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20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 날, 경찰서장이..
03:05 그냥 전기차도 아니고 '긴급차량'이었다
04:12 SBS 보도 이후엔?
04:55 취재 비하인드 스토리
여성 한 명이 차량에서 타고, 내린 걸 보도했을 뿐인데, 하루 뒤 청와대까지 직접 질책에 나섰습니다.
[강유정/청와대 대변인 : 엄중하게 문책하고 공직기강 해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무슨 일인지 처음부터 보겠습니다.
1.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 날, 경찰서장이..
지난 14일 아침, 서울 성동경찰서로 검정색 EV9 전기차가 들어섭니다. 곧이어 차량 뒷자석에서 내린 이 여성, 바로 성동경찰서장인 권미예 총경입니다. 퇴근길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직원 한 명이 급하게 뛰어나와 현관문 앞까지 차를 대더니 잠시 뒤 권 서장이 나옵니다. 이날은 다른 직원이 문까지 닫아줬는데요. 저희가 3일 동안 이렇게 권 서장의 출퇴근길을 지켜봤는데 하루는 오후 6시가 되자마자 차를 타더니 경찰서에서 10분 떨어진 음식점으로 향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 차가 경찰서장에게 배정된 지휘관 차량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원래 권 서장이 타야 했던 지휘관 차량은 21년식 5인승 소나타 차량인데, 지난달 8일부터는
25년식 7인승 전기차를 탔습니다. 여러분, 지난달 8일이 무슨 날이냐면요, 공공기관 차량 2부제가 시행된 날이에요
[오일영 / 기후부 기후에너지정책실장 :현재 시행 중인 공공기관 승용차 5부제를 2부제로 더욱 강화하여 시행하겠습니다. 출퇴근 차량 뿐만 아니라 공용차 일괄 적용되고 기존5부제에서 제외 되었던 장애인 차량, 전기차 등은 그대로 제외가 됩니다.]
차량 2부제라는 건 차량 번호 끝자리가 홀수냐, 짝수냐에 따라서 번갈아서 차량의 운행이 제한되는 제도입니다. 근데 이 제도가 쉽게 말하면 기름 아끼자고 하는 거라서 전기차는 그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래서 권 서장이 이 차량 2부제가 실시되는 지난달 8일부터는 전기차를 이용해서 출퇴근한 겁니다. 권 서장은 저희 취재진에게 경찰서장이 방문해야 하는 구청 행사나 유관기관 등이 많은데 공공2부제 시행으로 기존 지휘관 차량을 사용할 경우 통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전기차를 대신 타고 다니면 어떻겠냐는 내부 검토가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사실상 2부제 회피 의도를 인정한 셈입니다. 이게 이재명 대통령의 질책 포인트 중 하나로 보입니다. 지난 3월, 이 대통령은 2부제 시행을 앞두고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이 앞장 서달라고 부탁했거든요.
[중동전쟁의 확대 장기화로 원유, 천연가스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은 차량 5부제 등으로 솔선수범하고...]
인터넷을 보면 특히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2부제나 5부제에 막혀서 불편을 겪었다는 경험담이 되게 많은데요. 모두가 참으면서 다니고 있는데 모범이 되어야 할 경찰서의 장이 오히려 꼼수를 부린 겁니다.
2. 그냥 전기차도 아니고 '긴급차량'이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건, 이 전기차가 그냥 전기차가 아니라 경찰서 내 초동대응팀 차량이라는 겁니다. 초동대응팀은 군대로 치면 5분 대기조가 타야 할 차량입니다. 긴급 상황이나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들이 타고 현장에 신속히 출동하라고 내부 지침으로 정해둔 차인 겁니다.
[이웅혁/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 긴급용으로 여러 기능에서 차량을 사용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 서장의 출퇴근 편의를 위한 것은 아닌 거죠. 상당히 편의 위주의 경찰 행정을 한 것으로…]
2부제를 회피하기 위해서 전기차를 사용한 것에 이어 그 전기차가 초동대응팀 차량이기까지 하니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서 반응을 한 겁니다.
[강유정/청와대 대변인 : 이재명 대통령은 서울 성동경찰서장이 긴급출동차량을 2부제 예외 관용 전기차로 유용한 사실을 취재한 SBS 보도에 대해 보고를 받고 신속한 감찰을 통해 엄중하게 문책하고 공직기강 해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
3. SBS 보도 이후엔?
취재가 시작되자 문제를 인식한 서울경찰청 감찰계는 현장조사에 들어가 서장과 전현직 직원 등의 진술 확보에 나섰습니다. 보도 이후 청와대까지 직접 나서자 경찰은 더 분주해졌습니다. 사실관계 파악부터 해보겠다던 경찰청은 권 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습니다. 감찰계를 사실상 성동경찰서에 상주시켜 고강도 감찰을 진행 중인 걸로도 알려졌습니다. 감찰팀은 해당 전기차의 블랙박스 녹화 내용 검토에도 착수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기초 사실관계 조사에서 저희 보도 내용에 부합하는 정황들을 포착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말했는데, 지금으로선 징계는 불가피하다는 게 경찰 안팎의 중론입니다.
4. 취재 비하인드 스토리
여기서 여러분, 성동경찰서가 무너져 가는 거 알고 계시나요? 경찰서 노후화로 지난해 4월 지하주차장은 정밀안전진단 E등급을 받았는데 E등급은 붕괴 위험이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 2023년엔 지하주차장 상단 콘크리트가 떨어지는 일도 있었고, 현재 지하주차장엔 천장이 무너지는 걸 방지하기 위한 보강재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왜 갑자기 하냐면요, 성동경찰서는 지하주차장에 무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직원들이 지상주차장에 주차를 못합니다. 초동대응팀 차량 같은 공용 차량과 민원인 차량만 주차를 하게끔 되어있습니다. 직원들은 인근에 있는 다른 건물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출퇴근하는 겁니다. 그런데 권 서장은 2부제를 피하기 위해 초동대응팀이 써야 할 전기차를 써서 경찰서를 들락날락 한 겁니다 제가 직원이라면, 그렇게 유쾌한 상황은 아닐 것 같습니다. 당연히 저희가 권 서장의 입장도 들어봤는데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아까 말씀드렸듯이 서장 업무 특성상 외부로 나가는 일정이 많다보니, 내부 논의를 거쳐 전기차 사용을 결정했다. 둘째, 초동대응팀 차량인줄 몰랐다. 셋째, 무전을 듣고 지휘를 하느라 출퇴근길에 차량을 이용했다. 셋 다 감찰 과정에서 파악되어야 하는 거긴 한데, 세 번째 부분은 확실히 근거가 있는 이야기긴 합니다. 경찰청이 지난 2023년, 공문을 하나 내려보냈는데요, 경찰서장의 경우 24시간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지휘차량을 출퇴근길에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매뉴얼, 빈틈을 혹시 찾으셨나요? 상황을 관리하겠다며 무전기 하나만 차에 들고 타도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는 겁니다. 관내에서 무슨 사건이 터지진 않을지 경찰서장으로서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출퇴근길에도 무전을 들었을 수는 있습니다. 다만 제가 느낀 건 이 무전을 들었다는 말이 취재를 하는 내내 거의 무적의 무기처럼 활용됐다는 점입니다. 출퇴근하면서 무전을 들었다면 규정을 지킨 거 아니냐는 건데요. 법과 규정이라는 건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점에서 아쉬웠습니다. 국민이 공직자에게 기대하는 건 단순한 규정 준수가 아니라 특권을 먼저 내려놓는 태도가 아닐까요.
(취재 : 임지현,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이상학, 영상편집 : 나홍희, 디자인 : 양혜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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