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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수 호루라기 시끄럽다" 민원에…'안전' 덮어버린 편의주의

"신호수 호루라기 시끄럽다" 민원에…'안전' 덮어버린 편의주의
▲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에서 긴급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소음으로 인한 생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신호수들에게 불필요한 호루라기 사용을 자제시키겠습니다."

최근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공사의 '신호수 호루라기 소리가 시끄럽다'는 민원에 서울시가 내놓은 답변입니다.

필수적인 안전 통제마저 불필요한 소음으로 치부되는 우리 사회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달 31일 '서울시 건설알림이'에 따르면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공사가 본격 착공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9달간 공사 관련 민원은 총 88건 접수됐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신호수 호루라기가 시끄럽다", "장비 이동 중 나오는 경고음이 시끄럽다"며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조치를 문제 삼는 내용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신호수는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굴착기 같은 중장비가 움직일 때 사고를 예방하는 안전 관리자입니다.

호루라기를 불거나 수신호를 해 운전자를 지휘하고 주변을 통제합니다.

중장비의 경고음도 마찬가지 역할입니다.

운전석의 시야 사각이 큰 만큼 소리로 위험을 알립니다.

현장소장 출신인 A 씨는 "이전보다 민원 정도나 빈도가 심해졌다"며 "'공사 때문에 잠을 못 잤으니 다른 곳에 묵을 숙박비를 줘라', '차가 공사장을 지나며 물이 튀었으니 세차비를 달라'는 등 내용도 가지각색"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원이 발생할 수 있는 공사는 아예 야간으로만 진행하게 돼 위험이 커지는 경우도 있다고 A 씨는 전했습니다.

이번 사고로 숨진 현장관리소장 60대 이 모 씨 역시 가족들에게 공사 민원에 따른 스트레스를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건설업계에선 '민원 폭탄'에 대한 압박감이 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의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에도 주목합니다.

특히 붕괴 12시간 전 단차가 발생하는 등 전조 증상이 나타났지만, 즉각적인 차량 통제나 고가 하부 열차 운행 중단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열차는 붕괴 1분 전 이 구간을 지나며 화를 면했지만, 고가 아래에서 차를 몰던 애꿎은 시민은 피해를 봤습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협력교수단 교수는 "사고가 결국 발생하지 않았다면 '왜 사고도 나지 않았는데 통제해서 불편하게 하느냐'는 저항이 컸을 것"이라며 "손해배상 문제까지 갈 수 있어 현실에선 곤란한 부분이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형 사고 반복을 막으려면 시민들의 인식 개선과 함께 현장의 권한과 의무를 강화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최 교수는 "긴급한 상황의 경우 시공사 등이 통제를 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줘야 하고, 국민들이 불편을 감수하도록 법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안전과 관련해선 더 이상 적은 비용을 쓰고 요행을 바라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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