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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8NEWS] "플로리다산 아냐?" 새까맣게 몰려든 러브버그…유전체 검사로 드러난 충격적 '진짜 고향'

00:00 '러브버그', 10년 만에 서울 지나 경기 최북단까지
02:58 '이대론 안 된다', 방법 바꾼 정부
04:11 "중국 칭다오 개체군과 가장 가깝다"
06:06 또 다른 문제가 있다?

1. '러브버그', 10년 만에 서울 지나 경기 최북단까지
오늘은 러브버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정식 이름은 붉은등우단털파리지만 짝짓기한 채로 붙어다니는 모습 때문에 붙여진 러브버그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죠. 다들 작년 여름 기억나실 겁니다. 등산로 돌이 까맣게 보일 정도로 빼곡히 붙어 있었고, 등산객 옷에도, 차 앞 유리에도 들러붙었습니다. 6월 중순, 지금부터 한 달 뒤면 다시 그 장면이 시작될텐데요. 그런데 올해는 좀 다릅니다.정부가 처음으로, 성충이 나오기 전 유충부터 잡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따라가 본 곳은 인천 계양산 정상이었습니다. 등산로를 한 시간쯤 걸어 올라가니까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정상을 기준으로 900제곱미터씩 모두 9곳을 정해놓고 낙엽층에 액체를 뿌리고 있었습니다. Bti라는 미생물 방제제인데요. 익숙하지 않으실 텐데, 좀 쉽게 말하면 모기 유충 잡을 때 오래 써온 약입니다. 러브버그 유충을 야외에서 직접 잡기 위한, 정부의 실증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기죠. 러브버그, 사람을 무는 것도 아니고 또 병원균을 옮기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라는 거죠. 산 중턱에서 만난 시민 이야기부터 들어보시죠.

[조예인/인천 부평구 : 개체수가 너무 많아서 사실 조금만 파리 같은 정도면 괜찮은데, 너무 많고 몰려다니고 그래서 좀 쓰레기처럼 보이는 경우도, 그리고 뭔가 생긴 게 너무 징그럽게 생기기도 했고, 몸에 달라붙기도 하고 이러면서 불쾌감을 더 주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문제는 양입니다. 한두 마리면 익충일 수 있습니다. 유충은 낙엽을 분해하고, 또 성충은 꽃가루받이에 도움을 주는 곤충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수천 마리, 수만 마리가 한꺼번에 도심에 나타나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서울시가 시민 1천 명에게 물어봤더니, 열 명 중 아홉 명이 러브버그에 혐오감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민원도 늘었습니다. 서울시에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2022년 4천4백여 건에서 2024년 9천2백여 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작년엔 5천2백여 건으로 좀 줄긴 했는데, 그걸로 안심하긴 어렵습니다. 민원은 줄었지만, 분포 지역은 오히려 넓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빠르게 퍼지고 있는지 한번 볼까요. 2015년 인천 부평구에서 처음 목격됐습니다. 2022년에는 서울 17개 구에서 대발생이 보고됐고, 2023년에는 서울 25개 구 전역으로 번졌습니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18개 시까지 확산됐고, 올해는 경기 북부 동두천과 연천에서도 유충이 처음 확인됐습니다. 10년 만에 서울을 지나 경기 최북단까지 올라간 겁니다.

2. '이대론 안 된다', 방법 바꾼 정부
그래서 정부도 방식을 바꿨습니다. 그동안엔 빛에 모이는 성충을 잡는 광원 포집기 위주였다면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성충이 된 뒤에 잡는 게 아니라, 성충이 되기 전 유충 단계에서 줄여보겠다는 거죠. 연구진은 본격적인 야외 적용 전에, 러브버그와 가까운 종인 검털파리로 먼저 실내 실험을 했습니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 러브버그와 근연종으로 알려진 검털파리라는 종을 대상으로 실내실험을 진행을 했더니 48시간 내에 98%의 살충력이 나타난 것을 확인을 하고 저희가 이제 러브버그에도 한번 실험을 해보자 그렇게 진행을 하게 됐습니다.]

이번 계양산 실험은 이 실험 결과가 실제 야외에서도 통하는지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연구진은 Bti를 뿌린 지역과 뿌리지 않은 지역을 나눠서 유충 수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나중에 성충 발생도 줄어드는지 비교할 계획입니다. 서울시도 백련산과 불암산에 Bti를 시범 살포했고요, 강서구와 양천구에는 대형 살수 드론까지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한마디로, "나왔으니까 잡는다"에서 "나오기 전에 줄인다"로 바뀐 겁니다.

3. "중국 칭다오 개체군과 가장 가깝다"
그런데 정부가 이렇게까지 움직이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이 벌레, 정확히 어디서 왔는지 추적해봤더니 우리가 알던 것과 좀 달랐습니다. 다들 러브버그 하면 미국 플로리다의 그 벌레 떠올리시잖아요. 자동차 앞에 유리를 뒤덮는다는 그 벌레말이죠. 그런데 미국 플로리다 종과 한국에서 대발생하는 종은 생긴 건 비슷하지만 다른 종입니다. 한·중·일 연구진이 유전체 전체를 분석했는데요. 한국 러브버그는 대만이나 오키나와가 아니라, 중국 북부 칭다오 개체군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한국 개체군과 칭다오 개체군이 자매 관계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더 눈에 띄는 건요, 한국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낮다는 점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천천히 퍼졌다기보다는, 비교적 적은 수의 개체에서 출발해서 빠르게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여기서 의문이 또 하나 생깁니다. 왜 하필 지금이냐, 왜 한국에서 이렇게 대발생하느냐라는 겁니다. 학계가 주목하는 건 기후변화입니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 기후변화에 의한 지구온난화 현상을 보면 일반적으로 곤충들 같은 경우는 이제 기온이 올라가면 빨리 자라는, 더 많이 발생을 하고, 북쪽으로 이렇게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향후에도 어떤 우리가 생각지 못한 생물이 발생할 그런 가능성은 있지만…]

여기서 핵심은 '생각지 못한 생물'이라는 표현입니다. 러브버그 하나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2022년 발표된 연구를 보면요, 여러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2070년까지 한국과 동중국 전역이 러브버그가 살기 좋은 지역으로 바뀔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일본 본토도 앞으로 정착 가능 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4.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그럼 플로리다 얘기를 잠깐 더 해보겠습니다. 플로리다는 우리보다 60년 먼저 러브버그 문제를 겪었죠. 1949년에 처음 기록됐고,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멕시코만 일대에서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문제가 된 건 단순한 혐오감이 아니었습니다. 러브버그가 차에 부딪혀서 죽으면 차량 앞부분에 잔뜩 달라붙는데, 이 체액이 시간이 지나면서 산성으로 변합니다. 햇볕에 오래 노출되면 차량 도장면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플로리다에서는 러브버그가 많이 나오는 시기에 빨리 세차를 하거나, 미리 왁스칠을 해두라는 안내가 나옵니다. 우리 정부도 올해부터 시민들에게 비슷한 안내를 할 계획입니다. 사람을 해치지는 않지만, 차량에 많이 붙었을 때는 빨리 닦아내야 한다는 겁니다. 러브버그를 공포의 대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도심에서 짧은 기간에 대량 발생하고, 또 분포 지역이 계속 넓어지고 있다면 체계적인 관리는 필요하겠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도심에서 대발생하는 곤충을 법정 관리종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시민이 도심에서 처음 보는 외래 곤충을 마주하는 일, 점점 늘고 있습니다. '여름 불청객'이라기보다, 이제는 '기후 외래종'에 가까운 문제일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속에 러브버그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취재 : 장선이,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김영환, 영상편집 : 장유진,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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