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 들어간 삼성전자 총파업
이번 협상의 어려운 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익 배분율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거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결국에는 중간 어느 지점에서 수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익 배분율을 명시화, 제도화할 것이냐는 가부(可否)의 문제입니다. 소위 'all or nothing'입니다. 노조가 배수진을 치고, 사측은 계속 고개를 젓는 것 외에 달리 취할 방도가 없습니다. 게다가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이미 영업이익과 연동된 성과급 산정 방식을 도입한 상황도 양측의 협상 여지를 제약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노사 어느 쪽도 먼저 핸들을 꺾지 못한 채 끝내 정면 충돌하는 것 아니냐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파업 현실화는 '갸우뚱'
① 파업 현실화는 '공도동망(共倒同亡)'
파업이 실제 이뤄질 경우 그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노조는 예정대로 18일간 파업할 경우 30조원 이상 손실이 예상된다고 추산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생산 차질로 인한 손해만 따진 것이고 계량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더 큽니다. 반도체 공장은 스위치를 다시 올리면 바로 생산이 가능한 공장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공정의 정밀도와 청결도가 극도로 높아서 불과 1~2분의 정전이 발생해도 설비에 물려 있던 웨이퍼는 전량 폐기해야 하고 공정 상태를 회복하는 데 최소 2~3일, 길게는 일주일 이상이 소요됩니다. 과거 2019년 화성 사업장의 1분 정전 사고 당시 피해액은 약 300억~400억 원으로 집계된 바 있습니다. 그러니 파업으로 인해 장기간 셧다운 되면 다시 가동해 정상 수율을 확보하기까지 최소 한 달쯤 필요하고 손해액은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당장의 손실보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삼성전자의 미래 가치입니다. 파업으로 공급 차질을 빚을 경우 신뢰 상실은 회복이 어렵습니다. 한 번 파업을 했으면 앞으로도 파업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 빅테크 기업들은 안정적 반도체 수급을 위해 공급처를 다변화할 것입니다. 우리를 맹추격 중인 중국 반도체 기업에 기회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꼴입니다. 공급처 변경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 꺼릴 뿐이지 일단 바꾸면 어떻게 해서라도 적응하기 때문입니다. 파업까지 가게 될 경우 사실상 '공도동망'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점, 삼성전자 노사가 모르지 않습니다.
② 정부의 강력한 대응 태도
오늘 새벽 사후조정이 최종 결렬되자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자신의 SNS에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어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어떤 경우에도 삼성전자가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총리는 관계장관회의에서 삼성전자 노사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담당 장관에 총리까지 삼성전자 파업을 용납할 수 없다고 못을 박은 셈입니다.
정부는 최후의 수단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도 있습니다. 발동 시 30일간 쟁의가 금지되는 만큼 당장 파업은 막을 수 있습니다. 노동 기본권을 제약하는 최후의 수단인 만큼 정치적 부담이 크지만 정부는 긴급조정권 카드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③ 정치 성향을 초월한 여론의 반대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연봉 외 성과급만 수억 원을 받는 것이 사회 상규에 맞는가"라는 비판적 여론과 "정당한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라는 옹호론이 팽팽히 맞섭니다. 다만 하청업체 노동자와의 격차 문제로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 논란을 재점화하면서 노동계 내에서도 삼성전자 노조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사실 한꺼번에 수억원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까지 하겠다는 노조 움직임에 대부분의 국민은 옹호적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삼성전자의 노동 문제 대처 방식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입니다. 차제에 노조의 요구대로는 아니지만 성과급 책정 체계에 대해 합리적이면서도 투명한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기존 성과급 상한제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음성적으로 이를 초과하는 성과급을 주겠다는 제안은 지속적으로 분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이런 협상 방식은 무노조를 지향하던 과거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노사 모두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파업까지 몰고 갔을 때 받게 될 국민적 비난과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일 것입니다.
성과급 문제의 바람직한 기준
엔비디아와 애플의 경우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당장의 현금 지급보다는 일정 기간 양도를 제한하는 주식을 부여해 직원들이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한 주가 상승에 장기적으로 동참하게 만듭니다. 가장 맞비교가 용이한 TSMC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여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본사 직원들에게 약 9조6000억 원의 성과급을 책정한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그 지급 시기를 분기별로 분산하여 리스크를 관리합니다. 이런 사례들을 참조하면서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해법을 정리해 보면 절충안 마련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먼저 투명한 지표 확보가 우선돼야 합니다. 사측은 영업이익 연동제 등 노조가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산정 기준을 제시하되, 노조는 고정적인 배분율 수치를 유연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보상 체계의 다변화도 검토할 만합니다. 현금 성과급에만 집착하기보다 자사주 부여, 복지 기금 확충 등 장기적 가치를 공유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상생기금 조성 등 초과 이익의 일부를 협력사 노동자 처우 개선이나 사회 환원 기금으로 적립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삼성전자의 이익은 삼성전자 노사만의 노력으로 이룬 결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에 창출된 막대한 부를 '누가, 얼마나,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대한민국 사회의 첫 번째 시험대입니다. 노사의 전향적인 양보 없이는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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