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초정통파 유대교도의 병역 면제를 둘러싼 논란이 베냐민 네타냐후 주도의 이스라엘 우파 정권을 뿌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1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연정의 일원인 이스라엘의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 연합체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은 전날 크네세트(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UTJ는 팔레스타인 정착촌 건설을 지지하지만, 유대인의 이스라엘 귀환(알리야)을 의무화하지는 않는 '비(非) 시온주의' 성향의 아시케나지(유럽의 유대인 공동체) 공동체를 대변하는 정당입니다.
2022년 총선에서 전체 120석의 크네세트 의석 중 7석을 확보한 뒤 다른 '독실한 시오니즘',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 노움(Noam) 등 극우 정당 및 다른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 샤스와 함께 네타냐후의 정권 재창출에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UTJ는 초정통파 유대 종교학교(예시바) 학생들의 영구적인 병역 면제 법제화 요구를 네타냐후 연정이 강행하지 못하자 결국 의회 해산 카드까지 꺼내 들고 정권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미 복수의 야당 의원들이 의회 해산 법안을 제출한 가운데 정권을 떠받쳐온 UTJ까지 의회 해산 움직임에 가세하면서 네타냐후 연정 붕괴와 조기 총선 가능성은 한층 커졌습니다.
의회 해산 법안은 120석의 크네세트 의원 중 과반(61명)의 지지를 얻어야 하며, 예비 투표와 세 차례의 추가 심의(독회)를 포함해 총 네 차례의 본회의 투표를 거쳐야 합니다.
만약 이 절차가 신속하게 처리된다면 오는 10월 27일로 예정된 차기 총선이 이르면 8월에도 치러질 수 있습니다.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들은 오는 9월 총선이 치러지기를 원합니다.
유대교 신년(로시 하샤나) 직후 종교 학교의 학기가 시작되고 참회 기도(셀리콧)를 위해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시기여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득표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 측은 총선 시기를 최대한 늦추길 원합니다.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의한 참사 기념일 근처에 선거를 치르는 것은 정권 심판론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2021년 총선 이후 '무지개 연정'을 구성해 네타냐후 장기 집권을 깼던 나프탈리 베네트, 야이르 라피드 등 2명의 전직 총리가 다시 합당해 자신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헤즈볼라와 전쟁에서 더 큰 성과를 내 상황 반전을 꾀하려 합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22년 연정 구성 당시부터 예시바 학생들의 병역 면제 법안 처리를 약속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발발한 하마스를 대상으로 한 가자 전쟁, 올해 2월에 발발한 대이란 전쟁 등을 거치면서 이스라엘군의 병력 부족이 현실화하고, 예시바 학생들의 병역 면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법안 처리는 계속 늦춰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병역 면제 법안을 처리할 표가 부족하니 총선 이후로 미루자'는 취지의 제안을 하자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 소속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상황입니다.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의 발판인 초정통파 유대교도 정당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이스라엘군의 심각한 병력 부족 때문입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침공 이후 가자지구, 레바논, 이란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전쟁이 2년 넘게 이어지자 군 지도부는 병력 부족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추가 병력이 충원되지 않으면 군이 붕괴할 수 있다"며 최소 1만 2천 명의 신규 징집이 시급하다고 호소했습니다.
현재 병역 면제 혜택을 받는 18~24세의 초정통파 유대교도 남성은 약 8만 명에 달합니다.
세속주의 유대교도와 예비군이 목숨을 걸고 전선을 지키는 동안, 종교 공부를 이유로 총을 들지 않는 초정통파 유대교도 학생에 대한 대중적 분노는 극에 달해 있습니다.
2024년 6월 이스라엘 대법원이 "초정통파 유대교도 병역 면제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정부는 권력 유지를 위해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의 눈치를 보며 징집을 유예해 왔습니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이스라엘의 여론과 정치권의 목소리도 첨예하게 갈라져 있습니다.
초정통파 유대교도 공동체는 유대 경전인 토라(모세오경) 공부가 이스라엘을 지키는 진정한 방패라고 주장하지만, 일반 시민은 이를 평등 원칙을 저버린 특권으로 간주합니다.
집권 리쿠드당 내에서도 반발이 거셉니다.
외교 국방위원장직에서 해임된 율리 에델슈타인 의원은 "초정통파 유대교도 지도부는 우파 정부를 무너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입대를 원치 않는다"며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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