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 "한국 AI 모델 경쟁력, 전 세계 3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사람 중심 AI 연구소, HAI에서는 매년 상반기마다 발표하는 보고서가 있습니다. 바로 이 AI 인덱스 보고서죠.지난해에도 오그랲에서 이 보고서 내용을 가지고 다룬 적이 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보고서에는 우리나라가 1등을 차지한 영역이 있습니다. 지난해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건수에서 우리나라는 14.31%을 기록해서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하고 있어요. 물론 전체 특허 건수로 보면 중국이 74.24%로 압도적 1위이긴 하지만, 인구 규모를 고려해서 살펴본 일종의 혁신 밀도는 한국이 가장 높은 거죠.
한편 AI와 관련된 긍정적인 지표가 늘고 있는 건 맞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약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인재 유출 데이터인데요,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보고서에서만 한국 AI의 좋은 시그널을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 초에 발간한 2025 AI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지표를 확인할 수 있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국가들의 AI 사용 현황을 분석했어요.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진은 이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를 AI 도입 최대 성공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특히나 정부의 구체적이고 제도화된 AI 대응 조치를 성공 원인으로 꼽았죠. 우리나라는 작년 9월에 출범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중심으로 국가 AI 전략을 수립해가고 있습니다. 또한 전 세계 최초로 AI 기본법이 전면 시행되기도 했고요. 국정 과제로 소버린 AI 역량을 기르기 위해, 이른바 '국가대표 AI'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빅테크 기업들의 AI 모델급 성능을 낼 수 있는 한국형 독자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국가의 지원과 선제적인 정책이 기술 발전과 성과의 기반이 된다는 건 보고서에서 1, 2위를 차지한 UAE와 싱가포르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UAE와 싱가포르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0년 전부터 NEXT 석유로 AI 점찍은 UAE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두바이에서 열린 '월드 거버먼트 서밋'이라는 행사가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현재 UAE 대통령이자, 당시 왕세자였던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얀은 UAE의 석유 다음 먹거리 의제를 꺼내 들었습니다.
산유국 UAE에게 석유는 말 그대로 든든한 뒷배이자 국가 경제의 핵심 기반입니다. 그래서 석유가 UAE의 GDP 3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죠. 하지만 이건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석유는 끝이 날 수 있고, 한 가지에 쏠려있는 국가 경제는 언젠가는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UAE에서는 탈석유를 위한 투자와 정책 준비를 10년 전부터 차근차근해오고 있습니다. 결과도 따라오고 있죠.
그렇게 등장한 전략이 2018년 공개된 '국가 AI 전략 2031'입니다. 2031년까지 AI 글로벌 리더로 도약해서 전체 경제의 26% 규모에 해당하는 3,350억 디르함의 경제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죠. 전략에 맞춰 2019년엔 세계 최초의 AI 단일 학문 대학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AI 대학교를 설립했습니다. 이 대학은 AI 기업들과 연계해 굵직한 AI 모델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2023년엔 아랍어 특화 LLM인 자이스를 출시했고, 최근엔 고성능 추론 모델 K2 Think 모델도 공개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미국의 대형 AI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UAE 아부다비에 유치할 정도로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UAE는 자체 모델도 있고, 또 자체 AI 기업들도 미디어에 종종 언급되고 있지만, 싱가포르는 언뜻 보면 AI 강국 이미지와 바로 연결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와 정책을 살펴보면 싱가포르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죠.
싱가포르는 자국산 초거대 생성형 AI 모델을 갖고 있거나 전 세계적으로 이름난 유명한 기업들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일관된 전략과 장기적인 운영으로 AI 시대를 준비하고 있죠. UAE와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역시 AI 전략을 상당히 일찍부터 가동했습니다. 국가 AI 전략 NAIS 1.0을 공개한 게 2019년 11월이었거든요. 이 전략을 바탕으로 싱가포르 전역에 고속 연결망과 데이터 센터를 구축해 미래 AI 시대의 인프라를 준비했죠. 이후 2022년 말에 챗GPT가 등장한 이후에는 생성형AI 대응 전략까지 반영한 NAIS 2.0을 발표했어요. '공익을 위한 AI'를 목표로 전 국민에게 AI 혜택을 확산하기 위해 공공부문이 선도해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죠. 가령 공무원 전용 AI 챗봇 비서 '페어'를 출시해 사용하고 있는데, 싱가포르의 공공기관들은 페어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업무 효율화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족한 AI 기술력은 빅테크와 전략적으로 협력해 해결하고 있어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엔비디아, IBM, AWS 등 거대 기술 기업들이 싱가포르 AI 생태계의 파트너로 함께하고 있죠. 다만 빅테크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기술 종속 위험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소버린 AI 전략도 함께 가동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언어, 문화적 특수성을 반영한 씨라이언, 머라이언 모델들도 구축해 나가고 있어요.
바이브 코딩이 만든 혁신 "답답하니 내가 바꾼다"
살펴본 것처럼 AI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AI 확산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정부가 나서서 UAE나 싱가포르처럼 AI 전환을 위해 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 되는 걸까요? 이를테면 정부에서 AI를 활용한 시스템을 만들어서 일괄적으로 적용한다면요? 전문가들 다수는 그게 쉽지 않을 거라고 지적합니다. 왜냐하면 기본 토대가 될 데이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국가들은 일종의 데이터 인프라를 잘 만들어 놓고, 그 위에서 데이터 중심의 전환 나아가 AI 중심의 전환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데이터 인프라가 엄청 거창한 걸 뜻하는 건 아닙니다. 이른바 FAIR라는 조건을 갖춘 데이터를 생산하라는 거죠.
컴퓨터가 읽기 어려운 파일이 여전히 많고, 텍스트 파일을 굳이 스캔해 이미지형 PDF로 제공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또 비슷한 주제의 데이터라도 막상 파일을 열어보면 항목 체계가 제각각이라, 서로 엮어서 쓰려면 많은 공력이 드는 게 지금 우리 공공데이터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런 토대 위에선 제대로 된 정부 주도의 AI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는 거죠.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요? 미국이나 EU에서는 앞서 살펴본 FAIR 원칙에 맞는 데이터를 일찍부터 구축해 왔습니다. 가령 영국에서는 공공부문 전반의 데이터 관리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DSA라는 기관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은 이뤄지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내 IT 부서나 외부 용역을 거쳐서 등장하는 게 아니라 시군구 실무자들의 손에서 AI 혁신의 결과물이 등장하고 있죠. 바이브코딩이 우리 실생활에 자리잡으면서 공무원 내부의 혁신가들이 등장하고 있는 겁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광진구청의 '딴짓하는 류주임'입니다. 비개발자 출신인 류승인 주무관은 AI를 활용해 코닥과 한국법 MCP라는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코닥은 관공서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문서 파일들을 AI가 읽을 수 있도록 변환해 주고요. 한국법 MCP를 통해서는 AI가 손쉽게 법령 정보를 가져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광진구청뿐 아니라 행정안전부의 사무관도 컴퓨터가 읽기 어려운 파일로 제공되는 전자관보를 컴퓨터와 AI가 읽기 쉬운 문서로 바꿔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번거로웠던 출장비 정산을 자동화하는 'AI 여비몬'을 제작했고요, 군산시의 한 공무원은 공무원 내부의 고질적인 악습인 인수인계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무 매뉴얼 챗봇인 '서무실록'을 만들기도 했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밑에서부터의 혁신이 가능했던 건 데이터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실무자들의 선한 의도에 기댈 순 없을 겁니다. 하루라도 빨리 정부가 데이터 인프라를 갖추고, 그 위에서 혁신이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에 나서야겠죠.
다행히 변화의 조짐은 보이고 있습니다. 행정기관의 전자문서가 기존엔 hwp 파일로 만들어졌다면, 앞으로는 AI가 읽고 활용하기 쉬운 hwpx 파일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아예 별도 문서 파일 없이 AI에게 훨씬 더 친숙한 마크다운 형태의 문서 포맷으로 바꾸는 기관들도 등장하고 있고요.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25개국을 대상으로 AI 인식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AI에 대한 우려가 가장 적은 나라, 바로 우리나라였어요. 외신에서는 우리나라를 두고 "AI에 미친 듯이 빠져든 나라"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낼 정도입니다. 오늘 살펴본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미 AI를 쓰기 시작했고,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실무자들이 스스로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계속 뒷짐 지고 있어서는 안 될 겁니다. 혁신이 쉽게 싹틀 수 있도록 데이터 인프라 같은 기본 토대와 환경을 빠르게 조성하고,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AI 기술 발전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 즉 AI의 혜택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더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준비한 오그랲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참고자료
- The 2026 AI Index Report | Stanford University HAI
- Microsoft AI Diffusion Report | Microsoft
- 아랍에미리트 GDP 비석유 부문 비율 | UAESTAT
- 전 세계 국가별 AI 대비 수준 | IMF
- AI Models | Epoch AI
- National AI Strategy 2.0 | SMART NATION SINGAPORE
- "정부 AX 99% 순서 틀렸다"…국가AI전략위 공공AX분과장, 작심 비판 | 디지털데일리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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