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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안 나간다" 역대급 배수진…최악의 타이밍에 등판한 '트럼프의 남자' [스프]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인준 ― 트럼프가 연준을 흔든 진짜 이유

⚡ 스프 핵심요약

미국 상원이 5월 13일 54 대 45로 케빈 워시를 제17대 연준 의장으로 인준했다. 연준 의장 인준 역사상 가장 당파적인 표결로, 민주당 소속 존 페터먼(John Fetterman)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 단 1명만이 찬성 쪽에 이탈 투표했다.

인준은 순탄하지 않았다. 공화당 핵심 상원의원 톰 틸리스가 법무부의 파월 형사수사가 중단되지 않는 한 워시 인준에 찬성하지 않겠다고 버텼고, 법무부가 수사를 접은 4월 24일에야 절차가 재개됐다.

워시가 취임하는 시점의 미국 CPI는 3.8%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며, 이란전쟁발 에너지 충격이 복합된 상황에서 트럼프의 금리인하 압박과 연준의 독립성 사이의 충돌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제롬 파월 / AP 연합

1. "연준 의장이 왜 이렇게 중요한가?" 세계 경제의 중앙은행

연준(Federal Reserve)은 의회가 부여한 두 가지 임무, 즉 물가안정과 최대고용을 책임지는 기관입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연준 독립성이란 백악관이 불편해하더라도 금리를 독자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리합니다. 바로 그 독립성이 지금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금리를 올리면 물가는 잡히지만 실업이 늘고, 금리를 내리면 경기는 살아나지만 물가가 뛸 수 있습니다. 이 균형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립니다.

2. "트럼프는 왜 파월을 그렇게 미워했나?" 금리 전쟁의 시작

트럼프는 파월이 금리를 빠르게 내리지 않는다며 반복적으로 비판했습니다. 파월은 2018년 2월 의장에 취임해 2022년 재임명됐으며 여러 차례 경제 위기와 백악관의 압박 속에서 연준 독립성을 수호해왔습니다.

법무부는 파월을 상대로 형사수사를 개시했습니다. 명목은 연준 본부 리노베이션 예산 초과와 관련한 의회 증언 문제였습니다. 제닌 피로(Jeanine Pirro) 워싱턴DC 연방 검사장은 파월에게 소환장을 발부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으며, 피로는 항소를 예고하고 있었습니다.

파월은 이에 대해 "지난 113년 역사에서 전례 없는 공격"이라고 규정하며, 이러한 공격이 정치적 요소를 배제한 통화정책 수행 능력을 위협한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3. "수사는 왜 갑자기 중단됐나?" 인준을 위한 거래

법무부의 파월 수사는 4월 24일 중단됐습니다. 공화당 상원의원 톰 틸리스(Thom Tillis)가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결정적 한 표를 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틸리스는 "이 수사가 계속되는 한 워시 인준에 찬성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으며, 은행위원회 13공화당-11민주당 구성상 공화당 의원 한 명만 이탈해도 위원회 표결이 교착될 수 있었습니다.

제닌 피로 연방 검사장은 수사를 종결하는 대신 해당 사안을 연준 감찰관실(Inspector General)의 자체 조사로 넘기겠다고 발표하며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사실관계가 형사 기소를 정당화할 경우 수사를 재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 즉, 파월에 대한 압박은 끝난 게 아니라 잠시 멈춘 것입니다.
케빈 워시 / AP 연합
4. "워시는 누구인가?" 매파에서 완화론자로 변신한 남자

케빈 워시는 현재 56세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준 이사를 지낸 인물입니다. 당시 35세의 나이로 연준 역사상 가장 젊은 이사로 임명됐습니다.

그는 과거 인플레이션 매파로 불렸지만,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복수의 공개 발언에서 워시는 연준에 '정권 교체(regime change)'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기준금리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의 요구와 묘하게 같은 방향입니다.

5.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약속, 믿을 수 있나?" 청문회의 긴장

워시는 4월 21일 상원 청문회에서 "저는 독립적 행위자가 될 것입니다. 통화정책에서 정치를 빼고, 정치에서 통화정책을 빼겠습니다"라고 약속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트럼프는 금리를 통제하고 싶어 하고, 케빈 워시를 자신의 꼭두각시(sock puppet)로 지명했습니다." 워런은 "연준 독립성을 중시한다는 공화당 상원의원 중 워시를 지지할 사람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6. "지금 미국 경제는 어떤 상태인가?" 최악의 타이밍

워시가 취임하는 시점의 미국 CPI는 전년 대비 3.8% 상승으로, 약 3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이란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통행 차질이 원유 및 휘발유 가격 급등을 불러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시장은 2026년 남은 기간 내내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오히려 인상할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4월 FOMC 회의에서 위원 3명은 다음 행동이 인하가 아니라 인상이 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즉, 물가는 높고 트럼프는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최악의 구조적 긴장 속에 워시는 취임합니다.

7. "연준 독립성이 무너지면 무슨 일이 생기나?" 신뢰의 경제학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앙은행 독립성이 높을수록 인플레이션이 낮은 경향이 있다"고 정리합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선거를 앞둔 정부는 단기 경기 부양 유인이 강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정치에 예속되면 과도한 완화와 이후 더 큰 인플레이션 비용이 발생합니다.

스탠리 피셔 전 연준 부의장은 이를 '시간불일치 문제(time inconsistency)'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지금 당장 금리를 내리는 게 정치적으로 좋아 보이지만, 나중에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겁니다. 시장은 중앙은행이 정치 신호에 따라 흔들린다고 느끼는 순간, 장기금리·기대인플레이션·환율을 다시 가격에 반영합니다.

8. "워시 체제에서 실제로 바뀔 것들" — 정권 교체(regime change)의 의미

워시는 연준 개편 방향으로 여러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6조7천억 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를 더 빠르게 축소하고, 연 8회인 정책 회의를 4회로 줄이며, 기자회견 횟수를 줄이고, 점도표(dot plot)와 같은 포워드 가이던스를 줄이며, 워싱턴 본부 인력을 감축하는 방안 등입니다. JP모건 분석가들은 이러한 변화들이 모두 의장 권한 범위 안에 있다고 봤습니다. 의장의 강력한 의지로 추진될 수 있는 사안들이나, 최종적으로는 FOMC 및 이사회의 합의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핵심은 연준의 역할 자체를 좁히겠다는 것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커진 연준의 범위를 전통적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핵심 기능으로 다시 좁히려는 시도입니다.

9. "파월은 왜 떠나지 않나?" 1948년 이후 처음 있는 일

파월은 의장 임기가 끝난 5월 15일 이후에도 연준 이사로 남기로 했습니다. 이사로서 그의 임기는 2028년 1월 31일까지입니다. 이런 사례는 1948년 매리너 에클스(Marriner Eccles)가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1951년까지 이사로 남은 이후 처음입니다.

파월은 "연준에는 의장이 한 명뿐입니다. 워시가 취임하면 그가 의장이 됩니다. 저는 낮은 프로필을 유지하겠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에 대해 "지난 3개월간 벌어진 일들이 저로 하여금 적어도 그 일들을 지켜볼 때까지 남아 있지 않을 수 없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파월이 이사직을 유지함으로써 트럼프는 즉각적인 이사 공석을 채울 기회를 잃게 되고, FOMC 내 금리인하 세력을 강화하기 어려워집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파월이 떠날 때쯤이면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낮아져 워시가 금리를 내리기 더 쉬운 환경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10. "앞으로 무엇을 봐야 하나?" 세 가지 시나리오

브루킹스연구소의 데이비드 웨셀(David Wessel)은 "워시의 가장 큰 도전은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은 연준 독립성을 존중하지 않으며 금리가 더 낮아지길 원합니다"라고 정리했습니다.

워시 체제는 세 방향 중 하나로 갈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치순응형 완화'로, 조기 금리인하로 단기 경기·증시에 우호적이지만 신뢰성 훼손 위험이 큽니다. 두 번째는 '제도보수형 재정렬'로, 금리는 신중히 움직이되 커뮤니케이션과 대차대조표를 손보는 방식입니다.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입니다. 세 번째는 '매파적 신뢰회복형'으로, 독립성 우려를 씻기 위해 오히려 더 강경한 물가 대응을 택하는 경우로, 트럼프와의 마찰이 가장 큽니다.

54 대 45. 연준 의장 인준 역사상 가장 당파적인 표결이었습니다. 케빈 워시는 제17대 연준 의장이 됐지만, 그 앞에 놓인 길은 평탄하지 않습니다. 물가는 3.8%로 3년 만에 최고치이고, 트럼프는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파월은 이사로 남아 있고, 시장은 연준 독립성이 흔들릴까 봐 긴장하고 있습니다. 워시가 약속한 '정권 교체'가 연준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정치의 도구로 만들 것인지는 앞으로의 FOMC 회의에서 드러날 것입니다.

[Deep Dive Q&A]

Q1. 트럼프는 연준 의장을 마음대로 해임할 수 있나요?

A. 연준법상 의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해임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는 파월을 압박하기 위해 수차례 해임을 검토하고 법무부를 동원하려고 했으나 법원은 해당 수사가 통화정책에 개입하려는 부적절한 시도라며 소환장을 기각하는 등 제동을 걸었습니다. 워시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가 올해 초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워시도 고소하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던 것도 이 법적 경계를 의식한 발언입니다. 다만 금리 결정은 워시 혼자가 아닌 FOMC 12인의 합의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정치 압박의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Q2. 파월이 이사로 남아 있으면 실제로 무슨 변화가 생기나요?

A. 두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첫째, 트럼프가 즉각 이사 공석을 채워 금리인하 성향 인사를 임명하는 것을 막습니다. 둘째, 워시가 정치 압박에 굴복해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려 한다면 파월이 반대 투표를 던질 수 있습니다. 이는 파월을 사실상의 '그림자 의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와, 오히려 워시에게 정치적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분석이 공존합니다. 어떤 시각이 맞을지는 첫 FOMC 표결에서 드러날 것입니다.

Q3. 워시 체제에서 한국 등 신흥국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나요?

A. 연준 금리 결정은 달러 가치·글로벌 자본 흐름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만약 워시가 트럼프 압박에 굴복해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태에서 금리를 내린다면, 달러 약세와 신흥국으로의 자본 유입이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연준 신뢰성이 훼손돼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른다면, 장기금리 상승으로 신흥국 채권 부담도 커집니다. 어느 시나리오든 불확실성 자체가 한국을 포함한 무역 의존도 높은 경제에 부정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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