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포착된 이란 쉬드바르섬(왼쪽) 덮친 기름띠
이란 정유 시설에서 외부 공격 이후 흘러나온 석유가 페르시아만으로 번져나가 청정 해변을 덮치면서 바다 생물이 기름띠에 갇힌 채 떼죽음 위기에 놓였습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퍼진 영상들을 자체 검증한 결과 이같은 참상이 드러났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기름띠에 뒤덮인 해변은 '이란의 몰디브'라고 불리는 작은 무인도인 시드바르 섬으로, 8만 마리의 새와 바다거북, 돌고래, 산호초 등 멸종 위기 해양 생물이 모여 사는 서식처였습니다.
그런데 SNS 영상 속에서는 백사장을 따라 시커먼 기름띠가 길게 이어져 있으며, 새, 거북이, 게들이 끈적한 타르에 뒤덮인 채 곳곳에서 사체로 발견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기름띠로 뒤덮인 바다 위로 보트 한 척이 지나가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보트 뒤로는 인근 라반 섬의 정유 공장에서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는 것으로 포착됐습니다.
이들 영상은 지난달 8일 미국과 이란의 휴전 발효 직후 촬영된 것으로 NYT는 추정했습니다.
당시 이란은 "적의 공격"을 받아 라반섬 정유 시설이 피해를 봤다고 발표했으며, 이후 기름이 바다로 흘러 나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속출했습니다.
유엔대학교 물·환경·보건연구소 관계자는 "이 영상은 라반섬에서 기름이 유출된 장면이라는 게 거의 확실하다"면서 "우리가 모두 아는 바로 그 이유"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영상이 거의 한 달 만에 공개된 것은 이란이 지난 2월 말 미국과 전쟁 개시 이후 차단하던 인터넷 통신을 최근 일부 완화한 데 따른 것으로 NYT는 추측했습니다.
기름 유출에 따른 페르시아만 생태계 피해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만 당장 이번 사태가 해안 생태계에 직격타를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했습니다.
수많은 새가 번식하는 시기인 데다가, 해변의 모래 속에서 알을 깨고 나온 새끼 거북 수천 마리가 바다로 돌아가는 첫걸음을 떼기도 전에 기름띠에 갇혀 떼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미 버지니아공대의 이란 환경 전문가인 마누체흐르 쉬르자에는 이러한 피해가 동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가장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결과 중 하나는 담수화 시설에 미치는 영향"이라며 "많은 걸프 국가들이 바닷물 담수화를 통해 생활용수, 산업용수를 의존하고 있다. 이 시설들은 페르시아만 바닷물을 끌어다 쓴다는 점에서 기름 유출에 취약하다"고 우려했습니다.
장기적으로도 기름띠가 제거되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페르시아만이 개방형이 아닌 반폐쇄형 해역으로 바닷물 순환이 느리다는 점에서 기름띠가 오래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란 환경보호 활동가인 이만 에브라히미는 "기름이 걸프만으로 일단 유출되면 이것은 더는 전쟁의 관점으로만 볼 수 없다"라면서 "기름은 해변, 둥지, 깃털, 거북이 산란지, 물고기 서식처, 생물 몸속으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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