 삶의 방식은 그들의 두 아버지처럼 달랐다. 노아는 공부로 세상에 우뚝 서기를 바랐고, 모자수는 부를 축적함으로써 사회의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려고 했다. 그는 파친코로 큰 성공을 거둔다. 실제 1950년대 자이니치들이 일본에서 가장 많이 했던 사업이다.

아버지가 축적한 부의 울타리 안에서 안락하게 자랐지만 솔로몬은 윗세대들과는 또 다른 장벽에 부딪힌다. 솔로몬은 기회의 균등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펼치길 바라지만 세상은 이민자들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처럼 시즌2에서는 선자뿐만 아니라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조명하며 풍성한 재미와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김지혜 주즐레 김지혜 주즐레
이 작품을 향한 글로벌 시청자들의 호평은 한국 문화와 민족의 특수성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민자 서사에 대한 보편적 공감대 형성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파친코'는 한국 배우들과 자이니치 배우, 한국계 제작진이 힘을 합쳐 완성한 수작이다. 시즌1, 2의 제작과 각색에 참여한 수 휴와 시즌1을 연출한 코고나다와 저스틴 전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이고, 시즌2 연출에 참여한 이상일 감독은 재일동포다. 이들에겐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이야기였을 것이고, 누구보다 (정서적으로) 잘 아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김민하는 선자를 위해 태어난 배우처럼 보인다. 순수와 끈기가 동시에 보이는 얼굴, 그 시대에 태어난 것 같은 몸짓, 서울 태생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사투리 구사까지 신인 배우의 어설픔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시즌2를 촬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연기로 '모성 표현'을 꼽았지만, 경험의 공백을 타고난 감성과 본능으로 보완해 냈다.

나이든 선자로 활약하는 윤여정은 더할 나위 없다. 오랜 시간과 경험이 축적된 관록의 연기는 '파친코'의 무게중심 역할을 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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