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격동의 하이닉스…황제주로 탈바꿈한 '개미 무덤'

격동의 하이닉스…황제주로 탈바꿈한 '개미 무덤'
옛 현대전자(옛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는 1996년 12월 26일 2만 원에 상장했습니다.

주가는 1997년 6월 19일 4만 9천600원까지 올랐다가 2003년 135원까지 추락했습니다.

현대전자가 채권금융기관협의회 공동관리에 들어가자 주가는 2001년 9월 30일 800원까지 떨어지더니 21대 1 비율의 감자 소식에 135원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반도체 기업이 껌값보다 싼 '동전주'로 전락한 것입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2000년대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유상증자와 감자(자본감소)를 단행했습니다.

당시 주식을 오래 보유하던 개인 투자자들은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회사채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장에선 하이닉스가 상장폐지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감자와 증자, 채권단 관리를 받던 하이닉스가 생존 갈림길에 있다 보니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하이닉스가 동전주로 전락하자 데이트레이더(Day trader·하루에 몇 번씩 주식을 사고파는 초단기 투자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하이닉스는 '단타족의 성지', '개미 무덤'이었습니다.

오전 9시 개장 전, 하이닉스 호가창에 수천만 주의 매수, 매도 잔량이 쌓여갔습니다.

사자, 팔자 세력이 물량을 쌓아 '벽'을 만들었습니다.

이기는 쪽이 수익을 먹는 것입니다.

하이닉스 하루 거래량은 2억 주를 넘어 단연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단타족들은 1원 단위의 하이닉스 호가 전쟁에서 이기면 돈을 벌고 지면 잃는 '쩐의 전쟁'을 매일 이어갔습니다.

당시 주식 데이트레이더들 사이에서 하이닉스는 '스캘핑'(Scalping)의 최적지였습니다.

스캘핑은 매수 후 몇 초∼몇 분 안에 매도해 차익을 반복적으로 실현하는 초단타 매매 기법입니다.

주가가 100∼500원 구간에서 움직일 때 한 호가(1원)만 올라도 수익률이 괜찮았습니다.

200원에 10만 주를 사서 201원에만 팔아도 수수료를 제하고 수익이 났습니다.

이들 초단타족은 매일 하이닉스로 시작해 하이닉스로 하루를 끝냈습니다.

증권사 객장이나 피시방에서도 하이닉스 호가창만 띄워놓고 매매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거래량이 억 단위여서 수백만, 수천 주를 한 번에 던지거나 받아내도 체결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이닉스는 2003년 3분기부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면서 전환기를 맞게 됐습니다.

2005년 7월 채권단 공동관리에서 벗어나자 주가는 2006년 9월 18일 4만100원까지 회복했습니다.

그러나 반도체산업이 다운 사이클(하락 주기)로 전환하자 하이닉스는 적자로 돌아섰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주가도 2008년 11월 5천 원대로 다시 주저앉았습니다.

이후 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적자와 흑자를 오가면서 부침을 겪었습니다.

하이닉스는 SK그룹이 2012년 2월 주당 평균 2만 3천 원대에 인수하면서 전환점을 맞습니다.

SK그룹에 편입된 첫해인 2012년 초 2만 4천 원대였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장중 172만 9천 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수익률은 7천100%, 72배에 이릅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2003년 3월 26일 최저치 135원과 비교하면 1만 2천800배입니다.

수많은 위기에 처했던 하이닉스 주식을 20여 년 전에 사서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그는 '신'(神)이라 불릴 만합니다.

인간이라면, 탐욕과 공포감을 갖고 있어 어지간한 뚝심과 강심장을 갖지 않고선 기약 없는 시기를 버텨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달려들어 '묻지 마 사자'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는 '포모'(FOMO·남들이 돈을 벌 때 나만 뒤처지는 데 대한 불안감) 현상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이닉스 역사가 말해주듯 반도체 산업은 업황 변동성(사이클)이 있어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합니다.

호황기가 지나면 불황기가 찾아옵니다.

지금 호황이 영원히 계속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주가순자산배율(PBR)은 10배에 육박합니다.

주가가 순자산의 10배에 가까워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구간에 있다는 얘기입니다.

전설적인 투자자 하워드 막스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는 회계나 경제학이 아니라 심리학"이라며 모든 이들이 상황이 영원히 좋아질 것이라고 믿을 때를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경고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
    >