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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가 고전하는 이유, 메뉴가 너무 복잡해서?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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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칼럼] There Are a Bazillion Possible Starbucks Orders - and It's Killing the Company, by Bill Saporito
0903 뉴욕타임스 번역
 

* 빌 사포리토는 매거진 잉크(Inc.)의 편집인이다.
 

당신은 앱으로 주문하려다 잘 안 돼서 스타벅스 매장을 찾았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무언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보니, 핸드폰이 아니라 무언가를 빼곡하게 적어 둔 포스트잇을 보고 있다. 사무실 동료들이 부탁한 주문 내역이다.

그런데 음료 여섯 잔 주문하기가 너무 어렵다. 사이즈부터 톨, 벤티, 그란데로 제각각이고, 더블 펌프를 부탁한 이도 있다. 에스프레소를 한 잔부터 넉 잔까지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료가 될 테니, 그것도 챙겨야 하고, (카페인이 반만 든, 그냥 커피와 디카페인의 중간) 하프 카페도 있다. 우유도 아무거나 넣으면 안 된다. 귀리 우유, 저지방 또는 무지방 우유, 두유, 그냥 우유 등 다 다르다. 휘핑크림, 시럽, 흑설탕, 백설탕, 설탕 없이, 모카 드리즐 등 각각의 주문을 빠짐없이 처리하는 건 공중에서 몸을 두 바퀴 반 비틀어 도는 동작을 해내는 거나 다름없다. 기적적으로 잘 해내더라도 이걸 다 제대로 주문해서 받아 가려면 다음 회의에 제시간에 맞춰 도착하기는 이미 글렀다.

앱으로 주문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매장에서 직접 주문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이 꼭 있다 보니, 바리스타가 그 복잡한 주문에 따라 커피 만드느라 잡혀있기 일쑤다. 한참 기다려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스타벅스는 공식적으로 주문할 수 있는 음료의 가짓수가 17만 개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한  집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에서 주문할 수 있는 음료는 3천억 가지가 넘는다. 나는 간단히 커피 한 잔 마시러 왔을 뿐인데, 꼭 내 앞에 있는 사람은 까다롭기 그지없는 주문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아주 근거 없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난이도가 올림픽 수준이라면, 스타벅스가 당면한 문제도 마찬가지로 심각하다. 시애틀에서 시작해 커피 제국을 이룬 회사는 어느덧 커피업계의 보잉으로 전락했다. 항공기의 기계 결함 때문에 자꾸 사고가 났던 보잉이 그랬던 것처럼 스타벅스도 최고경영자를 갈아치웠다. 랙스만 나라시만을 해고한 스타벅스는 최근까지 텍사스식 멕시코 음식점 체인 치폴레의 CEO를 지낸 브라이언 니콜을 최고경영자 자리에 앉혔다. 니콜의 영입이 발표된 뒤 스타벅스 주가는 올랐지만, 치폴레든 스타벅스든 문제는 마찬가지다. 선택지가 너무 많고, 주문을 받고 처리할 직원은 부족하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부리또든 라떼든 손님을 실망시키는 일이 꼭 일어난다.

스타벅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식업 프랜차이즈 가운데 상장사들은 거의 다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작으면 40평, 커봐야 80평 남짓한 매장을 운영하면서 매출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해야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성장세가 꺾이면 돈이 빠지는 건 한순간이다. 그러지 않도록 최적의 일 처리를 끊임없이 해내야 한다. 물론 그러든 말든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은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해답은 분명하다. 사람을 더 뽑으면 된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공급망, 식품 안전, 포장, 예약, 주문, 배달에 이르기까지 일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일 처리는 나아지겠지만, 기업은 비용과 수익 측면에서 계산이 훨씬 더 복잡해지는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피자헛을 생각해 보자. 예전 피자헛에서는 당연히, 피자만 팔았다. 요즘 피자헛의 메뉴를 보면, 예전과 같은 가게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모든 피자헛 매장에는 화덕이 있다. 피자를 직접 구워서 팔아야 하니 당연한 얘기다. 영업시간에는 어쨌든 화덕의 온도를 계속 높게 유지해야 하는 피자헛은 스스로 묻는다.

'화덕에 피자 말고 무엇을 넣어서 구우면 매출에 도움이 될까?'

결국, 피자헛은 고등학교 다니는 알바생도 매뉴얼 보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메뉴를 찾았다. 요즘 피자헛뿐 아니라 웬만한 피자 가게들은 플랫브레드, 초콜릿칩 쿠키, 브라우니에 시나본 미니롤까지 화덕에 넣고 구워서 낼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다 판다. 페페로니 피자 세 조각 먹고 나면 입가심으로 달콤한 빵에 계핏가루 묻혀 낸 시나본 빵 하나 먹어주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스타벅스는 갈수록 처리하기 어렵고 복잡해지는 주문 문제와 문화적인 도전을 동시에 다뤄야 한다. 1992년 주당 17달러-이후 주식 분할을 고려하면 현재 주가 기준으로는 주당 27센트-에 상장한 뒤 월스트리트 투자자와 주주들은 끊임없이 스타벅스를 압박했다. 새 매장을 더 열어라, (커피와 함께 먹기 좋은) 스낵, 샌드위치 메뉴를 개발해라, 아침 식사 메뉴로 적합한 빵도 넣고, 필요하면 메뉴를 데워서 낼 수 있게 오븐도 설치하라는 등 요구사항은 끝이 없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커피가 전부였지만, 스타벅스에서 사 마실 수 있는 음료도 점점 다양해졌다. 피스타치오 크림 프라푸치노 같은 메뉴 말이다. 커피숍의 특성상 손님의 발길이 뜸한 저녁 시간대를 공략하기 위해 고급 커피에 술을 타서 파는 커피 칵테일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사람들이 (집과 사무실 다음으로) 모여서 편하게 이야기하며 한잔할 수 있는 "제3의 장소"로 스타벅스라는 공간을 구상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밀라노에 있는 커피 바(오전에는 커피를 팔고, 오후부터는 술도 파는 바)에 착안해 스타벅스를 생각해 냈다. 그는 또한, 직원들에게  공정한 임금과 복리후생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1971년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시장 구석에 처음 문을 연 스타벅스는 지금 보면 믿기 어려울 만큼 단순했다. 가게 내부의 장식은 소박하다 못해 아무것도 없었고, 취급하는 품목도 커피, 차, 향신료 몇 가지가 전부였다. 그러던 스타벅스는 1997년부터 다양한 음식과 음료를 팔기 시작했고, 2003년에는 고객별 맞춤형 주문에 특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스타벅스는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보낼 에너지를 얻는 직장인의 충전소와 슐츠가 처음 구상한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공간 사이에서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스타벅스만의 매력과 복잡한 고객의 주문을 다 맞춰주는 커피숍이라는 사실을 동시에 광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포장 주문을 한 고객에게만 따로 제공하거나 반대로 매장에서 음식을 먹고 갈 고객에게만 제공해야 하는 메뉴는 어떻게 정하면 좋을까? 스타벅스 브랜드 전체를 놓고 보면, 과연 어느 쪽을 택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맨해튼 남부에 있는 제 사무실 근처의 스타벅스 매장은 충전소 모델을 택했다.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에는 앉아서 커피를 마실 좌석이나 공간이 아예 없다. 그러나 어떤 날은 앱으로 주문한 사람과 직접 와서 커피를 시키고 기다리는 사람들 줄이 너무 길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커피숍에 가는 날도 더러 있다.

스타벅스는 노동자들의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알고리듬을 이용해 근무시간을 조율한다. 그런데 가만 보면 항상 필요한 인원보다 한 명 정도 일하는 사람이 부족해 보인다. 공항에 있는 매장은 물론 다르다. 거기는 직원이 서너 명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으니까.

이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스타벅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약국, 편의점, 화장품 가게, 항공사의 체크인 카운터에 이르기까지 다른 업계의 여러 매장들도 비슷한 문제로 씨름한다. 기업들은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알고리듬으로 배정할 때 기본 설정 자체를 일손이 부족하도록 빠듯하게 설정해 둔다. 즉, 문제가 생기더라도 직원이 너무 많아서 일손이 남아도는 상황보다는 직원이 부족해 일손이 모자라서 문제가 생기도록 설정해 두는 거다. 인력을 줄이면 어쨌든 비용도 줄일 수 있으니 그렇게 한 건데, (줄이 너무 길어 만족하지 못한) 고객이 떠나가면 줄어들 매출과 그로 인해 발생할 잠재적인 손실을 계산에 넣지 않은 점이 아쉽다.

기업들은 항상 소비자의 선택과 개별 고객 맞춤형 서비스, 그로 인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복잡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결정을 내린다. 식품, 유통업계를 비롯한 여러 업계에서 대체로 적용하는 법칙은 "80대20 법칙"이다.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품목의 20%에서 전체 매출의 80%를 올린다는 법칙인데, 매출을 올려주는 데는 도움이 안 되더라도 여전히 고객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는 건 중요하다.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항목과 제품군은 다다익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다익선 말고 과유불급도 엄연히 고려해야 하는 법칙임을 알고 있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주문을 처리하는 과정 자체가 마비될 수도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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