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 인플루언서가 명품을 헐값에 판다고 속여 수십억 원을 가로챘단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최고급 오피스텔과 슈퍼카를 앞세워 재력을 과시했던 이 여성, 알고 보니 20대 남성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은 과거 전청조 사건과 유사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안희재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23년, 50대 A 씨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명품 가방 등을 싸게 판다는 글을 보고 박 모 씨와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습니다.
[A 씨/명품 사기 피해자 : 3억짜리거든요. 근데 그걸 2천만 원에 준다고 하니까 다들 혹한 거예요.]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의심이 들었지만, 여러차례 군말 없이 환불도 해준 데다 재력가 '인플루언서' 면모에 금세 빠져들었습니다.
'감각 있는 젊은 여성'이란 신뢰가 컸습니다.
[A 씨/명품 사기 피해자 : 자기 되게 유명하다고, 14만 팔로워 이렇더라고요. 페라리는 기본이고. (박 씨가 보내준 사진을 보고) '예쁘시네요' 이랬거든요. '하도 스토커가 많아서 사진 내렸어요'라고 (박 씨가 말했습니다.)]
더 싸게 명품을 넘겨주겠단 말에 열아홉 차례에 걸쳐 보낸 돈만 6천600만 원, 이 가운데 2천800만 원만 되돌려 받았고, 물건은 2년이 지나도록 1건도 받지 못했습니다.
기다림 끝에 상품을 받았다는 후기를 보며 버틸 수밖에 없었습니다.
[A 씨/명품 사기 피해자 : (환불을) 못 해준다고, 화를 내는 거예요. '왜 본인만 그렇게 유별나게 그러냐'(라고 했어요.) 수령 후기를 보면 자기는 '가만히 있다', '기다렸다' 막 그런 식으로 올라오고. 갑과 을이 바뀌더라고요. (제가) 죄송하다고….]
참다못한 구매자들 고소로 경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야 박 씨가 20대 남성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박 씨는 '최근 환불 요구가 몰리며 배송에 차질이 생겼을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은 가짜 여성 재력가 행세를 하며 사기 행각을 이어온 걸로 보고 본격 수사에 나섰습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17명, 피해 규모는 20억 원에 달합니다.
경찰에 불려 다니면서도 구매자를 끌어모으던 박 씨는 최근 또 다른 범죄 혐의 덜미가 잡혀 구속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최고급 오피스텔에, 화려한 외제 차량들까지, 성별을 속이며 재벌가를 사칭하다 감옥에 간 전청조 사건이 떠오른다고 피해자들은 말합니다.
[A 씨/명품 사기 피해자 : 말투도 되게 여성스럽거든요. '전청조 시즌 2'로 보시면 돼요. 다 믿었는데, 다들 지금 멘탈이 많이 나가 있는 상태이고….]
피해자들은 최근 박 씨를 상대로 집단 민사소송에도 나선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양지훈·김영환, 영상편집 : 안여진)
<앵커>
이 사건 취재한 사회부 안희재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미배송에도 거액 송금, 왜?
[안희재 기자 : 믿을 만해 보였고, 일상 대화를 통해서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는 게 피해자들의 설명입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최고급 오피스텔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거나 수십억 원짜리 외제차를 보여줬고, 법인 경비 처리를 하는 거라서 본인은 손해 보는 것 없이 명품을 싸게 넘겨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속였다는 겁니다. 물론 남성이다 보니까, 라이브 방송은 채팅으로만 소통이 이루어졌는데 남성들의 스토킹 때문이라고 그마저도 그럴듯하게 둘러댔다는 겁니다.]
[최대건/변호사 (A 씨 측 대리인) : (후기 등) 모든 게 다 허위였고요. 의심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의심할 수 없게 완벽한 환경을 설계한 것 같아요. 주부나 명품을 구매하고 싶은 여성을 상대로…]
Q. 피해 구제 어떻게?
[안희재 기자 : 지금으로서는 민사소송 등 피해자 스스로 구제 방안을 찾는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곧 법정 공방이 시작될 텐데요. 피해자 중에 상당수가 가정 주부라고 합니다. 괜히 명품을 구하려다가 당했다는 자책감이나 주변에 비난을 받을까 봐 속앓이만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피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식 등록 업체들과 달리 소셜미디어나 중고 거래 플랫폼 개인 판매자에게 속아서 거액을 보낼 경우에 피해 구제를 받을 방안이 마땅치 않다면서 주의를 거듭 당부했습니다.]
(영상편집 : 안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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